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파장…HDC, 아시아나 인수 철회 가능성 솔솔
입력 2020.02.26 07:00|수정 2020.02.27 16:50
    우한 코로나 장기화 시 영업·현금흐름 악화 불가피
    2조 신규자금 들어가도 차입금 갚기에 빠듯할 수
    지금 손절이 유리?…인수 철회 때에도 부담 많아
    •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후 우한 코로나(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를 맞았다. 청사진은 어그러졌고 파장이 얼마나 확산할 지도 점치기 어렵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거래 무산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 M&A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시나리오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그간의 계획이 모두 틀어지면서 고심이 깊어졌다. 그룹 고위층에서도 인수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사 측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수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특별히 입장이 바뀐 것도 없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말 구주 인수 3228억원, 신주 인수 2조1772억원 등 총 2조5000억원 규모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에도 재무부담 우려와 과다한 지급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새로운 국정항공사 대주주 탄생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분위기는 계약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급변했다. 인수계약 체결 후 우한 코로나가 확산하며 아시아나항공 기업 가치가 급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관광 위축 여파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동남아시아 노선까지 큰 타격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전체 노선 중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노선 비중은 80%에 달한다. 세 지역의 매출 비중도 절반에 이른다.

      우한 코로나가 과거 사스나 메르스 국면처럼 2~3개월간 기승을 부릴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출이 4~5%가량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은 6조원을 달성하지 못했고, 4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가 매출 원가나 판관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예상대로 매출이 5%인 3000억원만 줄어도 영업손실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사태가 진정돼도 상반기 영업은 물건너갔기 때문에 적자 규모가 4000억~5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현금흐름도 꼬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사스나 신종플루 사태를 겪은 다음해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2000억원가량씩 줄어들기도 했다. 정상 영업을 할 때도 자금 부족에 허덕였는데 현금흐름이 줄면 차입금 만기 대응도 어려워진다.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될 2조1772억원이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 등의 영구 전환사채(CB) 5000억원(이자 별도)을 먼저 갚아야 하고, 그 외에도 6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갚을 계획이었다. 산업은행은 상환은 회사의 의지에 달렸다지만 고금리, 금리 스텝업 조항, 유상증자 최저 한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먼저 상환해야 하는 돈이다.

      여기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도 대응해야 한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1조6000억원가량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산업은행 지원금을 뺀다 쳐도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상황, 항공업에 대한 투심 악화, 불투명한 우한 코로나 종결 전망 등을 감안하면 차환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즉 2조 이상의 자금 대부분이 차입금 상환에 쓰일 수 있는 상황이다. 영업손실이 나면 그대로 또 현금이 날아간다. 이 시국에 회사가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사태가 장기화하는 만큼 대주주의 현금 투입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수자 측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비상대책(Contingency plan)을 마련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한 코로나가 매각자 측의 귀책은 아니기 때문에 계약 조건을 바꿀 여지는 크지 않다. 비상대책이라면 극단적으로는 인수 계약을 취소하는 방안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한다면 2500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에스크로에 예치해 둔 계약금이고 전체 거래대금의 10% 규모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우한 코로나 사태가 극히 길어질 경우의 파장과 지원 부담을 감안하면 지금 손절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수업료라 치기엔 금액이 적지 않고, 정부 주도 거래인 만큼 무산 시 부담도 만만찮다는 부담도 거론된다.

      현재로선 이번 거래 당사자들은 시장에서 제기되는 M&A 무산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별다른 변동 상황은 없고 현재 PMI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역시 “(거래 무산) 소문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협상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이야기는 현재로선 사실무근이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