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금 놓고 금융지주 "충분하다" vs 회계법인 "불확실성 크다"
입력 2020.05.19 07:00|수정 2020.05.20 10:21
    금융지주 "충당금 충분히 쌓았다"
    회계법인 "불확실성 커져…2분기엔 적정 충당금 논의해야"
    감독당국은 일단은 관망
    • 코로나 사태 이후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까진 금융지주와 금융감독기관에선 불필요하게 과도한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감사법인인 회계법인은 향후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실물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는 2분기에는 관련한 논쟁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이 올해 분기 대손충당금을 총 7305억원 쌓았다. 작년 1분기 기준(6672억원)에 비해 9.5%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반해 미국 금융기관들은 올해 1분기 충당금을 전년에 비해서 크게 늘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을 비롯한 미국 은행들의 올 1분기 합산 충당금 규모가 작년 1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두고 적정 충당금 규모에 대해서 논란이 벌어졌다. 우선 금융기관들은 국내의 상황이 미국과 동일하게 바라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신용대출이 중심인 미국 금융기관들과 달리 국내 금융기관들은 담보대출 성격의 대출이 많다는 설명이다. 경제 위기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큰 대기업 여신은 전체 여신의 20% 수준에 불과하며, 중소기업과 가계 여신의 대부분이 부동산 담보대출 성격이라서 코로나 사태에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에서 최근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담보대비 여신규모가 크게 축소했다. 부동산 가격 대폭락만 없다면 대출로 인한 금융권 부실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게 금융기관들이 바라보는 시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대출의 성격이 미국과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기관이 충당금 규모를 크게 늘릴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이 충당금에 보수적인 또다른 이유는 충당금이 배당과 직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주들의 배당요구는 점점 커지고, CEO 성과평가의 주요 부문으로 주가가 반영되면서 이전보다도 금융지주는 배당에 대해 민감한 상황이다. 충당금을 많이 쌓게 되면 자연스레 올해 배당규모를 축소할 수 밖에 없고, 배당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을 수 밖에 없는게 금융지주의 속내다.

      하지만 회계법인들은 금융지주의 생각과는 다소 다르다. 2분기에는 관련한 논의를 더욱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1분기 코로나 여파가 숫자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충당금을 쌓을 필요성은 크지 않았지만, 2분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적정 충당금 규모에 대해서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2분기 연체율이 올라간다면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적정 충당금 규모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회계법인 감사부문 파트너는 “아직 부실규모 파악이 힘들지만 하반기에는 연체율이 크게 올라 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선 충당금 문제에 대해서 일단은 금융지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공적인 성격의 소상공인 대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따른 충당금을 늘리라는 요구까지는 차마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배당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당금마저 해외금융기관과 보조를 맞추라고 할 경우 금융지주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다만 2분기 상황에 따라서 금융당국의 태도도 변화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당국도 아직까진 금융기관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연체율 등 부실대출이 늘어나면 적정 충당금 규모에 대해서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