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ㆍ약세장에도 주식거래 급증…'반짝' 돈 버는 증권사
입력 2020.03.03 07:00|수정 2020.03.04 10:45
    코로나19 확산 속 우량 종목들 주식 거래대금 증가
    일평균 거래대금 12조원 넘으며 2018년 이후 최대
    폭락장은 '저가매수 기회'라는 학습효과 눈에 띄어
    •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와는 정반대로, 국내 증시 거래 규모가 2월 들어 크게 늘었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쌈짓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우량주 저가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하락장에 수익이 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Inverse ETF)를 매수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인한 증시 변동성을 '투자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다.

      덕분에 2017년 활황장 이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증권사 브로커리지 부문에도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 금융상품 사고,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전 금융권이 우울한 표정인 가운데, 증권사만 천수답(天水畓)에 비가 오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브로커리지 수익 구조상 언제 비가 그칠 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국내에서 코로나19 리스크가 더 확대된 2월에는 거래대금 증가 폭이 오히려 더 커지는 추세다.

      연초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내 주식시장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다. 특히 2월 중순 이후 국내에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투매하고 있다. 24일부터 사흘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만 2조4200억여원에 이른다. 24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3.87% 폭락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 증시 일일 거래대금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개인을 비롯한 투자주체들이 소극적인 매매 행태를 보이는 까닭이다. 그러나 올해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변동성 증시 속 주식 매매가 잦아지면서 오히려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증권업계에선 우량 종목을 중심으로 한 코스피 거래대금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8년 6조5000억여원에서 지난해 5조원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지금은 7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거래는 주요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주말을 기점으로, 이번주 3거래일(2월24~26일) 연속 일일 2300만~2600만주의 거래량을 보였다. 하루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1조4000억원 안팎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거래대금 확대 폭이 눈에 띈다. 지난 17일 1250억원 수준이던 거래대금은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뒤 6000억원대로 늘어났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와 별개로 우량 종목에 대한 주식거래는 2~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연초에 코스피 지수가 2200선을 상회하는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을 사고 싶어도 못산 투자자들이 저가매수 기회로 삼는 분위기"라며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대표 우량 종목들은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있다 보니 하락장에서도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움직임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증권업에서는 일평균 거래대금은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증권사의 전통 수익원인 위탁수수료가 거래대금에 의해 결정돼서다.

      일례로 코스닥이 급등세를 보였던 2017년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원에 육박했다. 이 시기 국내 증권사들은 수탁수수료 규모가 4조원으로 전년대비 8% 성장하는 등 역대 최대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주식 거래가 다시 활황이다보니, 증권업계에서도 연초부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이익 및 자산관리(WM) 부문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증권사별로 상이하지만 특히 WM 부문 내 주식 비중이 클수록 거래대금 증가가 실적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품 판매 등 금융거래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주식 브로커리지 분야의 '나홀로 활황'은 결국 주요 금융그룹 올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거란 지적이다. 특히 은행의 성장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비은행 전략이 증권 위주로 이뤄질 가능성 등이 언급된다.

      물론 브로커리지 특성상 언제 수치가 고꾸라질지 모른다는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상승장일 때보다는 하루는 오르고 하루는 내리는 변동성 장일수록 주식 거래가 잦아지면서 거래대금이 증가하곤 한다"라며 "다만 바이러스처럼 시장에서 단기적인 충격 요인으로 인식되는 경우일 땐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만, 중장기적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거래대금도 감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