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 향하는 SKT, 추격하는 KT…통신사 사업재편, 내년이 '분수령'
입력 2020.12.23 07:07|수정 2020.12.28 10:37
    2021년 정기 인사·조직개편 완료…'신사업' 초점
    청사진 공개됐던 SKT, IPO 전담 조직화로 '속도'
    KT, 사장단 공동경영·신사업 조직 확대 개편도
    LGU+, 성장 고민하되 자본시장과 거리두기 전망
    • 통신사들이 연말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며 내년도 사업 방향의 윤곽을 드러냈다. 올 한해 투자유치와 자회사 상장 계획을 꾸준히 제시한 SK텔레콤, 최근 신사업 조직의 적극적 개편을 진행한 KT는 자본시장을 활용한 탈(脫)통신 행보가 두드러진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수익성 전략을 극대화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취했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최근 각 사 이사회를 통해 2021년도 정기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사업 조직들이 힘을 얻고, CEO급 인사들이 대폭 교체됐다. 이들은 서로가 “젊은 혁신 조직”임을 강조, 각자만의 조직 구성을 밝히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SK텔레콤은 통신사들 중에서는 어느 정도 개편 방향의 윤곽이 드러난 곳으로 꼽힌다. 이미 자본시장을 충분히 활용하는 전략을 취해왔으며 투자자들과의 소통도 활발했다는 평가다. 이번 개편에서는 준비 중인 자회사 기업공개(IPO)에 속도감을 높일 수 있는 개편이 이어졌다.

      앞서 SK텔레콤은 분기별 컨퍼런스콜에서 IPO에 대한 청사진을 드러낸 바 있다. 원스토어(20201년 상반기)를 시작으로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자회사들이 연이은 상장 계획을 갖고 있다. 연말 인사에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부회장으로서 ICT위원장을 맡게돼 의사결정 권한이 커졌다.

      Corp(코퍼레이트)센터 산하 ‘IPO추친담당’이 생겨난 것도 이런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내외 투자 유치를 사업부문과 연결하고, 진행되는 자회사들의 IPO를 지원하는 최초의 담당 조직이다. 이밖에 AI서비스단이 AI&CO(컴퍼니)로, T3K조직 내 데이터, 클라우드 개발 조직을 개편하는 등 비통신 부문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중간지주 설립은 마지막 과제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인해 SK그룹은 앞으로 1년 안에 SK텔레콤을 주축으로 중간지주사 형성을 완료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추가 지분 인수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전환 과정에서 통신 부문 분할 등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조직개편에 가장 적극이었다. 취임 2년차를 맞이하게 될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비통신 부문의 확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국현, 박종욱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와 함께 사장단(3명) 체제를 구축하며 조직 장악력도 커졌다.

      지난달 론칭한 B2B브랜드 ‘KT엔터프라이즈’는 이번 개편에서 기업부문의 조직 명칭으로 변경됐다. 구현모 KT대표와 ‘2인자’로 꼽히던 박윤영 전임 기업부문장 자리에는 KT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역임한 신수정 부사장이 올랐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이었던 송재호 전무는 올 초 신설된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에 올랐다. KT의 신사업을 두루 도맡고 있어 기관들의 관심이 높은 AI·DX융합사업부문을 맡았다. 산하엔 ‘KT랩스’가 신설됐는데, 동영상플랫폼서비스(OTT) 시즌(Seezn)과 커넥티드카 등 사업이 통합됐다. CEO 직속조직으로 확대 개편된 미래가치추진실과 함께 신사업 분야의 전략 수립과 투자를 이끌 전망이다.

      KT는 통신사 지배구조 형태 중 고민이 많은 회사로 분류된다. 하반기부터는 외부 기관과 접촉해 내부의 사업본부와 자회사를 쪼개거나 합치는 등의 개편 방안을 자문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개편을 기반으로, 향후 부동산과 금융 등 저평가된 자회사들의 전진 배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의 전략은 두 경쟁사와는 사뭇 다르다. 신규사업에 대한 계획은 그려냈지만, 당분간은 기존 사업의 수익에 집중하는 형태를 취했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CJ헬로비전을 8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자본시장과의 접촉을 상대적으로 자제하고 있다. 이번 개편에서는 품질조직·고객센터 등을 CEO 직속 편제로 만들어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스마트 헬스·보안·데이터 사업 등 산재된 조직을 ‘신규사업추진부문’으로 묶어 새 수익원을 탐색하겠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통신 담당 연구원은 “SK텔레콤, KT와 비교하면 LG유플러스는 아주 순수한 통신사업자고, LG헬로비전을 제외하면 의미를 둘만한 종속기업도 없다”며 “성장에 대한 고민을 병행하면서도, 당분간 3위 사업자로서 마케팅 전략 효과를 통해 가입자를 늘리고, 비용 통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