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포스코, '오너십 안정화'가 가른 성과 격차
입력 2020.08.04 07:00|수정 2020.08.05 09:42
    최초 분기 적자 맞은 '포스코'·긍정 전망의 'KT'
    함께 거론되던 투자시장 '민영화 맞수' 였지만
    연임 회장 배출한 KT 대비 '입지 불안' 포스코
    주력에서의 실적 회복이 '최정우號 안정' 변수
    • 비슷한 시기 민영화를 거치며 함께 주목 받아온 KT와 포스코의 투자 성과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항상 비교 대상에 올라온 두 회사는 민영화 이후에도 오너십과 임원 인사의 불안정성에 대해 자본시장의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최근 KT가 이 리스크를 점차 해소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포스코의 경영진들에게도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포스코는 별도기준 2분기 영업이익에서 2000년 분기 실적 공시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업황이 어려워지며 ‘예상됐던 일’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회복 시점을 예단할 수 없다는 회의론도 함께 대두된다. 반면 같은 기간 5G로의 ‘세대 변경’이 요구되며 부진을 이어온 KT는 본격적인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증권가 평가에 기반해 비통신 부문까지도 중장기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두 회사는 실상 규모의 차이 때문에 단순 비교가 어렵다. 투자시장에서 함께 거론됐던 이유는 ‘공기업적 특성’을 지녀왔단 의미 때문이었다. 이들은 각각 통신망과 철강이라는 국가 기간산업을 도맡아 왔고, 민영화 시기도 KT가 2002년, 포스코가 2000년으로 비슷하다.

      민영화 이후에도 업종의 특성상 안정적 이익을 낼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기간산업에 대한 위기론이 강하게 제기되며 양 사의 경영 안정화 요구는 거세지는 분위기였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 전방산업의 축소로 인한 글로벌 철강 수요의 감소 문제와, 그간의 통신 세대 보다 기간망 선제 투자액이 월등히 높은 5G의 등장이 동시에 진행되며 이들 기업의 전략 수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오너십의 구조 변화가 새롭게 집중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해 KT는 민영화 이후의 최초 6년 연임 임기를 성공해낸 CEO를 배출해냈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비통신 CEO’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황창규 전 회장의 평가에는 명암이 존재하지만, 영업이익 ‘1조원 복귀’와 이를 통한 연임 자체만으로도 KT에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검찰 수사 리스크가 남았으나, 뒤를 이은 구현모 회장 역시 선임 과정에서 단독 후보로 선출되며 이른바 ‘외풍(外風) 논란’을 축소시킨 사례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들은 구 회장이 내부 출신 수장이면서도, 황 전 회장 체재 이래 KT 경영진들의 조직 장악력이 최고조에 달한 점이 기간망 선제 투자 확장이나 인수합병 사례(현대HCN)에서 잡음이 일지 않는 이유로 지적한다.

      반면 포스코 내부에서는 CEO의 입지 다지기가 여전한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KT의 상황과는 달리, 최근 취임 2주년을 맞이한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는 다소의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문제는 성과로 수렴된다. 당초 최 회장이 선임됐던 배경에는 그룹의 기대 받는 신사업으로 손꼽힌 포스코케미칼의 수장 이력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최 회장 취임 이후 2차전지 부문 성과가 부각된 포스코케미칼은 시가총액 4조원을 돌파하며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고 있다.

      다만 주력 부문인 철강 사업이 최 회장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미진함을 보이며 위기에 처했다. 회사 측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철강 사업의 비중을 30%로 떨어뜨리고, 오는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철강 매출의 절반 규모로 키우겠다고 했지만, 포스코케미칼의 이번 2분기 실적이 160억원에 그치며 아직 영세한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곧 포스코의 오너십 안정화에 대한 위기론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사임한 이력이 있는 그룹이고, 직전 수장이었던 권오준 전 회장 역시 임기를 2년 남기고 사퇴했던 점은 안정적인 조직 장악력을 보여야 하는 최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포스코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실 최정우 회장이 큰 실기를 했다기 보다는, 업황 자체가 어려워 진 것인데 안에선 ‘EBITDA 6조원짜리 본사 대신 스타트업 키우다 말거냐’는 비판도 있다”며 “원래도 지지 기반이 적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회장이 또 흔들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철강 실적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