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압박 속 실적은 반등세…지금이 대기업 급식사업 매각 적기?
입력 2021.05.26 07:00|수정 2021.05.27 07:09
    지난달 '급식 개방' 선포…그룹 물량 감소 전망
    경쟁당국 눈치에 사업 보유 필요성 줄어 들어
    팬데믹 타격 후 실적은 반등세…주가도 상승
    급식사업 매물 출회 가능성 주목…PEF도 관심
    • 대기업들은 그동안 계열사에 구내식당 급식 물량을 맡기며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쟁당국의 눈치에 급식사업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하면서 사업을 계속 안고 갈 필요성이 줄었다.

      급식사업은 작년 팬데믹으로 힘겨웠지만 올해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어 매각이든 상장(IPO)이든 가치를 인정받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안정적인 사업인 만큼 매물로 나온다면 사모펀드(PEF)의 관심을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단체급식 시장은 4조3000억원 규모로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5개사가 8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5개사 모두 수십년간 계열사나 친족기업과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려왔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부터 단체급식 시장 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지난달엔 삼성, 현대차, LG 등 8개 대기업과 함께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대기업들은 단체급식을 순차적으로 경쟁입찰로 돌리기로 했다.

      5개사를 빼면 대기업 급식 사업을 맡을 규모의 경쟁사가 많지 않다. 그룹간 물량 교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어찌 됐든 범(汎) 그룹 차원의 일감은 줄어들 확률이 높아졌다. 장기적으로 사업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사업을 외부에 개방해도 내부 일감이 남으면 공정위 눈치를 계속 봐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선포식에 대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라고 했지만 공정위 수사가 부담스러운 기업들이 눈치를 봤다는 평가가 많다. 이래저래 대기업이나 주주 입장에선 그룹 안에 급식 사업을 둘 필요성은 줄어든다.

    • 공정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운데 급식사업의 영업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작년 팬데믹 영향으로 기업과 사업장이 거의 셧다운되며 급식, 식자재 사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100%로 가동하며 예전의 수요를 회복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나 M&A 시장에서 좋은 가치를 인정받기에 나쁘지 않은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급식 사업을 하는 상장사들의 올해 주가는 상승세다.

      삼성웰스토리의 급식 사업은 ‘복지’ 성격이 강한 만큼 매각이나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단 시장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움직이려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말 이와 관련한 심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7일 동의의결(자진 시정 제도)을 통해 지적돼 온 문제를 고치겠다는 뜻을 공정위에 전달했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급식 업체들은 작년엔 코로나19 때문에 부진을 겪었지만 그 전까진 성장성이 있었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나온다면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2010년도부터 상장 가능성이 거론됐었는데 단체 급식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워홈도 비상장사다. 작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시장에선 큰 부진을 겪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적이 예년 수준으로 반등한다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2016~2019년 사이 연평균 1242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거둘만큼 현금창출력이 안정적이었다. 여기에 7~8배 사이의 배수만 적용해도 기업가치가 8000억~1조원에 달하게 된다.

      아워홈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 구자학 회장이 계열분리한 회사다.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사장이 아워홈을, 관계사 캘리스코는 막내딸 구지은 대표가 각각 경영해왔는데 최근 몇 년간 갈등으로 시끄러웠다. 아워홈이 캘리스코와 식자재 납품 중단을 통보하며 틈이 벌어졌다. 당시 일부 대형 PEF가 구 사장을 제외한 딸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안을 검토했었지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오너 일가간 사이가 좋지 않은 만큼 매각을 원하더라도 순탄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몇 해 전 PEF가 아워홈 일부 오너 지분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너 일가 모두가 뜻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급식사업이 매물로 나온다면 기존에 사업을 하던 대기업이 받아오기는 쉽지 않다. PEF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물량을 유지할 수 있으니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고, 대기업과 관계를 쌓을 기회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아워홈의 경우 복수의 PEF 운용사들이 시선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PEF 중에서 연관 산업에 들어온 경우도 있다. VIG파트너스는 2019년 한화호텔앤리조트의 외식사업부를 인수했다. 작년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을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단체급식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아워홈은 2018년 한진중공업의 항공기내식 자회사 하코를 인수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는 작년 신세계푸드 인수설이 나기도 했지만, 신세계그룹이 부인 공시를 내며 해프닝으로 끝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