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책임면제가 부당이익?"…교보생명 딜로이트 기소에 컨설팅사 부글부글
입력 2021.02.15 07:00|수정 2021.02.16 08:46
    검찰, 배상책임면제계약 문제삼아
    컨설팅 업계 "해당 계약 없이는 자문 업무 힘들다"며 반발
    법원 판결에 따라 컨설팅 업계에 파장 클 듯
    • 검찰의 딜로이트안진 기소 사태가 컨설팅업계 전반으로 불똥이 튀었다. 검찰이 통상적인 자문업무를 '위법행위'로 규정지었는데 이렇게 될 경우 교보생명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기업이나 금융회사에 정상적인 컨설팅과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기 불가능해진다고 판단해서다. 해당 기소건이 재판에서 유죄로 받아들여질 경우 컨설팅 업계 전체에도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검찰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입맛에 맞게 ‘허위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혐의로 딜로이트안진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임원을 기소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의 중재재판을 위해 딜로이트안진에 요청한 풋옵션 가치평가보고서 작성과정을 문제 삼았다.

      컨설팅 업계에서 주목한 부분은 가치평가 보고서 작성시 딜로이트안진에 "민·형사 등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법륩비용을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지급하기로 한다"는 부분을 검찰이 문제삼은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장에서 “(딜로이트안진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고, 법률비용에 해당하는 이익을 약속하고, 어피너티컨소시엄에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익을 얻도록 가담했다”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검찰은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제공하는 법률비용을 부당한 이득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컨설팅 업계는 해당 조항은 글로벌에서도 통용되는 계약조항이란 설명이다. 배상책임면제계약(hold harmless agreement)으로 계약에 있어서 일방 당사자가 타방의 당사자에게 제3자의 청구에 대해여 자신이 책임을 지고 타방 당사자가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증한다는 조항이다. 통상의 자문계약에서 반드시 들어가는 문구다.

      한 글로벌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컨설팅사들이 다른 어떤 조건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배상책임면제계약이다”라며 “다른 조건은 협의가 가능해도 해당 부분은 반드시 넣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컨설팅 업계에선 해당 계약이 없으면 수주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없다고 우려한다. 시간당으로 수수료를 받는 컨설팅 업계의 특성상 소송비용까지 감안해서 일을 수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송비용까지 감안해서 일을 수임할 경우 수수료 산정이 어렵고, 성공보수 개념으로 일을 맡아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문 업무의 독립성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이유에서 비단 이번 케이스뿐만 아니라 미국 등 글로벌에서도 자문 업무에 한해서는 해당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검찰이 해당 부분을 범죄 혐의로 인정한 것은 그간의 컨설팅 관행 전체를 문제 삼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당 건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자문 업무는 크게 위축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해당 건을 고발한 교보생명에게도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 중재재판에서 신 회장이 유리한 입장에 설 수는 있겠으나, 회사 입장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수수료 시스템으로는 교보생명 컨설팅을 수임할 수 없다”라며 “교보생명으로서도 해당 기소가 받아들여질 경우 회사 입장에서 타격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