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대한항공 MRO사업…인천vs사천 지역구 의원간 신경전 우려
입력 2020.11.20 07:00|수정 2020.11.23 10:05
    대한항공 MRO 주축 되는 '통합 MRO 법인' 검토
    아이디어 차원 KAI 출자도 거론…캠스(KAMES) 몸집 확대 가능
    인천형 MRO vs 경남 사천 MRO 단지 조성 신경전
    "사천 MRO는 김경수 지사 역점 과제…KAI 진입 미지수"
    • 정부 주도의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단일화가 가시화한 가운데,  대한항공 '알짜 사업부'로 불리는 항공정비(MRO)사업이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출입은행이 지분을 가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그리고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캠스ㆍKAMES)가 대한항공 MRO와 조인트벤처(JV)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움직임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18일 국토교통부(국토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거래를 이끌고 있는 산업은행과 유관부처들은 최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앞두고 MRO산업에 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내용은 산경장 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당위를 설명하는 근거의 일부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제 실행과정에서 지역구 의원들과 정치권 갈등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큰 먹거리로 부상할 대형 항공 MRO회사의 근거지를 두고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이냐, 아니면 KAI 본사가 있는 사천이냐를 둔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합병 발표후 MRO사업 거론…정부 "국부유출 방지 위해 국가차원 육성 필요"

      항공기 MRO사업 통합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시화되자마자 가장 먼저 등장한 테마다.

      현재 정부 구상안의 유력한 내용으로 거론된 것은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한 조인트벤처(JV)의 설립이다. 이 조인트벤처는 통합항공사의 탄생과 함께 단일 FSC(Full Service Carrier)의 MRO일감을 맡게 될터라 향후 큰 먹거리 확보가 예상된다.

      이미 대한항공은 약 2000여명이 근무하는 '항공우주사업부'를 통해 MRO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상당한 수준의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정비를 독일 루프트한자테크닉에 외주로 맡겨 의존하고 있다.

      내용을 구체화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예정이지만, 이들 MRO사업을 통합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명확하다. 아시아나항공이 해외 업체들에게 정비 외주를 맡기는 것이 비용 손해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역시 FSC 통합 추진을 발표하며 “정비의 내수 전환을 통한 국부유출 방지와 MRO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MRO는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하는 필수 분야인데, 능력이 뛰어난 대한항공이 자가 수요에, 아시아나항공이 외주에 몰린 측면이 있다”며 “MRO 통합법인의 내용들은 PMI(인수 후 통합)의 일환으로 검토되는 것이라 확정된 바가 없지만,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방향 자체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그림대로 통합을 진행하게 되면 회사 설립 단계에서는 큰 자금은 투입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자사가 운영하는 MRO사업부문을 현물출자하고 JV 지분을 받아올 수 있다. 여기에 별도 사업부가 없는 아시아나항공의 MRO 조직을 JV에 합친다.

      그리고 추가로 KAI가 나서서 출자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KAI는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단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26.41%)로 있는 항공기 개발 및 부품 제조 회사다. 동시에 최근 MRO전문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MES)의 몸집을 급격히 불리고 있다. 연간 100대 규모의 보잉 B737, 에어버스 A320계열 항공기 정비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통합 JV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방위산업 업체들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때마침 한국항공서비스는 17일 오후 경남 사천 본사에서 새로 만든 '민항기 정비동' 준공식을 개최했다. 경상남도와 사천시가 항공 MRO 산업단지 인프라 조성을 위해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원하고,  한국항공서비스가 향후 2000억원을 투자해 격납고 추가건설, 창고, 부품정비동 등을 완공해 산업단지 조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 소개됐다.

      MRO사업 본거지 인천이냐 vs 사천이냐…지역구 의원들 신경전 우려 거론돼

      다만 정부와 채권단 관계자들은 이번 MRO사업 신설회사와 KAI의 참여가능성 등에 대해서 극도로 말을 아끼고 조심하는 분위기다.

      일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RO 효율화까진 교감이 충분하나, 그 뒤를 예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경남 사천에 본사를 둔 KAI의 참여에 대해선 “취지엔 부합할 수 있지만 논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이들이 입단속을 하는 배경엔 MRO 클러스터 육성에 대한 지역구들의 신경전이 거론된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는 배후부지를 MRO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자유무역지대 지정이 논의되고 있다. 국제선이 집중된 인천국제공항에는 정비 수요가 많은 외국 항공기들이 몰리는 만큼, 이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천공항공사가 항공기 정비업을 영위할 수 있는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은 경남권 국회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경남도당은 지난 9월 인천공항법 개정에 대해 “정비사업 마저 수도권에 집중되면, 사천지역 공동화와 불균형을 가속할 수 있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천시는 현재 항공 정비 전문단지인 용당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친문(親文) 적자'로 평가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역점 과제로 꼽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초대형 먹거리인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담당 통합 MRO법인이 출범된다. 당연히 이 수혜를 누가 가져갈지에 대한 눈치싸움이 불가피하다. 자칫 '교통정리' 없이 실행되면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정치권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 우려의 핵심이다.

      일례로 KAI의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가 향후 2000억원을 투자해 사천 지역 MRO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밝힌 점을 근거로, 새로 탄생할 통합MRO 통합 법인의 주요 출자자가 되면. 이는 경남 및 사천지역에 MRO법인을 유치할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인천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송영길 의원 등 여권 중진의원들은 이미 '인천형 MRO'를 추진중인 상태다. 결국 여당 의원들간에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AI 출자 아이디어의 배경은 이해하고 있지만, 국내 MRO라고 하면 인천의 대한항공과 사천의 KAI 두 가지인데 통합법인 위치를 두고 인천과 사천의 분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인천공항공사법)개정 법안이 나온 걸 김경수 경남지사가 막아놨다는 얘기까지 금융권에 퍼져 있는 상황인데 KAI가 곧바로 이름을 올리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