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론 커지는 대우건설 분상제 회피 리츠 활용안
입력 2020.05.18 07:00|수정 2020.05.19 09:44
    '분상제 회피 가능'으로 주목 받은 대우건설 공약
    반포 3주구 입찰 앞두고 '실현 가능성' 의문↑
    서울시 방침·임대 후 매각가 '걸림돌'로
    회사 측도 리츠 '단독 홍보' 줄이는 분위기
    • 강남 최대 ‘노른자위’ 반포지구 시공사 선정을 목전에 두고 대우건설의 ‘재건축 리츠’를 둘러싼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대우건설은 리츠를 접목해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피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서울시의 강경한 태도와, 임대 후 매각 시 실질적인 차액이 적을 수 있다는 분석 탓에 제안 당사자인 대우건설 역시도 다른 금융 지원책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최근 반포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양사는 입찰 계약조건을 담은 공식 홍보물을 발송했다. 단지명 ‘트릴리언트 반포’를 내건 대우건설은 주요 공약에 지난달 발표한 ‘리츠 활용안’을 담아냈다. 오는 30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하는 반포1단지 3주구 조합에서는 삼성물산이 내건 ‘100% 준공 후 분양’ 공약과의 비교가 한창이다.

      홍보물에 담긴 ‘리츠 활용안’은 지난달 말 대우건설이 발표한 내용으로, 구상대로라면 7월 적용될 분상제를 피할 수 있어 건설업계의 관심이 컸다. 특히 자체적인 AMC(리츠 운용사)를 보유한 상위권 건설사들이 실현 가능성과 시장 반응을 두고 자체 검토를 진행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는 후문이다.

      다만 현재 쟁점이 당초의 법적 논쟁보다는 서울시의 ‘행정 절차 문제’로 이동하며 실현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앞서 대우건설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의 18조 정의를 근거로 “리츠에 대해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며 법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대체로 전문가들도 “조문 해석에 따라 가능할 수 있다”며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서울시가 결국 “정비계획 변경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한 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리츠라 하더라도 결국은 임대주택의 ‘처분’에 관한 내용이고, 이는 원래 반포 조합이 제출한 계획서 내엔 없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중대한 변경’에 해당할 경우 관리처분인가의 변경 제출이 필요하다”며 “리츠가 민특법상 가능하냐의 여부가 아니라, 서울시가 가진 다른 행정 권한을 이용해 승인을 내줄 생각이 없다는 걸 확실히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대 후 분양가액을 과거처럼 높게 산정할 수 없다는 점도 조합에게 ‘리츠 재건축’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새롭게 거론된다.

      리츠의 활용 툴(Tool)이 덧씌워지긴 했지만, 결국 조합이 수익을 남기기 위해선 조합이 현물출자한 임대주택이 차후 시장에 매각돼야만 한다. 대우건설의 구상대로 4년 뒤(임대 운영기간) 임대인 등을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한다면, ‘얼마에 임대주택을 처분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중요해진다.

      현재 대법원 소송이 진행중인 ‘한남더힐 고무줄 감정 논란’ 이후 이 전환가액은 임대운영 이전에 일정 부분 가격을 낮추고, 미리 산정하는 것이 최근 계약의 대세가 돼버렸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리츠 재건축’ 방식의 임대물량 처분이 일반분양가만큼의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상당수다. 최근 분양을 마친 나인원한남이 임대분의 전환 분양가를 미리 책정(3.3㎡당 평균 6100만원)하며 선분양을 선택했을 때의 분양보증 신청가(3.3㎡당 6360만원)보다 아랫단에 가격을 형성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다른 법무법인 건설부동산팀 파트너 변호사는 “분상제 회피를 위해 임대주택이 선택되고 있지만, '임대'라는 분류상 한계가 주어지는 한 전환 분양가가 시세와 동등하다면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반포3주구와 한남나인원은 조합과 시행사라는 사업 주체의 차이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감정평가가 반영되긴 힘든 탓에 전환분 가격을 무작정 올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의 분위기를 인지한 대우건설은 ‘리츠 재건축’ 홍보를 줄이는 분위기다. 최근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반포3주구 조합을 방문했을 때도 대우건설은 리츠상장은 세 가지 분양방식(선분양·후분양·리츠상장) 중 하나의 ‘옵션’으로 취급해 홍보에 나섰고, 오히려 조합 사업비 0.9% 고정 등 금융 지원안을 부각했다. 홍보 전략 변경의 배경엔 서울시의 ‘리츠 홍보 자제’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임대 후 분양의 가격 계약에 대한 건 조합이 진행하는 사항이라 예상하기 어렵지만, 조합 물량이 보장된 만큼 미분양에 대한 우려는 적어 굳이 임차인에 대한 ‘당근책’을 줘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홍보 전략에 관해서도, 이미 조합에게 리츠 재건축 방식의 효용성은 개별 사항으로 충분히 설명했다고 판단해 다른 전략과 함께 홍보하는 것”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