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이사회 숫자 '상한선' 없어…조현아 측 공격에 '암담'
입력 2020.02.04 07:00|수정 2020.02.05 09:56
    상장사들은 경영권 방어 위해 정관에 '이사회' 숫자 한도 둬
    한진칼은 이 규정 빠져…'사외이사' 숫자와 비중만 명시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이사 늘리자'면 이사회 장악 가능해져
    그룹 내에선 자문 맡은 김앤장 성토…조원태 회장 측 '첩첩산중'
    • 조원태 회장 vs 조현아 전 부사장ㆍKCGI간의 경영권 분쟁을 앞두고 타깃이 된 한진칼이 '이사 수의 상한'을 정관에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회사 정관에 "사내ㆍ사외이사를 최대 몇 명까지 둘 수 있다"라는 조항이 빠졌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되면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이사회 구성원 숫자를 늘리자면서 이사회를 장악하는 전략이 가능해진다.

      이사 수 제한은 경영권 방어의 최소 요건으로 평가받는데 한진칼에서는 이 조항마저 부재한터라 조원태 회장 측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진그룹 내에서는 법률자문을 맡은 김앤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2일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현재 한진칼 이사는 '3인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 '사외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원은 최대 몇명까지 가능하다는 조항은 빠졌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측도 "한진칼 정관상에 사외이사를 과반 이상으로 두어야 된다는 규정은 두고 있지만 상한선은 없는 것이 맞다"라며 "현재로선 정관을 개정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는 수밖에 없다"라고 밝혀왔다.

      대개 상장사들은 정관에 "사내이사ㆍ사외이사를 포함해 7인 (혹은 8인)까지만 이사를 둘 수 있다"는 식으로 이사 수 상한선을 명기해둔다. 상한선을 두지 않으면 적대적 M&A를 노린 세력이 "이사회 숫자를 늘리자"면서 자신들의 새 이사후보를 대거 선임,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이사 숫자를 제한하는 것은 경영권 방어의 기본 요건에 해당된다.

      한진칼의 경우. 현재 이사회는 총 6인으로, 사내이사 2인 (조원태 회장ㆍ석태수 사장)와 사외이사2인 (이석우ㆍ주인기ㆍ신성환ㆍ주순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모두 조원태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이 중 3월말에 조원태 회장ㆍ이석우 변호사가 3년간의 임기가 만료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은 주주총회에서 이들 2인의 '연임'을 막고 자신들이 선임한 이사진 구성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 해도 한진칼이 다른 상장사처럼 '이사회 상한선' 조항을 보유했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이사회 장악은 어렵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2자리를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확보해도 여전히 남은 조원태 회장 측 인사 4인이 이사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행여 이사회 숫자를 최대 8명으로 늘린다고 해도 여전히 '절반'은 조원태 회장측 이사들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기존 이사들의 해임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다. 즉 ▲전체주식의 33.3% 이상 동의 ▲주총 참석 주식의 66.7% 동의를 얻어내야 해서 손쉽게 승리를 확신하기 어렵다.

    • 하지만 한진칼은 이런 상한선이 없다보니 문제가 복잡해졌다.

      일례로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이사회 수를 총 10인으로 늘리자'고 하면서 새로 신설될 이사 자리를 모두 우군으로 채울 경우. 최대 6인의 이사들을 확보, 단번에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사 신규 선임은 주주총회 '일반결의'를 거치면 된다. 즉 ▲전체 주식의 25% 찬성 ▲주총 참석 주식의 50% 찬성이면 가능한데 이미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의 지분율이 32%에 육박하고 있다. 추가로 다른 주주들을 조금만 끌여 들이면 기존 이사 해임은 못해도, 우군들로 새 이사들을 채워 넣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이사회 상한선을 설정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정관을 고쳐야 하는데, 시기적으로도 이미 늦은데다 통과여부도 불확실하다.

      결국 한진칼이 일찌감치 이사회 상한선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이를 간과한 것이 큰 '패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다보니 한진그룹 내에선 당시 지주사 전환 업무와 정관 검토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한 성토도 나온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대한항공을 인적 분할해 한진칼을 설립해 지주사 전환을 마쳤고 이 과정은 김앤장이 담당했다. 이 무렵 신설법인 한진칼 정관이 새로 만들어졌지만, 해당 조항과 관련한 논의가 미비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한진칼 정관은 대한항공 인적분할 과정에서 전적으로 대한항공 이사회와 주총에 판단에 따라 결정됐으며, 그간 한진칼 측에서 불만 제기를 받은 적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하면 이들은 곧바로 한진칼이 지배하는 대한항공 주식에 대한 의결권까지 곧바로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시기적인 난관은 남아 있다. 올해 3월의 경우 지주사 한진칼 주총에 앞서 자회사 대한항공 주총이 열릴 것이 확실시돼 최소 1년여간은 조현아 부사장 등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낮다.

      결과는 오는 3월 표 대결을 통해 확정될 전망이다. 과거 한진칼 주총 참석률이 70%를 훌쩍 넘긴데다 올해 사안이 커서 참석률이 80%라고도 된다고 가정할 경우. 조원태 회장 측이든,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든 40%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로선 우호지분 포함해 32.06% 지분을 확보한 조현아 전 부사장이 확실히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필사적인 우군 확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