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저가공세에…스마트폰 '벨벳' 가격책정 고심깊은 LG전자
입력 2020.04.21 07:00|수정 2020.04.20 17:44
    LG전자 차기 스마트폰 '벨벳' 출시 가격 고심
    초고가 시장 경쟁 포기한 LG, '프리미엄 매스' 내걸었지만
    4년만에 중저가 공략 시작한 애플과 출시시점 겹쳐
    전문가들 "일장일단 있지만, '깜짝' 가격 인하도 검토해야"
    • LG전자가 차기 스마트폰 ‘벨벳(LG VELVET)’ 출시를 앞두고 가격 산정에 막바지 고심 중이다. 기존 삼성·애플과 초고가 시장에서 경쟁을 포기하고 한 단계 낮은 단계 가격으로 대중성을 회복하는 전략을 짰지만, 같은 시기 애플의 중·저가 시장 공세가 시작되며 셈법이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프리미엄 모델에서 틈새시장(니치마켓)을 공략하기에도, 파격적인 가격인하로 중·저가 소비자를 끌어오는 전략에도 일장일단이 분명하다는 평가다. 다만 소비자 사이 LG전자 스마트폰의 존재감이 희석되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택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조언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내부에선 내달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벨벳의 출고가를 아직 확정짓지 않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업계에선 애초 80만원대 출고가가 예상됐지만 LG전자는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벨벳모델은 그간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해온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로 회자되고 있다. 기존 G·V 시리즈가 초고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해왔다면, 이번 벨벳 모델은 기존 프리미엄 모델보다 다소 낮은 가격으로 중간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판매량과 점유율을 회복해 일정정도 존재감을 되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애플이 4년만에 아이폰 중·저가 모델을 발표하면서 사내에선 적정 가격 책정을 두고 여전히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SE 2세대는 국내에서 55만원(64GB), 62만원(128GB), 76만원(256GB) 세 가지 모델로 출시(현지 기준 최저가 399달러)됐다. 과거 아이폰8 유사한 외관을 띄지만 아이폰11에 사용된 칩(AP)을 탑재하는 등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선 이전 모델 대비 개선됐다는 평가다.

      전자업계에선 애플이 중국업체 등 중저가 시장 공략 시점을 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해 1~2월 극심한 부진을 겪어온 중국 내수시장은 3월부터 점차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 수출 중단 등으로 타격을 입고, 기존 오포·비보·샤오미 등은 현지 생산 중단으로 타격을 입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정작 8% 점유율에 그치고 있는 애플이 300달러~599달러 기반 중저가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정작 애플의 공세가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아닌 LG전자에 예고치 않은 유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폰 SE가 4.7인치 LCD를 채택한 점과 달리 벨벳 모델은 6.7~6.9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점 등 타깃이 다르다는 반론이 나온지만, 실제 벨벳 모델과 체감 사양에선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결국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애플 브랜드와 유사한 시기 맞붙어 LG전자가 유의미한 판매량을 올릴 수 있을진 숙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스마트폰 소비의 양극화 현상은 짙어지고 있다. 즉 전체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여유가 있으면 삼성전자의 폴더블·애플의 차기 모델 등 초고가 프리미엄 모델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중·저가 모델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스마트폰 담당 연구원은 “LG전자가 기존처럼 고비용을 감수하고 기존처럼 삼성·애플과 초고가 시장에서 기술선도 경쟁을 펴는 전략을 포기한 데는 호평을 줄 수 있지만 코로나가 겹친 점이 안타깝다"라며 "지금처럼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사용자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실험적 모델에 선뜻 구매에 나설 수요는 기존보다 더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벨벳 모델의 대폭적인 가격인하를 택하기엔 고민은 남아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벨벳을 SE급 가격으로 맞추면 삼성전자의 중저가 갤럭시A라인과 동급으로 분류돼 LG 브랜드 가치가 추락하는 점이 뼈아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인업이 단순한 애플과 달리 LG전자는 벨벳보다 스펙이 좋지 않은 기존 저가 모델 단가를 줄줄이 인하해야되다보니 유연성을 보이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지만,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LG전자가 출고가 기준 500~600달러 수준의 파격적 가격을 제시하는 선택지를 고려해봐야 한다는 조언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대형 증권사 IT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회사가 반전을 자신했던 5G 스마트폰 초기모델이 극심한 판매 부진을 보이는 등 점차 LG전자 스마트폰이 소비자 사이에서 잊혀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번 벨벳 모델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 가격은 차기 모델에서 다시 올릴 수 있다보니 지금은 파격적인 가격으로라도 일정수준 판매를 회복해 LG전자만의 영역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