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發 변동성 확대에 ECM 발행시장도 '긴장'
입력 2020.02.10 07:00|수정 2020.02.07 22:48
    신종코로나 확산에 국내외 증시 불확설성 '확대'
    1분기 예정 대어급 유상증자 및 IPO 흥행 불투명
    메자닌은 라임사태에 증시 불확실성까지 이중고
    실적악화가 발행시장 위축으로 악순환될 여지도
    •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국내 주식자본시장(ECM) 플레이어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주식 발행 조달이 많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지만, '찬물'이 끼얹어졌단 반응이다.

      2000년 이후 글로벌 감염병 공포가 경기 방향성을 바꾼 경우는 없었지만, 확산 속도가 빨라 공포심이 커진만큼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첫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3% 가까운 급락을 기록하는 등 우한 폐렴 사태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코스피 공포지수(KOSPI Volatility)는 31일 하루 동안에만 2% 넘게 급등해 19선에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폭락장 이후 최고 수치다. 증권업계에서도 변동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발행시장 역시 매년 누리던 '연초효과'를 노리기보단 일단 '관망'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단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이연된 기업공개(IPO) 거래 중 1월에 공모를 진행한 기업이 5곳(스팩 제외)이었지만, 올해는 1곳에 불과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도 1월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다음달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그나마 의지가 있는 SK바이오팜과 호반건설을 제외하곤 연내 상장 유무를 단정하기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는 통상적으로 발행시장의 '흥행'과 연결된다. 수요예측이나 청약 경쟁률은 업태의 매력뿐만 아니라 시장의 투자심리에 좌우되기도 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올 1분기에 유상증자나 IPO를 예정한 발행사들의 흥행이 다소 불투명해졌다고 보면서, 일부 발행사와는 일정을 조욜 중인 상황이다.

      바이러스 이슈가 발행시장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4000억원 규모의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못한 데다 증시 변동성이 큰 만큼 발행예정가(1만8150원)보다 주가가 낮아질 여지도 남은 까닭이다. 실제로 1차 발행가액 산정 기산일(1월29일)을 기점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2차 발행가액 산정 기산일의 주가가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유상증자 발행 규모만 보더라도 IB들의 이 같은 우려가 '합리적 의심'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유상증자 규모는 16조910억여원으로 총 1053건에 불과했다. 규모는 전년 대비 30.2% 급감했으며, 건수도 같은 기간 16.2% 줄어든 셈이다. 작년에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Brexit) ▲한·일 수출 규제 분쟁 등이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였을 때 기업들이 주식 발행을 통한 조달을 꺼렸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이 2월 중반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동안 상승세를 타다 꺾인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부정적 이슈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떨어질 때는 가파르게 떨어지지만, 회복될 때는 그보다 속도가 더딘 편"이라며 "바이러스 이슈가 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주지만 그 여파는 예상보다 오래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발행사와 증권사들도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메자닌 발행은 유상증자나 IPO보다도 여건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라임 사태'로 메자닌 차환발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인 데다, 투자자들이 주식전환 권리보단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바이러스 리스크로 증시 변동성까지 확대되면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더 낮아지기 때문에 주식전환을 포기하고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더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분위기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점도 발행시장에 '악순환'을 초래하는 대목이다. 중국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공장 가동 중단뿐만 아니라, 중국 부품 공장들의 가동 중단에 따른 재고난이 국내 생산의 차질을 빚게 만드는 등의 간접적인 여파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의 소비가 타격을 입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가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보는 점도 이 같은 복합적인 부분과 맞물리는 까닭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IPO나 메자닌 발행사의 경우 대기업 벤더사들이 많고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에 공장이 있는 경우도 제법 있다 보니, 담당 IB들도 발행사들의 현황을 점검하는 상황"이라며 "증시가 흔들리는 것은 단기적 충격이라 치더라도 이 여파가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경우 하반기 발행시장 위축으로 또 악순환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