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사활 건 '리츠' 상장, 까다로워진 눈높이에 옥석가리기 불가피
입력 2020.03.16 07:00|수정 2020.03.13 17:44
    올해 다양한 리츠 쏟아져…'옥석 가리기' 본격화 전망
    예년의 인기 이어질지 반신반의…장밋빛보단 과도기
    •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7개)보다 많은 수의 리츠가 올해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면서, 예년에 비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에셋(자산) 성격과 리츠 구조 등에 따라 흥행에 실패하는 리츠도 나올 것이라는 진단이다. 청약에 8조원에 육박하는 증거금이 몰리는 등의 인기가 올해도 이어질지는 반신반의하는 시각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켄달스퀘어리츠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마스턴자산운용서유럽리츠 ▲이지스밸류오피스리츠 ▲이지스레시던스리츠 등 공모 금액만 1000억원 이상인 리츠가 6개 이상이 잇따라 대기 중인 상황이다. 이들이 올해 상장에 성공한다면 리츠 공모 규모만 2조원이 훌쩍 넘어서는 셈이다.

      리츠 공모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인 만큼, 증권사들도 공모리츠를 '새 먹거리'로 판단하고 저마다 리소스 투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외형상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는 곳은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이라는 평가다.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기업금융(IB)3 부문에 리츠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며 일찍부터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리츠금융본부로 규모를 키워 IB1 부문에 편입시켰으며,  IPO 업력이 긴 기승준 상무를 공모리츠본부장으로 이동시키는 등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립한 첫 리츠를 올해 상장시키기 위해 추진 중이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리츠사업부와 리츠금융부 등을 신설했다. 현재 메리츠증권과 함께 제이알글로벌리츠 주관 업무를 맡고 있으며,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IPO 대표주관을 맡는 등 리츠 상품 개발 및 리츠 주관 업무를 위한 접점을 쌓는 상황이다.

      삼성증권도 올해 IB 부문 내 리츠 TF를 구성하고 관련 인력들을 배치하는 등 변화가 진행 중이다.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리츠 담당 인력을 한 데 모아 하나의 임시조직을 구성한 상태다. 해당 조직은 대체투자본부 산하에 소속되며 향후 성과에 따라 정식 조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KB증권과 함께 이지스자산운용 IPO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대표주관도 따내는 등 공모리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주유소를 자산으로 하는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대표주관사로 낙점됐다. 2018년 이리츠코크렙과 2019년 NH프라임리츠에 이어 매년 1개씩 리츠를 상장시키며, '커리어'를 쌓겠다는 전략이다. 경쟁사들처럼 리츠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것은 현재까지 계획이 없지만, 리츠 관련 트랙레코드를 IB 본부 차원에서 컨트롤하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주 차원에서 리츠 사업을 올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그룹 내 부동산신탁사 및 자산운용사가 AMC 인가를 받으면, 한국투자증권이 딜 소싱 역량과 자본력으로 뒷받침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NH투자증권처럼 별도의 리츠 전담 조직을 구성하진 않은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리츠 조직이 신설되거나 사이즈를 키우고 있지만 초기 단계라 변화의 여지가 큰 상황이고, 리츠 상장 관련 스터디가 완벽하게 된 인력이 소수라 다양한 자산의 공모리츠가 급증하면 시행착오도 예상된다"라며 "증권사들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끄는 공모리츠를 선보이기 위해 리츠 구조 등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올해 상장이 점쳐지는 리츠들의 특징은 예년에 비해 자산 형태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해외 오피스타워와 호텔뿐만 아니라 물류센터와 주유소 등 새로운 자산들이 눈에 띈다. 현재까지 대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단순 유동화하거나 금융그룹이 뒷배경으로 있는 리츠들이 주류를 이뤘다면, 올해는 공모리츠 상품 자체가 다양해지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은 공모리츠가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탔다면, 올해는 '자산 성격'과 '리츠 구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주식시장 상황이 좋다고 해서 기업공개(IPO)가 다 성공하는 게 아니듯, 흥행에 실패하는 리츠도 늘어날 것이란 진단이다. 다양한 리츠들이 상장을 대기하면서 향후엔 '상품성'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질 것이란 평가다. 얼마나 상품성 있어 보이게 스토리를 잘 만드느냐 등 주관사단의 실력차도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공모리츠 투자 전망에 대해선 반응은 '반반'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상품이 나온다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저조한 물건이 본격적으로 공모시장에 흘러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구조상 부동산펀드보다 상대적으로 리츠 설립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 공모리츠의 경우 국토교통부 영업인가를 받더라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금융당국의 승인을 한 번 더 받아야 하는 등, 절차상 번거롭다.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딜이라면 공모로 흘러나오기 전에 다른 사모 부동산펀드가 매입해갈 여지가 클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의심스러운 부분이란 지적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셀다운(재매각)에 난항을 겪는 상황인 점도 공모리츠시장을 바라보는 우려에 반영된다. 미매각 물건을 유동화하는 창구로 활용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간접리츠가 늘어날 전망이지만 '라임 사태' 등 사모업계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사모펀드를 자산으로 담는 리츠에 대한 투자심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모리츠는 주식을 사고 파는 게 자유로워서 손실 위험 속에 발이 묶이는 것은 아니지만, NH프라임리츠에 쏟아졌던 인기가 올해 상장하는 재간접리츠에도 유효할지는 의문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의 리츠 활성화 및 실물 부동산에 대한 규제 정책 등을 감안할 때 리츠에 대한 투자자들의 유입 요인이 있어, 공모리츠시장을 큰 틀에서 보면 성장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긴 하다"라며 "다만 앞서 상장한 리츠들의 주가가 부진한 데다, 많은 물건이 공모시장으로 흘러오면서 올해 공모리츠시장이 호재보단 '과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