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삼성, 노조 대응은 아직 초보?
입력 2020.02.18 07:00|수정 2020.02.19 10:05
    차등 '격려금' 지급 두고 논란 팽팽…'공지' 방식도 도마위
    "사실상 나가라?" vs "경영상 당연한 방침"
    실적 저하에 타 IT기업들도 성과급 고민 깊어
    • "중소형 사업부에 기본급 100% 수준의 백화점상품권 지급“

      ‘관리의 삼성’으로 불렸던 삼성그룹이 계열사 노사 문제에선 연이어 삐걱거리고 있다. 삼성그룹 내 무노조 경영에 대한 사회 전반의 감시망은 커졌고, 각 계열사들도 연쇄적으로 노조출범을 알리며 그룹차원 노사 관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미숙한 소통 방식이 오히려 노조 설립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둘러싼 내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2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으로 올해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을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구성원들의 비판에 직면하자 모바일 OLED 사업부가 포함된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부엔 ‘격려금’ 형태로 기본금 100% 수준의 백화점상품권을 지급하겠다고 변경해 공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표이사 서신이다 보니 전사로 다 보낸 게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를 개별, 혹은 사업부별 별도 전달이 아닌 ‘대표이사 서신’ 형태로 전 사원에게 공지한 점이다. 성과급은 물론, 이번 격려금에서도 제외된 LCD를 포함 대형디스플레이 사업부 구성원들도 대표이사를 통해 일종의 ‘차별 대우’를 직접 공지 받은 셈이다. 곧이어 인사팀도 “금번 격려금은 19년 경영실적을 고려하다보니 대형사업부 및 양사업부를 모두 지원하는 공통조직은 지급이 어렵게 되어 임직원들의 양해를 바랍니다”고 공지했다.

      LCD 업황 부진과 중국 경쟁사들의 부상으로 수년 째 실적 악화를 겪으며 대형 사업부 구성원들은 사기가 떨어졌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OLED 사업부와의 처우 격차 등으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사실상 불을 붙인 것 아니냐는 평가다. 그룹 관계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LCD 사업부 구조조정을 위한 의도적인 전략 아니냐”,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격려금을 더 주자는 기조였는데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이 반려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사내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고지 방식을 두고 임직원 사이에선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일정 정도 이익을 낸 석유화학사업부와 적자를 기록한 배터리사업부 간 성과급 차등을 뒀지만, 어디까지나 사내 구성원들에게 개별 통지 형태로 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전원 공지가 아닌 사업부별 차등 공지에 나설 경우 부작용이 더 컸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의 원칙 자체를 무조건 비판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성과급이 없다고 공지한 후 일부 사업부만 따로 챙겨주기보단 차라리 후폭풍을 감수 하더라도 투명하게 공지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급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설립에 속도를 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17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며 출범을 알렸다. 노조 측은 예비 조합원 투표를 거쳐 약 60%의 찬성률로 한국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노조 설립을 추진 합의했다. 조합 설립 일정을 공유하는 SNS(네이버 밴드) 가입자는 14일 기준 약 3500명에 육박했다.

      일각에선 SK그룹을 비롯한 경쟁사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 성과급 지급 여부와 이로 인한 여파에 촉각을 세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일 산업군은 아니지만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2018년 20조원에 달한 영업이익이 지난해 3조원까지 하락했지만, 인재 유출 등을 막기 위해선 조직원을 다독여야 할 상황이었다. 결국 성과급은 없지만 D램·낸드플래시를 포함한 전 사업부에 기본금의 400% 수준의 특별 기여금 지급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