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쿠팡연대' 중추될 이마트 물류망, 네이버 물량 감당할 수 있을까
입력 2021.03.23 07:00|수정 2021.03.22 22:20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 역량 키우기 합의
    PP센터, 네이버 물량 처리 CAPA 부족할 듯
    •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이 상호 지분교환을 첫발로 이커머스 전략 수립에 본격 나섰다. 제시된 협력안에 따르면 이마트 물류망이 중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거래대금 기준 최대 사업자인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거래액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네이버 물량까지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캐파(CAPA)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네이버와 신세계·이마트는 2500억원 규모의 보유 자사주 및 계열사 주식을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교환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각각 네이버 지분 0.24%, 0.16%를 보유하게 됐고 네이버는 이마트 2.96%, 신세계인터내셔날 6.85% 주주가 됐다.

    •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의 시너지는 커머스 분야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신세계그룹 오프라인 채널 입점 등이 거론된다.

      온라인 트래픽 1위 사업자지만 별도 물류망이 없는 네이버에 이마트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고 이마트도 네이버와 협업으로 오픈마켓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가장 많은 럭셔리 브랜드를 유통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향후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판로를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양사가 제시한 협력 방안은 특히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 역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론 '2~3시간 이내 즉시배송 서비스'가 제시됐다. 이마트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 3곳을 비롯해 7300곳 이상의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해 전국 단위 풀필먼트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이마트 PP센터가 중추적인 물류 거점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마트가 현재 보유한 물류망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자체 물류망이 별도로 없는 네이버와 시너지를 낼 만큼의 CAPA는 갖추지 못했다. 거래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물류비용이 더 늘면서 오퍼레이션이 복잡해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쓱배송은 그간 비효율적인 배송구조로 비용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내가 정한 날짜에 시간은 아무때나'라는 슬로건을 내건 쓱배송은 고객이 상품을 받을 날짜와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상품 공급지는 해당 지역의 PP센터지만 동일한 종착지에 여러 번 물류 운송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타사에 비해 물류비용이 배로 든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2~3시간 이내 즉시배송을 목표할 경우 이 같은 물류 비효율로 인한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진 PP센터로 충당 가능했지만 네이버 물량까지 함께 처리하려면 PP센터가 아닌 대규모 물류센터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강희석 이마트·쓱닷컴 대표는 쿠팡식 직매입 모델보다는 오픈마켓 모델에 주로 관심갖는 걸로 전해진다. 특히 과거 컨설팅펌 재직 시절부터 이마트에 월마트 모델을 강조해 온 강 대표가 대규모 물류투자가 필요한 NEO보다는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한 PP센터 중심 물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선 네이버 제휴사인 CJ대한통운 등 타사의 풀필먼트센터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CJ대한통운은 곤지암 물류센터를 주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CAPA를 갖췄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쿠팡과 비교해 추가적인 증설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와 이마트가 함께 인수를 추진 중인 이베이코리아 또한 물류센터가 동탄·백암·인천 3곳에 그친다는 점에서 인수 이후에도 물류 관련 신규 투자는 불가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