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위협하는 삼성 준법감시위 신고제
입력 2020.07.31 07:00|수정 2020.08.04 10:08
    실질 기능 커지며 '역할 반전' 나타나는 신고제
    도우인시스 주주들, 준감위 '신고 릴레이' 진행
    삼성重 하청업체들도 "이재용 책임져라" 신고
    분쟁 잦은 삼성물산 재건축 사업서 논란 전망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대외적으로 이 부회장과 삼성을 향한 견제를 내비치며 양형의 변수로 작용하는 듯했다. 이제는 각 계열사에 산재됐던 부정 이슈를 공공연하게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내달 초 사법처리 결과를 앞두고 활발한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부담이다.

      최근 삼성 준법위에는 폴더블용 유리 기판 제조사 도우인시스 주주들의 ‘신고 인증 릴레이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달 초부터 네이버 카페 등 SNS에서 약 70여명의 소액주주들이 준법위 홈페이지에 신고를 하고, 이를 캡처해서 게시판에 공유하는 ‘인증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우인시스는 지난해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 탈취 관련 잡음이 계속되던 회사였다. 도우인시스가 이른바 ‘접는 유리’에 관한 기술 개발을 완료되자, 납품을 받아주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서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는 의혹이었다.

      지난달 일부 주주들이 내용증명을 통한 공방이 이어질 때만 하더라도 분쟁은 삼성디스플레이 개별 회사의 소요 사태에 그쳤을 뿐, ‘그룹’ 차원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준법위의 신고문에서 상당수 주주들이 “삼성그룹이 기회주의적 행동을 취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결과 때까지 무시할 것이냐” 등 ‘삼성’과 이 부회장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서 새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 역시 비슷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말 ‘조선3사 하도급 갑질 피해 하청업체 대책위’는 부당 계약 개선과 피해 구제를 요구하면서 지난 4월 준법위로부터 회신받은 신고 답변서를 공개했다. 당시 준법위 측은 “삼성중공업은 준법위가 결성 당시 명시한 7개 계열사에 명시되지 않아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고 밝혀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의 결단을 묻는 목소리가 이어진 바 있다.

      일련의 사태에서 활용된 준법위 신고제는 지난 3월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마련됐다. 당시 준법위 측은 각 사 최고 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신고 및 제보를 받기 위해 해당 제도를 마련했으며, 삼성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대외적으로 공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었다.

      지난달부터 삼성이 준법위의 첫 권고에 대한 후속 조치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안착이 시작되자 신고제 역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은 삼성중공업의 사례처럼 활용의 폭이 좁다는 지적도 있지만, 신고가 들어오면 한 달 안에 위원회에 정식 회부하게끔 돼있는 처리 규정 때문에 신속성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다.

      삼성 준법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신고를 위원회에 회부할 수 없어 외부에서 초빙된 신고제보 담당 변호사가 한 차례 거르지만, 되도록이면 대부분의 신고를 올리려 한다”며 “내부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신고가 많은 편이지만 매번 민원성 여부, 법적 여부를 면밀히 따져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준법위 신고제가 더 활성화하면 가장 파괴력이 큰 분야는 단연 삼성물산의 재건축 사업이 꼽힌다.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클린 수주'를 내건 만큼, 실질적인 조정 사례가 나온다면 이 부회장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삼성물산은 5년만의 재건축 사업 복귀에서 대우건설 및 일부 조합원들과 큰 마찰을 빚으며 서울시의 ‘주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특히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서 재건축 사업을 주도하는 이른바 '스타 조합장'과 삼성물산과의 유착 관계 의혹이 소송전으로 비화한 사례는 차후 준법위가 재건축 관련 신고를 피할 수 없는 이유로 지적받는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분쟁 당시 대우건설 내부에선 회사 차원의 준법위 신고를 고려했었고,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일부 조합원들은 실제 신고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착 관계로 의심되는 한 모 조합장의 진술이 연기되고 있어 해당 건의 준법위 조치는 어렵겠지만, 다른 사업에서도 분쟁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