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신용도 방향성도 가른 코로나
입력 2020.10.14 15:06|수정 2020.10.14 15:06
    신세계·GS·롯데·현대중·두산·현대차 단기 업황 비우호적
    실적 불확실성 속 재무 여력 관리 더 중요해져
    • 코로나가 국내 그룹의 신용도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영향을 크게 받은 유통, 정유, 자동차 등 산업 비중이 큰 그룹들은 단기적으로 업황 전망도 밝지 않았다.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적 버퍼 여부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14일 ‘2020년 그룹분석: 코로나19 영향 하에서 차별화되는 그룹 신용도 방향성 ‘ 제하의 리포트에 분석대상 그룹 14곳 중 11곳의 2020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영향을 크게 받은 정유, 석유화학, 유통, 자동차/부품, 호텔/면세 등이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그룹별 실적이 갈렸다.

    • 산업들의 단기 업황 전망을 그룹의 산업별 매출액 비중으로 가중평균해 산출한 ‘그룹 Industry Outlook’을 토대로 각 그룹의 단기 업황을 전망해 본 결과 신세계, GS, 롯데, 현대중공업, 두산, 현대자동차의 단기 업황 전망이 ‘비우호적’으로 나왔다. 삼성, SK, 한화, LG, 포스코, 효성, CJ, LS의 단기 업황 전망은 ‘중립적’으로 나타났고 ‘우호적’인 그룹은 없었다.

      신세계, 현대중공업, GS그룹은 2020년 상반기 영업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단기 업황도 비우호적으로 나왔다. 신세계그룹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방문객 감소로 유통 및 호텔, 면세업의 수요 환경이 위축돼 상반기 적자전환했다. 단기간 내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현대중공업과 GS그룹은 유가급락으로 인한 석유제품수요 위축 및 정제마진 하락으로 적자전환됐다. 지속되는 저유가 기조와 수요 위축으로 정유 부문의 실적 회복시기가 불투명해 단기적으로 부진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그룹은 화학, 유통 등 주력부문의 영업 여건 저하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실적 회복 불확실성이 커졌다. 하반기에는 화학부문에서 점차 실적 회복기조를 보일 전망이나, 유통 및 관광∙레저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간 그룹 이익창출력은 상당 폭 저하될 것이라는 게 한신평의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수요의 회복과 공장 가동률 상승 등에 힘입어 하반기 점진적인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 동시에 신흥국 회복 지연, 중국사업 부진, 미래기술 관련 비용 부담 등 실적 회복의 제약요인도 존재한다.

      두산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환경이 불리한 국면으로 전환된 가운데, 최근 중공업 부문의 구조조정 관련 일회성 요인 등이 더해져 저조한 실적이 나타나고 있다. 한신평은 “특히 사업 구조조정 및 재무 개선방안이 대규모로 진행되는 2020년에는 관련 비용과 영업 정상화 작업으로 인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최근 재무 커버리지가 저하된 가운데, 재무완충력이 열위한 그룹의 재무적 역량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두산그룹은 자체 영업창출현금을 통해 차입금 상환 및 금융비용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건설기계부문의 DICC 관련 소송위험도 있다.

      한신평은 “두산그룹은 현재 대규모 유상증자 및 자산매각 등을 통해 강도 높은 재무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해당 성과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크게 제고될 여지가 있지만, 현재로선 그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고 평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부터 투자금액은 늘었지만 화학부문의 실적 저하로 그룹 전반의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 그룹의 재무안정성을 보완하던 금융계열사의 지분가치 및 수익성도 하락하고 있다. 그룹의 영위사업 특성상 대규모 CAPEX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의존도가 높은 화학부문의 업황 둔화로 그룹전체의 EBITDA 위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화학/태양광 부문의 대규모 투자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현금창출 가능 여부와 태양광 프로젝트의 매각 진행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당면한 사업환경과 재무역량에 따라 그룹별 크레딧 이슈 정도, 신용도 방향성이 차별화하고 있다. 그룹이 확대된 실적 변동성을 충분한 재무적 버퍼를 통해 감당할 수 있을 지가 핵심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힌다.

      두산그룹과 효성그룹은 실적 부진이 장기화돼 재무부담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룹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 GS, 현대중공업그룹은 업황 저하에도 재무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나, 통제 수준을 뛰어넘는 실적 변동이나 투자 소요가 지속될 경우 그룹 신용도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화그룹은 수익창출력 회복 및 원활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추가적인 재무부담 상승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신세계, 롯데그룹은 주력인 유통, 호텔/면세 사업 등에서 기민한 대응과 탄력적 투자전략을 바탕으로 재무안정성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신용도상 주요 점검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