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기대 커진 롯데케미칼, 업황 부진은 용인해도 M&A 부진은 문책?
입력 2020.03.09 07:00|수정 2020.03.10 10:17
    '모빌리티·친환경' 키워드로 M&A 매물 탐색
    M&A 전담 조직 신설 밝히기도…"신사업 집중"
    1년만의 리더십 교체 둔 설왕설래…히타치케미칼 무산 여파?
    재무여력은 충분 평가…높아진 몸값은 부담요소로
    • 신동빈 회장 복귀 이후에도 M&A 시장에서 지지부진했던 롯데가 올해는 각 계열사를 중심으로 반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 중추인 롯데케미칼은 연초부터 적극적인 M&A 검토를 선언하며 ‘빅딜’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선 석유화학 본업 실적보다 M&A 성과가 경영진의 인사평가에도 더욱 비중이 크게 반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내부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와 '친환경'에 연관된 포트폴리오 강화를 두고 적극적인 M&A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모빌리티 분야에선 롯데그룹이 국내 5대그룹 중 유일하게 뚜렷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해 사업부 형태로 두면서 일부 기초 소재분야 역량를 강화했고, 그룹 계열사 롯데알미늄 등도 일부 소재를 공급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진 못한 상황이다. 친환경 부문에선 그룹차원에서 최근 ESG 강화 기조에 맞춰 친환경·석유 리사이클 관련 사업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열린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올해 키워드를 M&A로 제시했다. 회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인수합병(M&A) 검토를 위한 신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스페셜티’ 업체들을 대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스페셜티 사업 비중을 높이고자 M&A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 중”이라 언급했다.

      롯데케미칼의 본업인 화학사업은 최근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엔 2017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1조12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도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힘든 분위기다. 회사도 2022년까진 업황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공식화하기도 했다.

      다만 그룹 내에선 신동빈 회장이 화학 본업의 업황 부진보다 뚜렷한 M&A 성과가 없는 점을 더 추궁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부문 대표 역시 신동빈 회장, 황각규 부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인사로 주로 해외 M&A에서 역량을 쌓고 성과를 올려왔다. 이 때문에 지난 2018년 롯데지주에서 롯데케미칼 대표로 부임한 인사를 두고도 굵직한 M&A 성사에 힘을 실을 것이란 평가가 있어왔다.

      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노무라증권에 있다가 귀국해 경영수업을 본격적으로 받은 곳이 롯데케미칼”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되는 화학사업의 사이클을 잘 알다보니 실적 부진을 두고 독촉하기보단 오히려 M&A 성과에 더 관심을 쏟고 독려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성과는 전무했다. 롯데케미칼은 조단위 규모 빅딜인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현지 업체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본 쇼와덴코가 약 9600억엔(약 10조2200억원)을 들여 지분 100% 인수를 추진 중이다. 당시 내부적으로 보수적인 재무 운영을 강조해왔던 신동빈 회장이 사실상 유일하게 직접 적극적으로 챙긴 거래로도 회자했다. 인수 시기 최고조였던 한·일갈등 문제도 있었지만, 가격 측정 등 내부적으로도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타이탄 인수전 등에서 롯데그룹은 경쟁사를 압도하는 가격을 제시하며 시장에서 화제였다.

      이번 통합 롯데케미칼 인사에서도 M&A 무산을 둔 일부 경고성 메시지기 있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까지 롯데케미칼을 이끌던 임병연 대표(부사장)가 올해 통합 이후 사업부문 공동대표로 유임된 점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사업부문으로 피흡수합병된 이영준 롯데첨단소재 대표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임 부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김교현 화학BU장이 통합 롯데케미칼 수장을 맡으며 3인 체제로 경영진 변화를 단행했다.

      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이 순차입금 없이 순현금상태를 유지하는 등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만큼 실탄 확보 측면에선 이미 준비를 갖췄다고 본다. 당장 경쟁사인 LG화학의 순차입금이 6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조단위 M&A를 단행할 여력은 충분하다. 배터리 음극재분야 글로벌 수위권 업체인 히타치케미칼 사례처럼 미국과 일본 내 굵직한 소재 업체들이 1순위로 꼽히지만, 모빌리티 분야 매물들의 몸값(Valuation)이 이미 치솟은 점은 고민거리다.

      한 롯데케미칼 담당 애널리스트는 "2018년만 해도 임병연 부사장을 M&A 전문가란 명목으로 그룹에서 전격적으로 내려보냈는데 결과적으론 1년도 안 돼 3인 공동체제로 리더십이 교체됐다"라며 "시장에선 문책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올해 M&A 성과에 대한 경고음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