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ㆍF&I, '디벨로퍼' 꿈 접나...나인원한남 후분양 실패하고 "부동산 축소"
입력 2020.12.28 07:00|수정 2020.12.30 07:11
    대신F&I, 부동산개발 비중 줄일 듯
    "나인원한남, 임대후분양 실패 전례 남겨"
    입주민 대다수가 대신VIP…혜택 제공 중
    NPL 늘린다지만…하나F&I 비해 현금 부족
    • 대신증권을 주축으로 한 대신금융그룹이 '부동산 종합개발업'에서 쓴맛을 보고 손을 떼려는 모양새다. 나인원한남 개발 프로젝트의 수익화에 결국 실패한데다,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조기 분양에 나서며 신뢰까지 잃은 까닭이다.

      나인원한남에 투자했다가 대신금융의 조기 분양 전환에 허를 찔린 고액자산가들이 대신금융그룹에 등을 돌리면, 대신증권의 자산관리(WM) 사업마저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신에프앤아이(이하 대신F&I)는 향후 부동산개발 비중을 줄이는 방향의 포트폴리오 조정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F&I의 사업은 ▲투자사업부문 ▲부동산투자부문 등 2가지로 나뉘는데, 전체 자산 중 부동산개발사업 관련 자산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나인원한남 사업의 규모가 워낙 큰 탓이다.

      대신F&I는 올 하반기 나인원한남 주택개발사업과 관련 임차인들과의 갈등에 휘말렸다. 대신F&I가 기존 '임대 후 분양'에서 '조기 분양'으로 분양 방식을 전환키로 한 탓이다. 지난 8월 발표된 새로운 부동산정책으로 급상승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의 조치였다. 그러나 4년 후 분양을 염두에 두고 자금 계획을 수립한 임차인들은 자금 이슈에 보유세 부담까지 급증하게 되며 소송에 나선 상태다.

    • 나인원한남 사업은 대신F&I가 한국토지주택공사(HUG)로부터 매입한 한남동 토지건물에 대해 진행한 주택개발사업이다. 시행 법인으로서 특수목적회사(SPC) 디에스한남을 설립해 진행했다. 그러나 2018년 HUG와 높은 분양가를 두고 분양보증 협의 절차에 난항을 겪으며 일반분양 대신 선임대 후분양(4년 의무거주 후 분양전환)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했다. 당시 2023년 12월 분양전환될 예정임을 고지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임차인 입주가 시작됐다.

      올해 8월 계획에 없던 치명적 변수가 생겼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으로 대신F&I가 부담해야 할 보유세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사업장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추정한 올해 보유세는 약 431억원이지만 내년 추정 보유세는 종부세법 개정을 감안하면 2배인 847억원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자 대신에프앤아이는 2023년에서 2021년으로 분양 시기를 앞당기는 결정을 내렸다.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곧바로 임차인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나인원한남은 현재 임대료가 보증금만 40억원, 월세 100만원 안팎에 형성돼있는 고가 주택이다. 분양 후 시세는 80억~90억원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를 조기 분양 받게 되면,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고스란히 대신F&I에서 인수자들에 전가된다. 예상보다 2년 앞당겨 유동성을 조달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대신F&I는 조기 분양 후 세금에 대해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중과세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보증금 40억원짜리 주택을 임차하고 있는만큼, 나인원한남 입주민 대부분은 고액자산가이자 다주택자로 분석된다. 이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택도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에 포함되며, 기존 주택 보유 규모에 따라 세금이 중과되는만큼 대신F&I측 보상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나인원한남 사업의 경우 애초 의도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는 것 뿐이었지만 난데없이 예상치 못한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기 분양이 이뤄지면 대신F&I는 나인원한남 프로젝트에서 큰 손실을 보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조기 분양이 이뤄질 시 세금 등 부담으로 인한 재무 영향은 감당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한 평판 저하라는 평가다. 비단 대신F&I뿐만 아니라 대신금융그룹 전반에 걸친 사안이다.

      나인원한남 입주자 대다수는 고액자산가일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는 '입주자 대부분이 대신증권의 VIP 고객들이다'라는 소문도 퍼져 있다. 나인원한남 사업으로 인해 VIP들과의 신뢰가 깨지면 대신증권의 WM부문에서도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분양전환가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그룹 차원에서 수년 간 공을 들이던 '부동산 종합개발업'에서 다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할 거라는 전망도 많다. 부동산 프로젝트는 사업자-투자자-입주자 사이의 신뢰가 필수적인데, 나인원한남을 지켜본 이들이 향후 '대신'의 이름이 붙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느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대신F&I의 향후 사업 전략에 대한 이슈도 남아있다. 부동산개발 부문을 축소한다는 것은 곧 NPL 매입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해 무서운 성장속도를 보였던 하나F&I에 비해 대신F&I의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것은 한계로 꼽힌다. 대신F&I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5176억원에서 올해 3분기 2637억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에 더해 나인원한남 임차인들의 50% 가량만 분양전환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지불해야 할 세금 규모도 423억원에 달한다.

      반면 올해 3분기 기준 NPL시장 점유율을 12%에서 36.5%까지 크게 끌어올린 하나F&I는 유상증자로 1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하며 내년 상반기 NPL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신금융그룹 측도 내년 일부 자산을 매각해 벌어들인 현금을 NPL 매입에 적극 활용할 것이란 입장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나인원한남 사업이 끝나면 절반 가량 차지하고 있던 부동산투자부문 비중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개발 비중을 줄인다고 한 것 같다"라며 "나인원한남의 넥스트(Next) 부동산개발사업은 없을 것이란 암시인 동시에 또 하더라도 나인원한남 사업만큼 큰 규모의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겠단 이야기도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