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재에 '주가 부양' 경쟁 돌입한 통신3사 CFO들
입력 2020.08.13 07:00|수정 2020.08.14 09:35
    2분기 두 자릿수 실적 상승세 기록한 통신 3사
    '악재 구간' 지나 저평가 주가 회복 기반 다져
    주주 환원책·사업 확장 자신감 드러낸 CFO들
    KT '사업성'·LG유플러스 '화웨이 장비'는 숙제
    • 국내 주요 통신사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의 목소리가 달라지고 있다. 설비투자로 인한 적자, 코로나로 인한 불황이 위축을 가져왔지만, 2분기 실적은 자신감의 기반이 되고 있다. 장기간 저평가돼온 자사 주가를 회복시킬 ‘적기’가 왔다는 판단에, 주가 부양책과 사업 비전 제시가 한창인 상황이다.

      최근 SK텔레콤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윤풍영 코퍼레이트1 센터장(CFO)는 “기말 배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기존의 주주환원 규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스토어, ADT캡스 등 자회사의 IPO(기업공개), 그리고 이들의 정기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도 시사했다.

      이날 SKT는 “현재 주가가 20만원 초반에서 장기간 정체 중인데, 경영진은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다”며 주가 부양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저평가를 단언할 수 있었던 것은 두자릿 수 넘게 오른 실적 때문이었다. SKT는 매출 4조6028억원, 영업이익은 35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7%, 11.4% 증가했다. 지분법 이익이 반영된 순이익은 66.8%(4322억원) 늘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간의 주가 저평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통신업에 대한 수익성 개선을 불신한 영향이 컸는데, 상반기 실적은 이제 다 검증된 상황”이라며 “SKT는 MSCI 비중 상향과 이르면 이달 시작될 자사주 매입으로 통신 3사 중 가장 빠른 반등 속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KT 역시 주가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KT는 이미 회장 교체 시기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입이 있었고, 지난 5월 말 CEO 비공개 기업설명회에서 '배당성향 50% 정책'이 제시되며 본격적인 주가 부양 의지가 공언된 바 있다. 부동산 매각 등 일회성 금액을 제외하고,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50% 이상을 제공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이 언급된 후 첫 분기인 만큼 시장은 이번 실적 발표를 주목하고 있었다.

      KT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윤경근 KT 재무실장(CFO)는 실적 상승 결과와 함께 연내 5G 가입자 증가(350만명)를 강조했다. 이는 5G 설비투자(CAPEX)와 대비했을 때 수익 창출의 근간이 되는 무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1분기 대비 되려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T의 경우 주가 회복이 사업 성장의 증명에 달렸다는 평가가 붙는 만큼, 윤 재무실장은 “로밍 매출 감소로 인해 ARPU가 감소했지만, 핸드셋 기준으로는 ARPU가 계속 상승 중이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는 매출이 소폭 꺾였지만, KT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8.6% 늘어난 3418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 기조를 이어갔기 때문에 보다 설득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주요 통신사 중 주가 회복력이 가장 더딘 것은 LG유플러스로 평가된다. 이번 실적발표에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대비 59.2% 늘어난 239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컨퍼런스 콜 과정에서도 화웨이 장비 이슈 문제가 불거지며 주가는 지난 5월 대비 약 20%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CFO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자리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제기된 논란에 “지난달 말 (장비 사용을 중지해달라는) 미 국무부 부차관보의 발언은 대단히 보편적인 수준에서 미국이 취하고 있는 전략적 내용을 얘기한 것이며, 그 부분에서 심각하게 얘기됐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는 실제로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미국의 요구가 '당장의 중지'는 아닌 점과, 벤더 교체를 하더라도 구매 비용 규모에 별 차이가 없을 관측을 들어 단기적 리스크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에 끼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강해지자,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 멀티플을 하향 조정(3.6배)하며 목표 주가를 내리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사실 하루 이틀 된 문제도 아니고, LG유플러스 입장에선 경영상의 선택을 한 것뿐이지만 투자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노이즈는 계속되고 있다“며 “SKT 주가 랠리의 뒤를 이으려면 해결은 돼야 할 텐데 참 곤란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