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도 하는데'…지배구조 개편 고민 깊어지는 KT
입력 2020.11.06 07:00|수정 2020.11.09 10:16
    외부기관 리포트 받아보며 지배구조 개편 검토하는 KT
    6조원 이하로 떨어진 시총…몸집 불리기 시급
    통신 치중된 지배구조, 구현모號에게도 부담
    반발 예정된 유휴 인력 조정…진퇴양난 상황
    • 통신사들의 주가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들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고민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 선두 SK텔레콤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자처하고 연이은 자회사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히며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쟁사인 KT도 정체된 밸류에이션 상승을 위해 유사 형태의 기업가치 재평가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과거 발표됐던 자사의 지배구조 개선 관련 리포트들을 최근 다시 내부 검토 중이다. 검토 대상 안건에는 '사업부 물적분할'과 '사업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주가를 상승시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첫 임기를 시작한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KT가 전통적 사업인 통신 이외에 플랫폼 등 여러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어, 그 내용들이 기업가치 제고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KT는 증권사 PB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IR 행사를 열면서 지승훈 상무(IRO)가 직접 나서 IDC, 클라우드 시장 등 신사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선 PB들 사이에서는 “주가 부양 의지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KT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2만8000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2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으며, 시가총액은 6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주가 측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연고점(2만7550원)과 연저점(1만7250원)의 낙차가 크게 벌어진 이후 상대적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가가 낮았던 경쟁사 SK텔레콤은 IPO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지난 9월 주관사를 선정한 원스토어를 비롯해 차후 상장이 예정된 ADT캡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등 예상되는 자회사 기업가치 합산액은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10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비통신 부문의 움직임이 부각되며 시가총액(약 17조6000억원)도 일부 회복됐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KT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기대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유선·무선·미디어 등 전통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자회사 형태나 KT 내부에 파편화돼 존재하고 있는 신사업들을 개별적인 전문 자회사 체제 또는 사업형 지주회사로 발전시키는 것이 주요 골자다.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새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끌고, 비용 효율화를 도모할 것이 기대된다.

      KT의 지배구조 개편은 과거 황창규 전 KT 회장 재임 시절에도 일부 언급된 사례가 있었다. 황 전 회장의 연임 당시에도 실적만큼 주가가 받쳐주지 못하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중복되는 조직을 정리하고 신사업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유선 부문과 같이 비용을 소모하는 사업들도 회계를 명확히 분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병행됐다.

      12년만의 내부 승진으로 올해 임기를 시작한 구 대표에게도 통신 부문에 편중돼 보일 수 있는 현 지배구조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VR·AR 서비스, IPTV가 포함된 미디어 사업 부문이나 부동산·위성 사업 부문 등은 유리한 주가수익비율(PER)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내부거래에 편중된 사업 범위를 확대할 시 조단위 밸류도 넘볼 수 있는 곳으로 평가 받는다. 부임 초 비통신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한 구 대표 입장에서는 분할의 유인이 상당한 곳들이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하는 시선도 상당수다.

      관건은 유휴 인력 조정에 대한 사내 반발 여론이다. 특히 유선전화와 인터넷을 포함한 유선 부문의 경우, 표면적인 매출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분사를 통해 회계분리가 본격화되면 결국 적자를 드러내야 하는 사업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책이 진행된다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상당 기간 논란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자신들의 상황을 알고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통신 부문에서 많게는 30% 정도의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지금 구조가 SK텔레콤과 비슷한 인베스팅(Investing)을 끌어오기 힘든 구조인 것은 맞지만, 과거 황 전 회장의 고민 지점이기도 했던 '노조의 반발'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