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가스 누출' 사고로 ESG 평판 도마 오른 LG화학
입력 2020.05.15 07:00|수정 2020.05.14 17:50
    친환경 기조 속 ESG '긍정 평가' 받아온 LG화학
    인도 가스 누출 사고로 평판 분기점 만나
    "화학기업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요소 부각"
    사후 관리 성패에 글로벌 투자자 '주목'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가 투자 의사 결정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을 향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LG화학은 지금까지 2차 전지(전기차), 수처리 필터 등을 내세우며 ‘환경 친화적 제품’을 강조, 시장의 환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가스누출 사태’로 E(환경) 지표의 위험성이 부각되며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시험대에 올랐다.

      13일 LG화학은 인도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 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인도 현장지원단’을 급파했다. 800~1000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주민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는 공장 탱크 내 독성가스 ‘스티렌모노머(SM)’ 관리 미흡이 문제가 됐다. 인도 환경부는 LG화학 측이 “환경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화학기업 투자가 내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안전 리스크’ 노출 사례다. 앞서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충남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같은 종류의 화학물질(SM)이 누출된 사고가 시장에 크게 부각되며 ㈜한화 주가가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같은 지역의 롯데케미칼 공장이 폭발 사고에 휘말리며 ESG 통합등급(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하향조정(B) 되기도 했다.

      LG화학 역시 형태는 다르지만 E(환경) 지표 측면에서 유사 사건을 기록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4월, 여수 산업단지 지역 기업들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조작했을 때 LG화학의 이름이 올랐다. 해당 사건은 LG화학이 전 세계 화학사 중 최초로 15억6000만달러 규모의 그린본드(친환경 채권)를 발행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한 일이라 “SRI(사회책임투자) 기준 판단을 위한 ESG 공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 현재 LG화학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지난해 ‘배출 조작’ 사건과 대비해 민감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33만8000원까지 내려와 사고 이전 대비 약 8% 감소했는데, 배출 조작 사태 당시 주가 변동이 미미했던 점과 비교해보면 낙폭이 크다.

      때문에 이번 사태가 롯데케미칼 사례와 마찬가지로 LG화학이 보유한 ESG 평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로부터 근로 환경과 사회 환원책 등이 포함된 S(사회) 지표와 친환경 제품군을 중심으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상황이었다. ‘MSCI KOREA ESG 리더스 지수’와 같은 글로벌 기관의 대표적 ESG 지수에서도 세 번째로 높은 비중(8.6%)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 투자 확대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통상 국내 ESG 투자는 기관의 주식 운용 유형이 대다수인데,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이 ESG 책임투자를 직접 주식투자(22조2000억원)까지 확대했다. 국민연금의 투자규모는 기존 위탁 운용액(4조6000억원)까지 포함하면 26조원을 넘겨 '독보적 시장 지표'로 취급받는데, 이들은 지난달 LG화학 보유 주식을 9.99%에서 10.11%까지 늘렸다.

      한 대형증권사 연구원은 “EGS 지표는 평가 주체의 철학과 가점 배분에 따라 상이하지만, LG화학은 상대적으로 자사의 장점을 잘 부각해 시장에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며 “이번 사고로 화학기업이 태생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부정적 요소가 부각됐고 평상시 재무제표만으론 드러나긴 힘들었던 부분인 만큼 이후 국내외 ESG 등급평가에 하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사건 발생지가 인도인 탓에 LG화학의 후속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ANROEV)등 글로벌 환경단체들은 이번 사고를 두고 과거 인도에서 있었던 ‘보팔 가스누출 참사’를 거론하고 있다. 현재 다우케미컬에 합병당한 미국 화학사 유니온카바이드는 당시 사고 이후 미비했던 대응 탓에 과도한 주가 폭락과 글로벌 불매 운동, 15년 이상의 장기 소송을 겪으며 결국 회사가 매각됐다.

      사고 규모의 차이가 큰 탓에 단순 비교가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사후 관리’ 성공 여부에 따라 소송과 평판 측면의 타격은 유사히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연초 글로벌 운용사 블랙록,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등이 LG화학의 ESG 리스크에 주목한다는 분석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상태다.

      이종오 한국사회적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ESG 자산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사고가 터진다고 이를 바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후 관리(Risk Management)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여부”라며 “이번 사고는 환경(E) 뿐만 아니라 근로 안전과 관련된 사회(S) 영역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시할 수밖에 없다”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관해 LG화학 관계자는 “현장 지원단을 통해 공장 안전성 검증 및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며 “피해주민을 만나 지원 대책을 직접 설명하고, 신속하고 책임있는 피해복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