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대우證 합병 효과 끝? '곳간 비었는데 뭐 먹고 살지'
입력 2020.03.18 07:00|수정 2020.03.19 11:33
    올해 신NCR 하단 1070%까지 언급돼...자본여력 고갈 전망
    답답한 셀다운에 일각선 1조 미매각 소문도...투자 선순환 부담
    '원 아시아 에쿼티' 자본 덜 드는 브로커리지 육성 고육지책
    • "돈을 쏟아부으면 어떻게든 성장한다. 미래에셋대우의 진짜 실력은 자본여력이 다한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 고위 임원)

      미래에셋대우의 대우증권 합병 효과가 3년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그간 저렴하게 확보한 대규모 자본을 대거 투자하며 이익 규모를 끌어올렸는데, 자본 여력이 줄며 앞으로는 이런 전략의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대형증권사에 후하기로 유명한 순자본비율(신NCR) 조차 눈에 띄게 꺾였다. 여전히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을 위기관리 척도로 보는 신용평가사들은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다.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안팎에서나오는 배경이다.

      2000%를 상회하던 미래에셋대우의 신NCR은 지난해 말 1770%로 급락했다.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투자, 프랑스 마중가타워 인수 등에 대규모 자금이 쓰인 까닭이다.

      문제는 올해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미래에셋그룹이 인수키로 한 안방보험 보유 미국 호텔 인수 자금 58억달러(6조9000억여원) 중 1조8000억원은 미래에셋대우가 마련해야 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도 미래에셋대우가 4900억여원을 대기로 했다.

      이 투자까지 예정대로 집행되면 미래에셋대우의 신NCR은 압도적인 업계 1위에서 업계 평균 수준으로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연말 예상 신NCR 하단을 1070%까지 열어두기도 했다. 지금보다 40% 가까이 낮은 수치다.

      미래에셋대우의 성장성을 담보해왔던 자본여력이 고갈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물론 미래에셋대우에서는 "신NCR이 크게 높다는 건 그만큼 투자하지 못한 잉여자본이 많다는 뜻"이라며 신NCR 하락이 우려스러울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로 확보한 자기자본을 적극적으로 투자해가며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온 회사다. 미래에셋그룹은 2015년 자기자본 4조3000억원의 대우증권 지분 43%를 2조4000억여원에 인수했다. 전체 기업가치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따지면 1.27배로 다소 비싼 편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2조원이 조금 넘는 자금을 들여 4조원 이상의 증권사 자본을 확보한 '남는 장사'였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셋대우는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해왔다. 지난해만 해도 국내외에서 총 합계 10조원 이상의 거래에 참여해 연간 3700억여원의 투자금융(IB) 부문 수익을 만들어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순이익 6600억여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또 미래에셋대우는 투자회수(exit)와 신규 투자 집행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어 자본적정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금융업계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투자 후 미매각 물량이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장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셀다운(재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고, 지난해 4월 SK브로드밴드에 선투입한 4000억원도 투자자 확보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호텔 공동투자자 확보도 진전이 크지 않은 상태다. 수수료(fee)를 받는 셀다운 형식이 아닌, 투자 파트너를 섭외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 역시 셀다운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회사 측에선 장기적 관점에서 함께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셀다운 물량으로 나온다면 요즘 같은 상황에서 소화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거에 투자한 우량 자산을 매각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더라도, 미국 호텔에 투입된 자금이 큰 만큼 단기간에 자본여력이 가시적으로 개선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관광숙박업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며, 아예 호텔 투자를 철회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자산건전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일견 합리적일 수 있는 시각이다. 다만 미래에셋은 아직까지 거래 완료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차감한 잉여자본 추이를 살펴보면, 합병 첫해(2016년) 말엔 3조2142억여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엔 2조3762억여원으로 3년새 26%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 5조원대에서 9조원대로 증가하며 영업용순자본은 늘었지만, 잠재적인 손실액을 계량화한 수치(총위험액) 역시 증가한 탓에 여력이 없어진 셈이다.

      이런 미래에셋대우의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로 꼽히는 것이 구NCR이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의 구NCR은 150%대 초반까지 하락해있다. 규제기준은 아니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이 수치를 신용등급 책정에 활용한다. 구NCR 150% 미만은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 사유 중 하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NCR은 분모인 '필요유지 자기자본'이라는 게 정책에 따라 바뀔 수 있어 신뢰도가 떨어지는 지표"라며 "여전히 자본적정성을 판단하는 덴 영업용순자본을 위험액으로 나눈 구NCR이 여전히 참고할만한 수치"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 브로커리지 조직을 연계해 '원 아시아 에쿼티 세일즈'(One-Asia Equity Sales)에 나서고 있는 것도 자본여력 감소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이 덜 들어가는 브로커리지 비즈니스를 육성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고심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의 '합병 시너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합병 후 2년 정도는 중복 비용 제거 등 과도기 있을 수 있지만, 2016년에 합병한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ROA가 1%에 못 미치고 자본적정성도 임계치로 내려오면서 올해부터 모니터링이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가 2위인 한국투자증권보다 자기자본 2배가량 높은 것을 감안하면 ROA가 못해도 1.5배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더 낮은 실정"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신NCR 도입한 것은 리스크 테이킹을 하라는 것이지 구NCR을 관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자본여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아시아 에쿼티 세일즈를 강화하는 거란 시각엔 동의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로서 브로커리지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