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실사 윤곽 나왔지만…TRS 둘러싸고 '갑론을박'만
입력 2020.02.11 07:00|수정 2020.02.10 17:26
    라임운용 문제 母펀드 중 2개 손실률 40~50%
    회수율 윤곽에도 투자자 구제 향방은 터널 속
    TRS 증권사 빠지며 실효성 있는 논의 '제한적'
    금감원의 무소불위 권한, 투자자 구제 악영향
    •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자산 회수율 윤곽이 드러났지만, 투자자 손실 구제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개인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손실 규모'의 관건이 될 총수익스와프(TRS)에 대한 의미 없는 '갑론을박'만 이어지고 있다.

      판매사 등에선 TRS 증권사(신한금융투자·KB증권·한국투자증권)에 손실 분담을 희망하는 반면, 증권사들은 TRS 관련 법대로 권리를 이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금감원에 대한 신뢰 상실이 실효성 있는 협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일회계법인은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모(母)펀드 3개 중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대한 회계 실사 결과를 최근 라임운용 측에 전달했다. 라임운용은 이르면 오는 14일 상환 및 환매연기 펀드의 예상손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모사채를 주로 편입한 플루토 FI D-1호의 자산 회수율 하단은 약 50%,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투자한 테티스 2호의 자산 회수율 하단은 60% 선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환매 중단 액수가 플루토 FI D-1호는  9000억여원, 테티스 2호는 2000억여원인 것을 감안하면 회수 금액은 각각 4500억원, 12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모펀드들과 연계된 173개 자(子)펀드 가운데 TRS 계약을 맺고 있는 29개 펀드는 회수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이번 실사를 통해 투자자 손실 규모가 윤곽이 드러났지만 실효성 있는 구제 방안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태다. 개인투자자의 손실 규모를 좌우할 TRS 우선상환과 관련된 협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라임운용은 판매사 16곳과 함께 TRS 증권사 3곳에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자산 회수와 분배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TRS 증권사들은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TRS 증권사들의 손실 분담부터 TRS 원금은 회수하되 수수료 및 이자를 축소하는 가능성 등 여러 이야기가 난무하고는 있지만, 정작 해당 증권사들은 관련 논의에서 빠져 있는 상황인 셈이다.

      증권사들이 라임 펀드 회수율 윤곽에도 협의를 꺼릴 수밖에 없는 건 일단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협의에 나서봐야 결국 얼마나 양보를 할 것인가로 논의가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원천적으로 협의 테이블에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는 배경으로는 금감원이 꼽힌다. 양보를 감내할만한 '신뢰'가 형성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증권사들의 TRS 증거금 회수에 직접 개입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TRS 계약서가 엄연히 존재하기에 법과 규정에 따라 증권사들의 우선상환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감원 입장에선 국민 정서와 정부 눈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증권사들이 자발적 양보를 하게끔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증권사들이 '협의체에 뛰어드는 건 사실상 우선상환권 포기와 다름이 없다'라고 판단하고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무소불위 권한이 오히려 투자자 구제에 악영향을 미친 꼴이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도 TRS 증거금 회수와 관련해 직접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관련 비용 최소화를 포함해 여러 협조를 당부하면, 증권사들은 이 같은 금감원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TRS를 회수하지 못하면 '배임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할테고 결국 책임은 해당 증권사 실무자 등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어, 증권사들도 'TRS와 관련해 법과 규정에 따라 권리와 의무를 다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