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가치 가르는 '브랜드 전쟁'
입력 2020.07.17 07:00|수정 2020.07.16 17:18
    각종 규제로 재건축·신규사업 축소
    브랜드 고급화 전략…양극화 커져
    •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아파트 시장 재편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상위 건설사들은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을 활용해 수주 실적과 기업 이미지를 두루 챙기는 모습이다. 특히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 전쟁’은 건설사별 기업가치의 양극화까지 부르고 있어 전략 마련이 더욱 분주해졌다.

      올 상반기 현대건설은 정비 사업에서만 약 3조4500억원의 신규 수주를 따냈다. 공사비만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을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통해 따낸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한남3구역은 서울시의 제재까지 더해질 정도로 GS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각축전을 벌였던 곳이었다. 현대건설은 조합원들에게 ‘프리미엄 랜드마크 설립’ 전략을 주요히 설득했다.

      5년만에 재건축 시장에 뛰어든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따내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각각 대림산업·호반건설, 대우건설과 경쟁을 거쳤지만 조합원들의 ‘래미안’ 브랜드 선호도를 꺾을 수 없었다. 삼성물산은 상반기 단 두 건만으로 1조원이 넘는 신규 수주를 따냈다.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전략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로 올해 해외 사업은 난항을 겪었을 뿐 아니라, 국내 역시 각종 규제책이 쏟아진 탓에 재건축이나 신규 건설 사업지는 더 줄어들고 있어 차별화 요구가 강해졌다.

      상반기 대표 격전지에서 입주민들의 선택받은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한남 3구역)’,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제외하고도, ‘평당 1억 브랜드’로 유명세를 떨친 대림산업의 ‘아크로’나 수도권 수주에서 강세를 보였던 대우건설의 ‘써밋’이 대표적이다. 연초 한강변 최대 대어로 꼽혔던 GS건설의 ‘한남자이 더 리버(한남하이츠)’처럼 펫네임을 붙이는 방식도 부각된다.

    • 지난 2014년부터 본격화된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 전략은 일전엔 하나의 선택지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지자, 건설사들의 주가와 기업가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에 따른 브랜드 선호도 고착화 현상은 강해지고 있다. 5개 건설사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건설사별로 3.3m²당 약 2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의 가격은 계속 비싸지고 있다.

      한 증권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거래가격 자체가 건설사들의 시장점유율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매매가와 연동된 브랜드 선호도는 사업지가 줄어드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밸류에이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부동산 규제가 전환점을 맞이한다면, 건설사들의 기업가치 차이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미 브랜드 론칭 전략에 소극적인 건설사들은 지방으로까지 손을 뻗쳐가는 상위 건설사와 힘겨운 경쟁을 이어나가는 추세다. 수도권으로의 진입이 어려운 이들은 여전히 지방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따내야 하지만, 전국 미분양 주택 약 4만여 가구 중 90%가 지방에 몰려 있기 때문에 사업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전가될 수 있어 위험성도 크다. 결국 수도권을 기반으로 고급화 전략을 꾸리고 있는 일부 상위 건설사만 살아남는 환경이 구축돼가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아파트 값은 규제가 완화되는 시점을 타고 신고가를 갱신해왔다”며 “건설 산업 자체의 침체가 우려점이긴 하지만, 브랜드를 공고히 하며 시장을 선점해둔 곳은 차후에 더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