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1년 만의 결실’…기업가치 변곡점 맞는 SK텔레콤
입력 2020.10.23 07:00|수정 2020.10.22 22:12
    1년 동안 논의된 SI 유치…파트너는 '우버'
    논란 휩싸였던 모빌리티, 5번째 핵심 과제로
    물적분할 후 산하에 JV…'효율적 구조' 평가
    월간 이용자, 실질 수익으로 환원책 과제로
    •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단 분사를 확정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우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조인트벤처(JV)를 구성했으며, 분할 법인은 물적분할 방식을 택해 신규 자금을 조달해 나갈 가능성을 남겼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측은 이번 거래를 두고 ‘빅테크(Big Tech)’를 잇는 다섯 번째 핵심 과제로 명명했다. 사업적으로도 OTT(웨이브), 보안(ADT캡스), 미디어(SK브로드밴드) 등 비통신 주력 부문 만큼의 비중을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모빌리티 사업이 SK텔레콤의 기업가치 전반에 미칠 영향에 쏠리고 있다.

      장고 거듭한 모빌리티 재도약…우버 JV로 ‘가속화’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사업을 함께할 SI(전략적투자자) 유치를 최소 1년 가까이 검토해왔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 사태로 모빌리티 사업이 위축 분위기에 휩싸였던 지난해에도, 이미 사내에서는 전략적인 사업 진출이 논의됐던 셈이다.

      이는 SK텔레콤이 지난해 10월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전격적인 지분교환이 진행됐을 때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 기업의 파트너십 발표를 두고, 경쟁 사업분야에 대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였다.

      양 사는 인공지능(AI), 5G 등 미래 기술 협력과 콘텐츠, 커머스 분야 시너지 창출 등을 취지로 밝히면서도 모빌리티 사업에 관해서는 “협력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다른 SI를 찾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며 거래 상대방을 추측하느라 분주한 형국을 이뤘다.

      우버와의 협력은 연초부터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꾸준히 한국 시장 진출을 고민하고 있던 우버는 SK텔레콤 측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논의를 본격화하며 투자 규모와 범위도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SK플래닛과 SK텔레콤 사이를 떠돌며, 모빌리티 사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노출됐던 사업단이 새로운 투자의 ‘중심 축’으로 도약한 셈이다.

    • 글로벌 우버 ‘이름값’에 투자유치 속도 전망

      현재의 투자구조는 단기적으론 우버와의 협력을 강조, 기업가치를 보다 크게 인정받을 수 있는 ‘효율적 형태’를 취했다는 것이 공통적인 평가다. 추가 투자 유치나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 등 여러 선택지에서 가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SK텔레콤은 사내 조직인 모빌리티 사업단을 ‘티맵주식회사(가칭)’으로 100% 물적분할한다. 분할 회사의 가치는 약 1조원 상당으로 인정됐으며, 우버는 총 투자금 약 1700억원 중 570억원를 투자해 지분 5% 정도를 확보한다. 우버의 나머지 투자금은 티맵주식회사 산하에 신설되는 택시호출 관련 조인트벤처(JV)에 투자되는 구조다.

      SK텔레콤 입장에서도 부담감은 크지 않다.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100% 지분 소유)의 예외규정 적용이 가능하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인투자자와 합작을 이룰 경우, 증손회사 주식의 절반(50%)만 보유하면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질적인 사업을 논의하는 분사 법인에는 우버의 지분이 크지 않은 구조이며, 상당수의 돈은 JV로 들어가게 됐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우버와 ‘이름값’을 취하며 추후 자금 조달에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통신 회사’ 노리는 SK텔레콤…기업가치도 ‘변곡점’

      분사와 합작법인 설립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장기적으로 SK텔레콤의 기업가치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텔레콤은 원스토어, ADT캡스, SK브로드밴드 등 자회사들의 연이은 IPO가 예정돼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SK텔레콤이 강조하는 ‘미래 기술 구현’과 ‘잠재 가치 현실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한 데 묶여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모빌리티, 콘텐츠, 보안 등이 지금으로썬 서로 다른 영역대로 보일 수 있지만,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된다면 모든 데이터가 ‘자동차’를 관통하며 돌아가게 된다”며 “투자자들은 SK텔레콤이 가능한 사업의 ‘범위’에 가치를 둘 가능성이 있고, 이번 모빌리티 강화 전략은 생태계 형성만 이뤄진다면 모회사인 SK텔레콤 주가, 자회사 기업가치 재평가 등 다각도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은 과제는 수익 창출의 구체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모빌리티 사업은 시장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SK텔레콤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인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약 1200만명에 육박함에도 뚜렷한 수익 창출구가 없었다. 90%까지도 추산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서비스 점유율과, 기존 택시 사업자들의 반발 등이 서비스 확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다시금 기존 사업자와 같은 ‘저항 세력’이 반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과 실제로 돈을 벌 방법”이라며 “아직 초기단계임으로 과한 긍정은 조심스럽고, 사업 사례가 나와야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