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아모레, '어닝쇼크' 문책성 조직개편 움직임
입력 2020.07.14 07:00|수정 2020.07.14 06:57
    1분기 이어 2분기도 어닝쇼크 가능성
    中 이니스프리 사업, 실적에 악영향
    위기의속 고조에 경영진 문책성 퇴임설도
    • 아모레퍼시픽이 또 한번 최악의 성적표를 마주하게 됐다. 증권가에선 저마다 어닝쇼크를 점치면서 혹평을 내놓고 있다. 부진 탈출구를 계속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이사가 사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거란 얘기도 들려온다.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씨가 최근 그룹 핵심요직으로 이동한 만큼 조직개편 입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어닝쇼크가 확실시되고 있다. 증권가는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와 비교해 70~80%대까지 떨어질 거란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영업이익으로 컨센서스(502억원)를 크게 하회하는 135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5% 하락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회복도 단기간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한한령 해제 무드로 인바운드 회복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영업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아 당장 회복을 기대하긴 이르다"는 의견을 내놨다.

    • 아모레의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7% 떨어졌다. 한국 화장품 실적을 떠받쳐주는 중국 수요의 구매 창구가 제한된 데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자체 브랜드들이 부진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는 지금까지 사업단위로 있던 조직을 각 브랜드만 전담하는 조직으로 개편하면서 '자체 브랜드 강화'를 그룹 전략으로 삼아왔다.

      특히 중국 사업 진출 교두보 역할을 했던 이니스프리의 위상이 이전같지 않다. 이니스프리는 중국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효자 사업이었지만, 수년간의 실적 부진으로 어느새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2분기 매출 하락폭(-28% 수준)이 브랜드 중 제일 커 중국과 홍콩 등이 속한 아시아 사업 적자전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부터 중국 내 이니스프리 로드숍 매장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중국 대도시인 1선·2선 도시 위주로 적자 점포를 40여곳 폐점했고, 올해도 연내 90여곳을 추가적으로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고정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적자 점포 위주로 정리 중이지만 남은 지점들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사내에선 매일 '위기'란 단어가 언급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룹 차원에서 조직을 전면 개편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배동현(65)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장과 안세홍(59) 아모레퍼시픽 사장 둘 중 하나가 7월 중 사태에 책임을 지고 나가는 것으로 안다"며 "지속된 부진에 책임 소재를 묻는 압박이 있다"는 설명이다.

      배동현 사장은 아모레퍼시픽 전신인 태평양화학 시절부터 약 40년을 재직해온 정통 '아모레맨'이다. 서경배 회장의 신임을 받아 2011년 아모레 대표이사직에 취임, 2016년부터 그룹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모레퍼시픽을 포함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부진의 원인인 브랜드들의 모기업이란 점에서 실질적인 실적 타격을 입었다는 부담이 있다.

      안세홍 사장도 그룹에 입사해 약 34년을 몸 담아왔다. 이니스프리 법인 대표이사 전무, 부사장직을 거쳐 2017년부터 아모레 대표이사직으로 있다. 이니스프리를 매출 1조원 브랜드로 키워 중국으로 진출시킨 주역이란 평가를 받아온 입지전적의 인물로 통한다. 하지만 아시아 사업, 특히 그중 이니스프리가 골칫거리로 전락하며 사내 입지도 이전같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29) 씨의 행보는 대비되는 면이 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민정 씨는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 과장이었지만 최근 핵심 요직인 그룹전략팀으로 옮겨왔다. 그룹전략부터 인사구조에 이르기까지 조직 개편 전반을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최대주주인 서 회장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도 하다. 추후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영업조직이 임원진을 꿰찬 회사 특성상 전문경영인들은 지속적으로 건재한 영향력을 보여야 하지만 오너 일가는 위기 상황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관전평도 나온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아모레는 지금까지 '화장품은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일종의 순혈주의가 있는 기업이다. 뼛속까지 '아모레맨'인 사람들을 주로 요직에 앉혔고 지금 대표이사직으로 있는 두 사람도 서경배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사람들로 안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사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게 된다면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이라면서 "전문경영인의 경영 책임도 물론 있겠지만 오너 일가는 위기일 때 책임 소재에서 벗어나 있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