공모가조차 회복 못하는 현대홈쇼핑 주가, 올해도 행동주의 펀드 '압박'
입력 2020.02.04 07:00|수정 2020.02.03 18:21
    짠물배당에 주가관리마저 미흡…행동주의 펀드 '눈총'
    해외사업에 발목 잡히면서 에쿼티스토리 실패 지적도
    주가 낮아질수록 행동주의 펀드 압박 수위 높아질 전망
    • 2010년 현대홈쇼핑이 상장했을 때 공모주에 투자해 지금까지 장기보유했다면 지금 수익률은 어떨까. 그 사이 코스피지수는 50%가량 올랐지만, 현대홈쇼핑 투자자의 수익률는 마이너스(-) 15% 수준이다. 상장할 때 약속했던 청사진은 거의 다 지켜지지 못했고, 주주가치 환원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권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국민연금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홈쇼핑의 연간 상각전이익(EBITDA)은 연간 1000억원을 넘어선다. 설비투자 비용이 들지 않아 1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매년 쌓고 있지만 배당성향의 변화는 크지 않아 '짠물배당'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기업이다. 현대홈쇼핑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현금 배당성향이 11.9%에 그쳤다. 2018년 현금배당금을 주당 1900원으로 2017년보다 200원 확대하긴 했지만 배당성향은 전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기다리다 지친 투자자들은 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대홈쇼핑에 칼을 겨누는 행동주의 펀드 중에서도 특히 미국계 투자회사인 돌턴인베스트먼트이 움직임을 계속 보이는 상황이다. 돌턴은 현재 현대홈쇼핑 지분을 2.5%가량 보유하고 있다.

      돌턴은 지난해 2~3월 국민연금공단과 현대홈쇼핑에 서신을 보낸데 이어 지난달 18일에도 주주가치 증대를 요구하는 서신을 현대홈쇼핑과 국민연금에 발송했다. 서신에는 현대홈쇼핑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거나 필요할 시 상장을 폐지하는 방안도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돌턴은 국민연금이 현대홈쇼핑에 만 7년간 투자해서 약 600억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돌턴 측 관계자는 "이달엔 추가적으로 서신을 발송할 계획이 없다"며 "국민연금도 외부와의 접촉을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주주총회를 앞둔 2~3월에 추가 서신 발송 등 현대홈쇼핑을 향한 압박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전망한다.

      현대홈쇼핑을 향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최근 주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상장 후 10여년이 지난 현대홈쇼핑의 주가는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수준이다. 2014년을 기점으로 주가가 내리막 신세를 면치 못한 데다, 지난 8일에는 상장 이래 최저치(장중 7만5800원)로 떨어지는 등 새해를 '악재'로 맞이했다. 당시 기업공개(IPO) 시장의 침체 우려 속에서도 당시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되는 등 높은 인기를 실감하던 모습과 대비된다.

      현대홈쇼핑이 배당뿐만 아니라 주가관리 등 주주가치 제고의 기본부터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상황이라, 결과적으로 에쿼티스토리(Equity story; 상장 청사진)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평가다.

      현대홈쇼핑은 IPO 당시 신규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현대홈쇼핑이 밝힌 공모자금의 사용 목적 중 신규사업(해외사업)에 대한 비중을 4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공교롭게도 해외사업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이렇다 보니 일부 기관들 사이에선 '현대홈쇼핑의 해외 전략 자체가 실패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홈쇼핑은 상장 후 꾸준히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성공 사례가 없는 게 그 까닭이다.

      현대홈쇼핑은 상장을 계기로 중국사업에 다시 도전했으나 2018년을 끝으로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홈쇼핑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익을 못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TV홈쇼핑업계 최초로 호주에 진출했지만 오픈 4개월 만에 자본잠식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4분기 별도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670억여원, 330억여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출만 놓고 보면 양호하지만 주가 반등의 기미가 없는 것은 짠물배당뿐만 아니라 결국 수년간 투자를 이어온 해외사업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홈쇼핑이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주가관리마저 안된다면 행동주의 펀드들에 압박의 빌미만 제공할 수밖에 없다"라며 "기업설명회(IR)나 미팅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들도 현대홈쇼핑에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지만 투자자들을 돌아오게 할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배당금을 조금씩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