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본사 뚫리면 끝장'…'컨틴전시 플랜' 보강 필요성 대두
입력 2020.02.14 07:00|수정 2020.02.14 00:38
    본사 폐쇄 등 컨틴전시 플랜 미흡한 편이란 '자성 목소리'
    미래證 등 일부 제외하곤 직원 수용 '대체업무공간' 미흡
    주요 데이터 본사서 관리…본사 마비 시 금전적 손실 우려
    • "한 층을 폐쇄하는 수준의 컨틴전시 플랜은 있지만, 본사 건물 전체를 폐쇄하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 증권사는 몇 곳 없을 겁니다."

      증권업계에서도 신종코로나 확산 등을 계기로 좀 더 구체적인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수의 증권사가 핵심 데이터를 본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혹여나 본사 전체가 마비됐을때 예상 이상의 대규모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까닭이다.

      신종코로나 확산세가 여의도로도 번지며 지난 6일 신한금융투자 건물 입주사 직원 중 신종코로나 관련 자가격리 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바이러스 이슈 사안에 따라 '본사 봉쇄'가 가능성에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종은 다르지만 GS홈쇼핑의 '본사 폐쇄'를 보더라도, 이와 관련된 컨틴전시 플랜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금융지주는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투자하는 것에 반해, 증권사들은 관련 투자가 미흡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를 고객자료 등을 함부로 외부에 유출시키는 게 불가능한 점을 감안했을 때, 백업용 데이터센터 활용이나 '제2 본사' 투자 등도 중장기적 안목에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컨틴전시 플랜은 우발적인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경영기법이다. 자연재해부터 국가 간 전쟁이나 분쟁, 유가·환율·증시의 급격한 변동, 대규모 노사분규, 현지 정부의 국유화 등 우발적인 사태가 전개될 경우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다. 감염성이 높은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다시 중요 사안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은행금융지주 등을 비롯한 대형 금융회사들은 인재개발원(연수원)이나 데이터센터 등을 활용한다. 연수원도 한 곳이 아니라 복수의 장소에 설치하고, 그곳에서 업무 처리가 가능하게 시설을 마련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제도적인 수준에서만 컨틴전시 플랜을 보유하고 있다. 실무적인 준비성 부분에서 '빈틈'도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대형 및 은행계 증권사들은 컨틴전시 플랜이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지만, 본사를 대체할 업무공간을 여러곳 마련해놓고 매뉴얼을 갖춘 곳은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하면 손에 꼽힌다는 진단이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컨틴전시 플팬은 비상 시 부서 내 핵심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최소 인력 산출이나 소독제 배치 정도다. 그나마도 본사 전체 폐쇄 등의 최악의 경우를 고민한 흔적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한 층'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대비는 지금도 고려되고 있지만 '건물 전체'가 통제됐을 때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수의 증권사가 컨틴전시 플랜 초점이 '최소 인력 배치'에 맞춰져 있다"라며 "가령 금융지주는 데이터센터도 수도권에 따로 있어 계열 증권사 정보는 상시 백업 중이지만, 그 밖의 증권사는 본사 전체가 통제됐을 때를 대비한 매뉴얼이 미흡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 특성상 은행에 비해 창구의 기능이 약하고 '본점'에 주요 업무가 집중되어 있다. '컨틴전시 플랜’ 보강이 더욱필요한 이유로 지목된다. 증권사들의 수익을 견인하는 영역만 놓고 보더라도 본사 기능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을 견인하는 사업은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은 IB 부문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국내외 부동산 및 해외대체투자 등 IB 부문이 실적 증가를 견인하는 실정이다.

      IB 관련 주요 데이터는 본사에서 관리된다. 보안과 접근성이 높으며 모든 직원이 열람 가능한 데이터도 아니다. '제2 본사' 구상이나 '서브 데이터센터 구축' 등의 컨틴전시 플랜에 대해 논의되는 것도 이런 부분에서 기인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데이터의 '보안'이 중요한 만큼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직원들이데이터를 함부로 회사 밖에 반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데이터 백업뿐만 아니라 어떤 성격의 우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금전적 손실 등 '배임 여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기엔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