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 선정 임박…매각 측 눈높이는 10조?
입력 2020.03.06 07:00|수정 2020.03.09 10:51
    주관사 선정 막바지 단계…CS 포함 글로벌 IB 소수 거론
    매각측 희망가 8~10조원 거론…해외 매각도 자신 중
    오픈 마켓 모델 지속가능성·가격 둔 논란은 고민거리로
    • 옥션, G마켓 등을 보유한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등장했다. 이베이 측은 곧 주관사 선정을 마친 후 국내외 인수 후보들을 추려 본격적인 인수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아직 극초기 단계이지만, 매각 측은 국내 뿐 아닌 해외 업체로의 매각 가능성도 자신하며 최대 8조~10조원의 매각가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을 둔 눈높이에 더해 이베이코리아가 꾸리는 '오픈마켓' 모델에 대한 가치평가까지 겹쳐 양측간 기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Ebay)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돌입했다. 현재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력한 가운데 골드만삭스 등 소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두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베이 측은 국내 전략적투자자(SI) 뿐 아니라 해외 유통업체를 비롯한 SI, 글로벌 PEF 등 광범위한 인수군을 초청해 매각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주관사 선정 과정에도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에 가점을 줄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측은 지난해 거래액(GMV) 16조원의 약 50%~70%를 매각 가격으로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8조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가격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매각 결정에 이베이 본사에 대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펀드의 비주력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요구가 반영된 점을 고려할 때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협상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베이는 지난 2001년 옥션을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한 데 이어 2009년엔 G마켓을 인수해 단숨에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선두 업체로 올라섰다. 지난해 상반기 거래액 기준 시장점유율(13.5%) 1위를 유지하며 쿠팡(11.9%), 11번가(8.0%), 위메프(4.9%), 티몬(3.1%) 등 경쟁사에 비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쿠팡 등 다양한 이커머스 분야 경쟁사가 등장했지만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상반기 거래액 기준 시장점유율 13.5%로 여전히 이커머스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커머스 중 이베이코리아가 유일하게 안정적 이익을 내고 있는 점도 매력 요소로 거론된다. 2018년 매출 951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매 년 5%가량 매출 성장세를 유지해온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매출 약 1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영업이익이 2015년 801억원에서 2016년 670억원, 2017년 623억원, 2018년 486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든 점은 고민거리다.

      한 이커머스업계 고위 관계자는 "2018년, 2019년 2년 연속 이베이코리아가 본사의 사업 계획을 맞추지 못하면서 본사 내부적으로도 한국 시장에 대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있다"라며 "매년 흑자기조는 유지해온만큼 사실상 캐시카우(CashCow) 제 값을 받을 마지막 기회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에선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MBK파트너스·IMM PE 등 리즈널 사모펀드(PEF) 등도 후보로 점쳐진다. 매각 측은 매각가 극대화를 위해 인수 후보를 국내로 한정짓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전해진다. 이를 고려할 때 글로벌 유통업체 혹은 PEF 운용사의 초청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매각 측의 높은 눈높이, 쿠팡·SSG·마켓컬리 등 자체물류를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과의 차별화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벌써부터 우세하다.

      이커머스업체의 거래액(GMV)를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 선정은 뚜렷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투자유치 시기마다 논란에 섰다. 지난 2018년 11번가가 H&Q·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을 땐 거래액(당시 9조원)의 0.24배 수준인 2조2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인정됐다. 반면 지난해 넥슨코리아의 위메프 투자에선 거래액(5조원)의 0.6배 수준인 3조원의 기업가치가 적용됐다.

      당시 11번가 투자가 SK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들에 회수를 약정해준 사실상 대출성 거래였던 점을 반영하면 당시 기업가치가 과소 평가됐다 볼 수도 있다. 반면 위메프 투자가 허민 위메프 대표와 김정주 넥슨 회장간 친분에 의해 이뤄진 거래인 점을 반영하면 0.6배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트랙레코드가 사실상 전무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거래가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업종은 다소 다르지만 딜리버리히어로(DH) 측이 배달의민족 인수 당시 적용된 기업가치는 GMV의 약 0.6배 수준이었다.

      이베이코리아의 사업모델의 성장가능성을 둔 논란도 관전 거리다. 오픈마켓 모델은 판매자(셀러)와 구매자(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중간에서 판매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거둔다. 반면 쿠팡, 마켓컬리, SSG을 비롯한 경쟁사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재고를 사입하고 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풀필먼트(Fulfillment) 비즈니스를 표방하고 있다. 전자는 큰 출혈 없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후자는 당일배송·신선배송 등 기존과 다른 소비자 경험을 제공한단 측면에서 대치하고 있지만 여전히 승패가 나뉜 상황은 아니다. 이번 M&A에서 드러날 원매자들의 움직임에 양 모델에 대한 시장의 '중간평가'가 내려질 것이란 설명이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매 년 조단위 적자를 기록해온 쿠팡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둔 시장의 의구심은 이어지고 있지만 판매처가 배송에서 문제해결,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풀필먼트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이 점차 쌓이고 있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라며 "어쩌면 GMV를 기업가치에 대입하는 평가방법은 자체물류 사업군으로 한정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