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LNG 100척 수주'를 둘러싼 엇갈린 시선들
입력 2020.06.09 07:00|수정 2020.06.11 09:34
    23조6000억원 규모 LNG 프로젝트 낭보
    논의된 선가, 1억8600만달러로 아쉬움
    순차적 발주·계약 불확실성은 걸림돌
    반복 건조 통한 추가 마진은 호재 전망
    • 국내 조선사들이 카타르에서 이뤄낸 '수주 낭보'가 시장을 연일 달구고 있다. 침체됐던 주가도 탄력을 받으며 산업 전반이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예상 수주량이 많은 관계로 반복 건조를 통한 추가 마진까지 기대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주를 위한 ‘출혈 경쟁’ 탓에 선가가 과도히 낮아져 수익성이 떨어지고, 연간 수주량 대비 물량이 저조할 수 있어 섣부른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최근 증권사들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 관련 목표 주가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와 사업규모 약 23조6000억원에 이르는 액화천연가스(LNG)선 관련 계약이 체결된 영향이다. 정부까지 나서 “경제외교의 결실”이라고 자평한 가운데, 이달 초 대비 삼성중공업(약 38%), 대우조선해양(약 15%), 한국조선해양(약 10%) 등의 주가는 연일 상향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감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과 대비해, 수주의 실제 효용에 대해선 업계의 시선이 나뉘고 있다.

      쟁점의 핵심은 '선가'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계약에서 QP측과 논의된 선가는 한 척당 1억8600만달러(약 22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총 금액 규모에 비추어 단순 추산했을 때, 100척 이상의 수주량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여기에 기반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적정 단가를 맞춰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이다. 발주량이 많았고, 금융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속에서 일정 부분 선가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조선3사간 일종의 ‘출혈 경쟁’ 흔적이 보여 아쉽다는 목소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단가 때문에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BEP(손익분기점)을 넘어 적정 수익을 내기 위해선 17만4000톤급 기준 최소 1억9000만달러, 안정적으로 2억1000달러 이상의 선가를 확보했었어야 했다”고 전했다.

      발주량이 많아 보이지만, 연간 수주량 측면에서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번 계약은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을 미리 선점하는 내용(LNG 캐리어 슬롯 확보)이라, 실질적으로 발주량의 규모나 시기에 관해서는 정확히 공개된 바가 없다. 다만 공간 확보가 2027년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미루어 집중적인 발주는 오는 2025년까지 차례로 분산돼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연간 약 20척의 수주량이 3사에게 고르게 돌아갈 전망이 유력한데, 연내 수주 목표치 대비 비중이 크지 않다. 올해 기준 조선 3사의 연내 수주 목표치는 삼성중공업이 84억달러(약 10조1700억원), 대우조선해양이 72억달러(약 8조7200억원),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한국조선해양이 157억달러(약 19조80억원) 수준이다.

      코로나 여파도 변수다. 물동량 감소가 이어지며 지난 4월 기준 조선 3사의 수주 달성은 연내 목표치의 6~10%에 그쳤다. 지난달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일부 계약을 제외하고는 수주가 전무했기 때문에, 이번 계약이 빠르게 반영되더라도 전향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3사가 각각 나눠가질 수익은 연간 1조2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 사이로 추산하고 있다”며 “100척과 23조원이라는 수치만 자꾸 부각되고 있는데, 계약을 자세히 보면 시장의 기대감이 조금 부풀려진 감도 있고, 아직 실제 수주로 이어진 내용도 아닌 만큼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반론도 존재한다. 표면적으로 계산되는 수익 보다는 긍정적인 마진 효과가 기대된다는 내용이다. 통상 발주 계약은 선주와 배의 형태에 따라 남길 수 있는 마진이 천차만별인데, 이번처럼 단일화된 발주처가 5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동일한 선종으로 유지하는 형태는 조선사 입장에서는 추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건조를 위한 초기 개발 비용이 소모되고 나면, 이후 생산엔 상당 부분 원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 LNG선을 연달아 건조할 때도, 2호선까지 초기 비용을 몰아버리고 3호선부터 BEP를 맞춰냈다”며 “충분히 지금 선가로도 초기 단계 마진을 10% 남기고, 추가 마진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