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롯데 '첨병' 롯데글로벌로지스 IPO에 쏠리는 눈
입력 2020.05.15 07:00|수정 2020.05.15 10:38
    롯데지주, 롯데글로벌로지스 우선상장 검토
    사업 성장성 기대감 따른 지주 밸류에이션 높이기 포석
    글로벌로지스 필두 그룹 지배구조 개편 정황도 보여와
    경영권 분쟁 재점화로 신동빈 회장 움직임 가시화될 듯
    • 롯데그룹이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공개(IPO)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장 타이밍이 비교적 좋지 못한 호텔롯데 대신 롯데지주의 밸류에이션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밑그림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주목도를 높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비롯 코리아세븐, 롯데지알에스, 롯데컬처웍스,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6계 계열사 상장을 위한 작업에 나섰다. 주관사 선정 등 본격 상장 작업을 앞두고 기업가치와 시장수요를 판단하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증시 입성을 검토 중이지만 시장은 그 중에서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행보에 주목한다. 관련업계에선 롯데그룹이 정황상 호텔롯데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우선 상장시킬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사업 성장성에 따른 롯데지주 밸류업 기대감 ▲롯데글로벌로지스 필두 지배구조 개편 정황 ▲향후 신동빈 회장 지분 정리 차원 상대적으로 덜한 부담 등이 주요 근거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은 일본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업황 부진으로 상장 적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롯데지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만들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글로벌로지스 상장이 롯데지주의 밸류에이션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보고 있다. 현재 롯데지주의 시가총액은 약 4조원 수준으로, 10조원대까지 거론되는 호텔롯데 보다 다소 낮다. 호텔롯데 상장도 추후 롯데지주와의 합병이 종착점이란 점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은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롯데지주의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일본롯데홀딩스 자회사인 L2, L4, L5, L6의 구주매출을 통해 일본과 호텔롯데 간 연결고리를 약화시키고 호텔롯데 인적분할, 호텔롯데 투자회사와 롯데지주 간 합병 작업을 통해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롯데지주의 기업가치 개선이 필수 선결조건인데, 온라인 유통 통합전략은 롯데ON 출범으로 이뤘고 자회사 IPO가 남았다"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대신 그룹의 새 대안으로 떠오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지주 산하 비상장 물류 통합법인으로, 상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 산하 비상장 자회사 중 장외주식시장 K-OTC 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시가총액/순자산가액)는 2770억원으로 현재로선 제일 높다. 그 밑으론 코리아세븐(2680억원), 롯데자산개발(1470억원), 롯데역사(1390억원), 대홍기획(1050억원), 롯데지알에스(340억원), 롯데상사(220억원) 순이다. 매출 급성장으로 몸집을 키우는 상황인 데다 우정사업부 경영합리화 계획에 따른 우체국택배 점유율(9%) 반사이익도 기대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최대주주(11.67%)로 있는 롯데지주가 최근 몇 년간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필두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온 정황이 엿보였다는 점도 설득력을 키운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 최대주주는 롯데지주(44.59%)로, 이 과정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 유상증자와 롯데로지스틱스 분할합병이 필요했다. 지난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풋옵션 조건을 받아들인 엘엘에이치(유)로부터 15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받았고, 이듬해엔 로지스틱스가 인적분할한 후 투자법인이 롯데지주와 합병했다. 롯데 각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분할해 롯데지주와 합병하면 신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율만큼 롯데지주의 신주를 받는다. 기존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에 현물출자해 지주의 계열사 지분율만큼 지주 신주도 받게 되면 지분율은 두 배로 오를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증자를 하더라도 로지스틱스가 분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했다면 일본에 소재한 L2투자회사(당시 지분율 45.3%)가 최대주주가 됐을 것이고, 이 경우 일본롯데와 연관성은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 완료를 위한 마무리 조건으로 신동빈 회장의 지분 정리도 남아 있다. 신 회장 입장에선 시장에 드러난 계열사보다는 지배구조 하단에 있는 회사 지분 매각 부담이 덜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을 통해 지주 가치가 상승하는 타이밍이 신 회장의 지분 출자 적기가 될 거라는 분석이다.

      최근 재점화된 경영권 분쟁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은 오는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동빈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을 담은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2015년 해임된 임원직 복귀가 목표다. 단순 해프닝에 그칠 거란 분위기지만, 일본롯데홀딩스 주주구성은 신동빈 회장으로선 불안 요소다. 신동빈 회장도 독립 운영을 위한 전제조건인 호텔롯데 IPO와 함께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필두로 지주 몸값 높이기를 거듭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