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진출 임박 '카카오'…수익성보단 '돈 되는 데이터' 확보가 핵심
입력 2020.02.05 07:00|수정 2020.02.04 18:30
    '플랫폼 접근성' 무기지만 증권업 시너지는 '반신반의'
    증권사들 비대면 대비해온 상황서 '메기' 역할 제한적
    증권수익보단 '금융데이터' 확보 측면에선 의미 있어
    IT업계 '돈 되는 데이터' 축적 경쟁서 '우위' 기회 확보
    • '테크핀(TechFin)'을 앞세운 카카오가 은행업에 이어 증권업에도 본격적으로 손을 뻗게 됐다. 증권업계의 수익 판도가 '자본력'에 좌우되는 점을 고려하면 파급력이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있는 반면, 카카오가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성장함에 있어선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란 시각도 공존한다. 정보기술(IT) 기업이 금융사와 경쟁해 단기간 내 승기를 잡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소위 '돈 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은 카카오가 '한 수 위'라는 점에서 증권뿐만 아니라 IT업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진단이다.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은 오는 5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현 시점에서 통과 여부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그런 만큼 이날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가 최종 승인되면, 카카오 측도 사명 변경 신청 등 후속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카카오가 가진 플랫폼의 접근성이 막강하다는 점에 대해선 시장에서도 이견이 없다. 지난해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카카오페이의 플랫폼 위력은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고객 유치에 충분히 위협이 될만한 요소라는 진단이다. 시장에서 '메기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하지만 접근성과 별개로 카카오의 '증권업 시너지'에 대해선 시장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카카오의 강점인 '비대면 경쟁력'을 이미 증권사들이 강화해온 만큼, 카카오가 수익 창출을 위한 틈새를 찾기가 녹록치 않을 수 있단 지적이다.

      카카오뱅크가 '메기'가 될 수 있었던 공인인증서 폐지 등 해묵은 관행을 무너뜨린 공이 컸다. 은행업에 대한 규제가 강한 상황에서 시중 은행들의 변화가 소극적이었던 부분을 건드렸고, 기존 플레이어를 '따라가는 입장'으로 전락시킨 게 그 까닭이다.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카카오가 증권업계에서 '신선한 바람'이 될 카드가 많지 않다는 진단이다.

      손쉽게 접근 가능한 환매조건부채권(RP)과 같은 단기금융상품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더라도,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력에 좌우될 수 있는 투자은행(IB) 부문 등에선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장 기존 증권사들과 카카오 측이 펼칠 경쟁은 수수료나 CMA 금리 등의 '출혈경쟁'일 것"이라며 "카카오라는 플랫폼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승산이 전혀 없는 게임은 아니지만,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위탁매매에서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등으로 옮겨간 점에서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이 수익 측면에서 '알짜'가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카카오가 쉽지 않은 '증권업'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단순한 증권사 수익 창출보단 '금융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의 목표가 국내 1위 증권사가 아니라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플랫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분석이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이 이미 금융산업에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카카오를 포함한 다수의 IT 기업들이 금융업 진출에 활발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다. 단기간 내 '승기'를 잡기 위해서라기보단 사용자들의 돈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소위 '돈 되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이 있다는 진단이다.

      카카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데이터3법' 개정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이터3법은 쉽게 말해서 기업이 개인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개인정보를 상업행위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산업이 '고객 맞춤 정보' 싸움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진 셈이다. 증권사들이 그간 마케팅과 고객 유치에 적잖은 노력을 쏟아온 것에 반해, IT 기업들은 비교적 손쉽게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은 단순히 기존의 '문어발식 도전' 정도로 해석하기보단 사용자의 데이터를 조합해 기존 금융사보다 더 정확하게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빅데이터 역량 강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라며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데이터는 고객들의 '지갑을 열리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은 다른 IT 경쟁사 대비 금융데이터 축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