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앞둔 삼성중공업, 5:1 무상감자 후 1조 유상증자
입력 2021.05.04 17:41|수정 2021.05.04 17:41
    "자본잠식은 감자로, 부채비율은 증자로 해결"
    1분기 손실 5300억…연말 부채비율 320% 전망
    감자·증자로 2023년까지 버텨야…6월 임시주총
    • 삼성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5대1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 후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수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에도 535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 시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가장 큰 걸림돌인 재무구조부터 손을 대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4일 이사회를 열고 각각 5000원인 보통주와 우선주의 액면가를 1000원으로 감액하는 방식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자 전후 발행주식 총수의 변동은 없지만 배당금 미지급 사유로 우선주의 의결권은 부활한다.

      이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약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6월 22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수권주식 수 확대의 건이 승인되면 본격적인 증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지분 15.98%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성전자와 지분 3.06%를 보유한 특수관계자 삼성생명 및 삼성그룹 계열사가 지배하고 있다.

      감자 후 증자를 결정한 주요 배경은 적자 누적으로 꼬여버린 재무구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1분기 매출액이 1조5746억원, 영업손실이 506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8%, 960.3% 악화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상태를 지속할 경우 올해 연간 기준 영업손실이 7600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321%까지 불어날 거란 설명이다.

      1분기 발생한 영업손실 내용 대부분은 일회성 손실이다. 경기민감 산업 전반이 회복세를 보이며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 데다 보유 중인 드릴십의 평가손실만 분기 기준 2140억원이 발생했다. 시장에선 드릴십을 조기에 매각하지 못할 경우 내년까지 적자를 지속할 거란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이번 감자 및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면 2023년 이후 본격화할 발주 규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3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62%로 사실상 자본잠식 단계 초입에 이르렀다. 6년간 누적 적자 규모는 4조3000억원이다. 지난 2018년 신용도가 BBB+ 등급으로 떨어진 이후 회사채 시장 조달이 막히며 수개월 단위 단기사채로 급한 불을 막는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자본총계는 현재 자본금 수준으로 감소했다. 자본금이 자본총계를 넘어서면 자본잠식에 들어설 수 있다. 1분기 공격적으로 수주를 확보하고 있지만 사실상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서 금융권이 여신거래를 막아설 가능성도 있다. 액면가 80% 수준의 무상감자를 진행하면 자본금을 일시에 5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조선·해운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조선소 일감 등을 많이 수주하며 RG(선수금지급보험) 비율이 높은 폭으로 증가했다"라며 "사업을 지속하려면 돈을 차입해야 하는데 그러면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구조라서 지금처럼 조선업이 상승세를 타는 틈을 타 재무구조를 안정화해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증자 및 감자를 통해 올해 말 기준 부채비율을 321%(추정)에서 198%까지 123%포인트가량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참여 의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2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난해 말 기준 지분 6.70%을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 비율은 66.82%다. 오는 6월 22일 임시주총을 통해 무상감자 및 유상증자 계획을 승인받아야 한다. 주총을 무난히 통과하기 위해선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