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가 '콘텐츠 포털'이라고?…고개 가로젓는 기관들
입력 2020.09.25 07:00|수정 2020.09.28 10:51
    펀더멘탈 불안 여전…"위버스, 설득력 낮아"
    기관투자자 점차 비이성적 고밸류 기피해
    "들어가긴 하겠지만 락업 짧게 걸 듯"
    • 이달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에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지난달 카카오게임즈 때처럼 뜨겁게 반응할까.

      빅히트는 지난 2주간의 IR 과정에서 팬덤을 활용한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강조했다. BTS 팬클럽인 '아미' 등 충성도 높은 유저들에게 일종의 콘텐츠 포털인 위버스를 통해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병역 문제 등 'BTS 이후'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상장 전략이다.

      다만 수요예측을 앞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까닭에서다. 검증되지도 않은 플랫폼 실험보단 '연예기획사'로서 아티스트를 꾸준히 발굴해내는 능력을 증명해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문투자자 자격을 갖춘 대다수의 국내 기관들은 빅히트의 수요예측에 참여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해외의 남다른 반응을 고려하면 지난달 카카오게임즈가 기록한 역대 최대 수요예측 경쟁률을 또 다시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공모 희망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 및 시장의 반응 등을 고려하면 상장 후 추가로 인덱스에 편입될 확률이 커 일단 일정 지분은 확보해야 할 거란 관측이 주류를 이룬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들 대부분 들어가는 분위기"라며 "사이즈에 비해선 일반인들이 받는 유동물량이 적어 카카오게임즈 전철 밟지 않을 수도 있고 전체 운용자산(AUM) 중 주식시장에 오픈된 금액이 많은 운용사나 공제회도 충분히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주로 거론되는 BTS 멤버 입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보호예수(락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게다가 지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학습효과가 더해지며 기관들도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매우 의식하고 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물량을 못받으면 못받았지 락업을 1개월로 걸지 않고 길게 걸면 너무 위험하다"라며 "입영 리스크 때문에 빅히트가 제안한 '위버스'도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BTS가 군대를 가면 어떡해?'라는 기관들의 물음에 빅히트가 내놓은 해답은 위버스였다. 위버스의 높은 아르푸(ARPU·사업자의 서비스 가입자당 평균 수익)를 감안하면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근 공격적으로 개발자를 고용하며 위버스에 대규모 IT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위버스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하다.

      한 국내 기관 임원급 관계자는 "빅히트가 플랫폼이라는 건 상장을 위한 몽상적 논리에 불과하다"라며 "방탄소년단이 언제까지 그 격한 춤을 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만큼 플랫폼보단 잘 나가는 아티스트를 앞세워 이를 후광효과로 후속 아티스트를 키우는 시스템을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실제로 기관들의 빅히트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통상 데뷔 후 유명세를 타며 승승장구하는 그룹은 수익 분배율이 회사보단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점차 조정된다. 실제로 유명해진 한 아티스트는 95%에 달하는 분배율의 호혜를 누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후속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데 있어 필요한 후광 효과를 위해서 회사가 감당하는 몫인데, 빅히트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할 역량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SM 조차도 HOT나 신화 멤버들과 재계약을 할 때 수익 분배율을 맞춰주지 못하고 이후 아티스트 발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라며 "SM은 그래도 치열하게 아티스트를 키우는 시스템이 있는데 빅히트가 과연 이같은 수준의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IPO 시장에 거품이 과도하게 낀 것과 관련해서도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한 뒤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면서 상당히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변했다고 느꼈다"며 "SK바이오팜 같이 개발 물질 하나만 터져도 기업가치가 오를 수 있는 산업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카카오게임즈는 사업구조나 매출 등이 눈에 뚜렷하게 보여 기계적으로 기업가치 산정을 할 수 있음에도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기관투자자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은 것도 부담이다. 지난 21일 선박기자재회사 파나시아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투심을 확보하지 못하며 IPO 일정을 전면 철회했다. 최근 IPO 공모 시장의 뜨거웠던 투심을 고려하면 다소 낯선 풍경이다. 원인으로는 파나시아 주가 상승폭이 가팔랐음에도 이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높게 산정한 것이 꼽힌다.

      빅히트는 24~25일 수요예측 후 이르면 28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내달 5~6일 이틀간 공모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10만5000원~13만5000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4~5조원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