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아이폰 부진' 페널티 두고 올해도 줄다리기?…1조원 전망도
입력 2020.06.29 07:00|수정 2020.06.30 16:40
    2016년 A3 조단위 투자하며 애플 독점 라인 꾸렸지만
    아이폰 판매 부진에 설비 가동률 '뚝뚝'
    애플, 가동률 50% 미만시 삼성에 페널티 무는 것으로 알려져
    지난해 8억달러 환입 추정…아이폰 부진 더 커지며 조단위 관측도
    • 아이폰 판매 부진을 둘러싼 애플과 삼성간 페널티(벌금) 지급 문제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 판매량이 예상 대비 대폭 부진하면서, 애플측이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계약에 따라 일부 손실액을 보전해야 할 상황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삼성 측이 해당 페널티로 지난해 수천억원을 수령한 상황에서 올해는 이 금액이 조단위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실적발표를 앞두고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애플의 페널티 금액 환입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반기가 지나서야 본격적인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 양 사간 협상이 진전돼 이르면 이번 분기 수익으로 잡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개런티를 둔 분쟁은 아이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2016년경부터 시작됐다. 당시 LCD가 아닌 OLED를 전격적으로 도입한 아이폰X출시를 앞두고, 애플 측은 삼성디스플레이에 해당 물량을 공급할 설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를 받아들여 아산 탕정 내 ‘A3’ 라인에 약 4조원을 들여 월 10만5000장 규모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할 수 있는 애플 전용 라인을 구축했다.

      문제는 삼성 측이 대규모 고정비를 들여 설비를 완공했지만, 철저히 아이폰 판매량에 가동률과 수익성이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애플의 수주 정책상 철저히 해당 라인에서 애플 아이폰만 생산해야 하는 빡빡한 조건도 포함됐다. 하지만 애플의 다른 부품 협력사와 달리 모바일용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할 수 있다보니 애플도 유리한 조건만을 요구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양 측은 2016년 무렵 해당 설비에서 최소 물량을 생산하지 못할 경우 손실 일부를 보전해주는 ‘최소물량보장(미니멈 개런티)’를 맺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연간 ‘가동률 50%’가 일종의 기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라인을 포함, 삼성디스플레이에선 최대 연간 약 2억대 규모 아이폰에 탑재될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데, 애플 측이 연간 9000만대~1억대 규모의 패널은 반드시 사야 한다는 조항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아이폰향(向) OLED 공급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적게는 10%에서 성수기엔 2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거두는 상황에서 일종의 보호장치도 확보한 셈이다.

    • 하지만 애플의 첫 OLED 도입 스마트폰 아이폰X가 기대만큼 큰 흥행을 보이지 못하면서 양 측간 해당 문구를 두고 잠정적인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페널티 여부가 업계에 회자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 전망치 대비 수천억원이나 높은 금액을 일회성 수익으로 인식하면서다. 삼성 측은 고객사와의 계약 특성상 공시상으로도 구체적인 출처를 밝히진 않았지만, 애널리스트 등 관계자들은 이중 약 9000억원(8억달러) 수준을 애플로부터의 개런티 수익으로 인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결 실적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이 포함되다보니, 전방산업 악화에도 삼성전자의 해당 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고객과의 관계상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지난해 아이폰 판매량이 애플이 수천억원을 물었던 2018년보다도 오히려 더 악화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11을 비롯해 OLED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프리미엄 모델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큰 반향을 보지 못했고, 연간 판매량도 5년 만에 처음으로 2억대를 하회했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연간 7000만대 이상 판매량을 보여온 프리미엄 아이폰 모델 판매량이 지난해 5200만대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3 전체 캐파의 25프로 수준에 그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애플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은 1조원 이상의 페널티를 지급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에선 삼성 입장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인 애플과 페널티를 두고 법적 분쟁 등 전면적인 갈등은 피하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애플이 LG디스플레이와 중국의 BOE 등 꾸준히 모바일 OLED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를 보이면서 삼성측이 강경한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양사 모두 양산 및 퀄 통과 측면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한 만큼 단기적인 주도권은 삼성 측에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2016년 계약 당시만 해도 애플과 삼성간 독점 계약 및 페널티 조항이 3년간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작년에 3년 더 연장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라며 “애플 입장에선 3년이면 공급망을 충분히 다변화 해 협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는데, 경쟁사들이 삼성을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