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 둔 상반된 평가, 현금흐름 인정 vs 데이터 질은?
입력 2020.03.18 07:00|수정 2020.03.19 10:44
    H&Q 랜드마크 거래로…안정적 현금흐름·성장세엔 공감
    링크드인 등 플랫폼 몸값 치솟았지만…"전혀 다른 사업군" 평가도
    • 국내 최대 온라인 채용정보 플랫폼 잡코리아가 매물로 등장한 가운데 벌써부터 PEF 등 원매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해온 점이 매력적인 점엔 공감하면서도, 향후 성장성을 두곤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구인·구직 기반 채용 플랫폼이란 점에서 ‘링크드인’ 모델이 거론되지만, 축적된 데이터의 질과 활용 능력 측면에선 양사가 전혀 다른 산업군이란 박한 평가도 나온다.

      현금흐름·기존 시장 점유율 매력…그 이상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Q는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내정해 잡코리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잠재적 원매자로 꼽힌 일부 전략적투자자(SI)와 글로벌 PEF를 포함한 재무적투자자(FI)들도 초기 단계 매물 분석에 돌입했다.

      차입거래(LBO)를 고려할 PEF 입장에선 잡코리아의 현금흐름과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은 매력 요소로 꼽힌다. 2015년 200억원 수준이던 잡코리아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지난해 연말 기준 400억원 후반 수준으로 늘었다. 잡코리아 뿐 아니라 알바몬 등 비정규직·아르바이트 기반 플랫폼에도 안착하며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방문자수(트래픽) 증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H&Q도 인수 이후 배당과 인수금융 리캡 등을 통해 원금(약 2000억원 이상) 일부를 회수했다.

      문제는 현금흐름만으로는 만족시키기 어려운 회사의 정체성과 미래비전이다. 인수 이후 시너지를 고민해야 할 전략적투자자(SI)는 물론, 회수를 고려해야할 PEF 입장에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비교 그룹을 경쟁사인 사람인(사람인에이치알)로 산정할 경우, EBITDA 대비 기업가치는 최대 10배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경쟁구도 심화로 내년이면 5.6배까지 하락할 것(삼성증권)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매각 측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기업가치다.

      이 때문에 매각 측은 ‘정보 플랫폼’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증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모델과 이에 대한 축적된 정보는 최근 높은 평가를 받는 추세다. 링크드인은 지난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에 262억달러(약 30조원) 매각됐다. 호주 최대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시크(SEEK)는 여전히 EBITDA 대비 20배 중반 기업가치를 유지중이다. 이같은 사례처럼 구인·구직 플랫폼과 축적한 정보에 대한 가치는 치솟고 있다.

      다만 잡코리아는 이들에 비해 축적된 데이터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회사란 박한 평가도 나온다.

      잡코리아는 구인업체가 공고를 올리면 구직자가 하는 전통적 채용공고(잡포스팅) 모델 사업의 강자로 꼽힌다. 경쟁사 사람인도 비슷한 구조인데, 사람인의 경우 매출비중의 73.1%가 '채용 광고 중심의 매칭 플랫폼'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오프라인 인력파견'(26.6%), '헤드헌팅'(0.3%) 순으로 분산됐다. 유한회사 형태로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잡코리아도 마찬가지로 채용광고 매출 비중이 약 60~70%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모델에서는 채용 공고 확인후 떠나는 유저 비중이 높다. 축적된 고객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파생될 사업 모델도 한정된다. 회사도 저장된 이력서 등을 기반으로 헤드헌팅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꾸리고 있지만 아르바이트·비정규직 비중이 큰 탓에 활용 범위에 있어 제약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차이는 링크드인 모델과 비교할때 더욱 두드러진다.

      링크드인의 경우 이용자가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해 놓으면 기업 혹은 구인 측에서 이용자에 접촉하는 정반대의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업계에선 잡코리아·사람인 등 채용 공고 기반의 사업모델이 적극적 구직(Active Job-seeker)에 특화한 모델이라면 후자를 잠재적 구직(Passive Job-seeker) 모델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링크드인 모델이 구직 시장에 보편화 되면서 기존 채용 공고 모델을 유지하던 몬스터닷컴 등 기존 사업자들의 영향력을 잠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한 이유는 ‘축적된 데이터의 질’ 단 한가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구직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자신의 커리어를 비롯한 민감한 생애주기 정보는 페이스북·구글도 못 갖는 데이터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채문화 흔들·신규 사업자 진입 등 위험요소로

      잡코리아의 방문자 수와 이를 활용한 기업광고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순항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공채 문화가 익숙한 국내 시장에선 잡코리아도 채용 시즌에 맞춰 일정 수준 고객 방문수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현대차·SK 그룹 등 대기업들이 수시 채용 모델로 변화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즉 지금까진 전통적인 채용 시즌인 3월 등에 맞춰 잡코리아에 고객 유입이 안정적으로 이뤄졌고, 이를 통한 광고수입이 유지됐지만 이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사이트를 상시적으로 방문할 유인책을 갖추지 못하면 방문자수 하락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링크드인은 단순히 채용 시즌에만 방문객이 느는 구조가 아니라 일종의 비즈니스 SNS로 활용돼 상시적으로 유입자 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미 기반을 갖춘 IT·전문직 기반 데이터베이스에 더해 오히려 절대 취업할 일이 없을 빌게이츠 등 ‘커리어 멘토’ 등도 끌어들여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했는데, 잡코리아·알바몬 에서 이런 커뮤니티 기능을 확대하긴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구직자 데이터 확보와 이를 활용할 알고리즘 개발 측면에서 두각을 드러낸 곳이 없는 점은 잡코리아에도 기회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미 기술기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움직임 가시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위 구직자를 소개하면 구인 업체가 직접 성과를 분배해주는 원티드 모델, 축적된 명함 정보를 리크루터에 공유해 네트워크를 강화한 리멤버 등이 대표적이다. 잡코리아 원매자로 거론되온 네이버도 이미 리멤버(드라마앤드컴퍼니)를 인수해 해당 사업을 꾸리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잡코리아'와 '알바몬'을 통해 신입 혹은 초기 경력자 중심의 브랜드 정체성을 쌓아온 상황에서 기존 선입견을 뚫고 경력직·전문직 기반 채용 시장까지 안착할 지가 관건일 것"이라며 “냉정히 말해 우버(UBER)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1위 택시사업자가 매물로 나온 격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H&Q 입장에선 잡코리아 매각에 3호 펀드의 성과는 물론 운용사의 정체성 재정립 측면에서도 '랜드마크 거래'가 될 전망이다. 먼저 회수에 돌입한 플레이타임은 거래 시기 겹친 코로나19 여파로 종결이 쉽지 않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그간 만도, 11번가 등 대기업 거래의 FI로 참여해 성과를 보인적은 있었지만 단독으로 대형 바이아웃 거래에서 성과를 드러낸 사례는 많지 않다.

      이미 일부 인수 후보들이 EBITDA 10배 수준에서 초기 검토에 돌입하는 등 거래 성사 가능성은 높지만, 결국 매각 측과 인수측의 눈높이 차이 극복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