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합병 따라가는 카카오엔터, 김성수 대표 역할은 어디까지?
입력 2021.02.05 07:00|수정 2021.02.08 08:59
    카카오엔터 출범에 IP에서 제작까지 섭렵
    추가로 라이브 커머스, 해외진출이 관건
    김성수 대표, 합병 후 CJ ENM 견고화 경험
    다만 콘텐츠 ‘A to Z’ 성공 사례 없어 지켜봐야
    •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출범에 콘텐츠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으로 콘텐츠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거기에 CJ ENM 성공 신화를 쌓은 김성수 대표가 회사를 어느 정도로 견고하게 만들지가 관건이다. 일단은 시장 안착은 예상되지만 시장 전반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 왕국을 꿈꾸는 카카오엔터는 아직 그 누구도 구축하지 못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카카오엔터는 콘텐츠 스토리(IP)부터 작가·감독·배우 수급 및 제작, 이후 플랫폼 유통까지 통합하는 엔터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한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웹소설 등 원천 스토리 지적재산(IP)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16개의 자회사와 관계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약 8500개의 원천 스토리 IP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M은 배우 매니지먼트 7개사와 음악 레이블 4개사, 다수의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를 산하에 뒀다.

      통합법인에선 카카오페이지의 다양한 콘텐츠를 카카오M을 통해 제작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더 나아가 콘텐츠 수출, 커머스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라이브 커머스까지 더하면 현재 통합법인의 단순 기업가치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CJ ENM의 합병 스토리와 어느 정도 맥이 닿아 있다. 2011년 온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CJ인터넷, CJ미디어, 엠넷미디어 5개 영상 계열사가 합병하면서 CJ E&M이 탄생했다. 이후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드래곤을 만들어 상장시키고, 이후 CJ오쇼핑과 합병해 CJ ENM으로 재탄생하며 커머스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진두지휘한 이가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다. 미디어 업계에서 김 대표의 존재감은 크다. 실제로 김 대표가 CJ ENM을 떠나 카카오M으로 갔을 때 김 대표를 따라 간 CJ ENM 출신 인력들도 꽤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업계 화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강력한 슈퍼 IP의 확보이고, 이를 위한 인맥 싸움이 치열한데 김성수 대표는 국내에선 제일 좋은 ‘카드’라고 할 수 있다”며 “CJ ENM의 상장과 합병 과정을 지켜 본 김 대표이기 때문에 CJ ENM 스타일로 상장 전 카카오엔터의 조직을 견고화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직 견고화까진 큰 무리가 없겠지만 그 이상을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들도 많다. 카카오엔터는 물론 네이버, KT 등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하려는 경쟁은 심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엔터의 계획이 가장 큰데 당장은 IP 확보 전쟁에서 우위를 갖는 것도 쉽지않은 게 현실이다.

      다른 관계자는 “웹툰으로 드라마, 영화를 만들어서 유통까지 한다는 것은 콘텐츠 업계 모두가 꿈꾸는 구조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고 아직 이렇게 하는 곳도 전 세계에 드물다”며 “네이버가 IP를 확보하면서도 제작, 유통 등은 다른 기업들과 협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성수 대표의 역할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합병법인에서 공동대표를 둔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카카오페이지의 이진수 대표가 IP 콘텐츠 확보와 플랫폼 기반 해외사업을 맡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보다 익숙한 업무, 다시 말해 CJ ENM에서 했던 것처럼 합병법인의 조직 강화와 콘텐츠 발굴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