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진성' 파트너, 신세계일까 쿠팡일까
입력 2021.03.31 07:00|수정 2021.04.01 07:04
    로이터 "Z홀딩스, 쿠팡과 일본 진출 논의"
    Z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사
    네이버 해외 진출 집중시 신세계 입장 묘해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더 적극적 나설 가능성
    • 로이터통신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Z홀딩스를 통해 쿠팡의 일본 진출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Z홀딩스는 네이버 라인과 야후재팬이 이달 초 통합 출범한 회사다. 쿠팡이 Z홀딩스를 통해 일본에 진출하게 되면 실상 국내 이커머스 최대 경쟁사인 네이버와 손을 잡는 셈이 된다.

      로이터통신의 보도는 이런 궁금증을 던지게 한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파트너는 신세계일까, 아니면 쿠팡일까?”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네이버는 쿠팡을 견제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지분 교환을 한 데 이어 신세계그룹과도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시장에선 이른바 3자간 ‘반(反)쿠팡 연대’가 구축됐다고 기대감을 이끌어냈다. 이커머스 No.1 네이버, 독보적 물류 인프라를 갖춘 CJ대한통운, 오프라인 유통공룡 신세계의 결합은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네이버의 행보를 보면 과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얼마나 공을 들일지, 신세계와의 협력을 어디까지 넓힐지는 미지수다.

      네이버는 해외 진출에 사운을 걸었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최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3~5년 안에 하고자 했던 해외 사업이 망하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해외사업과 비교하면 소비자와 소상공인, 규제 당국 등 국내에선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가 너무나 많다.

      네이버는 ‘Z홀딩스’를 중심으로 일본·동남아 지역의 메신저·이커머스(전자상거래)·간편결제·검색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네이버의 웹툰 본사 격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미국·일본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1위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을 중심으로 이용자들끼리 인터넷 비지니스를 주고 받는 ‘C2C’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1월에는 약 6억달러를 들여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고, 국내 IT기업으로는 최초로 해외에서 ESG 채권을 발행, 5억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특히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일본의 소매 유통 시장은 국내 시장에 비해 약 3배 규모인데 비해 전자상거래 침투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사실상 경쟁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시장에 비해 네이버, 소프트뱅크, 쿠팡 모두 기회가 열려있어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설 명분이 분명하다.

      일본에서 네이버와 쿠팡의 간접적인 협력 가능성 시사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신세계의 머리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이베이코리아 매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이다.

      신세계와 네이버의 지분 교환 규모는 2500억원 수준으로 사실 크진 않다. 언제든지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지 않다면 결별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현재 이베이코리아 매각의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신세계 입장에선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가 이전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네이버와 신세계의 협력은 쿠팡에 대항하기 위한 '자의반타의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만약 신세계와 네이버의 관계가 정말 밀접하게 얽혀 있다면 모를까, 현 시점에선 상당히 느슨한 협력 관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세계 입장에선 자체적인 이커머스 사업 확장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단순히 롯데 등 경쟁사들에 대한 견제구라고 생각했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여지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