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 '엘도라도'로 떠오른 판교…광장·율촌도 진출 검토
입력 2021.07.05 07:00|수정 2021.07.06 08:53
    광장, 연내 진출 목표로 판교인력 고심
    율촌도 적극검토...경쟁로펌 판교실적 주시
    IT·통신·벤처 텃밭의 판교, 로펌에겐 '엘도라도'
    • 법무법인 광장과 율촌이 판교 분사무소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담인력 구성을 고민하는 단계로 사실상 내부선 진출을 확정지은 분위기로 전해진다. 이들 로펌의 판교 진출 고민은 꽤 오랜 기간 이어져왔지만 논의에 불이 붙은 건 비교적 최근이다. 판교 소재 통신·IT·벤처기업들이 최근 로펌업계 새로운 '큰손'으로 급부상한 만큼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로펌업계에 따르면 광장은 판교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연내 진출을 목표로 전담 변호사 구성을 고민하는 단계다.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업무를 맡아온 파트너 변호사들이 이동 인력 후보로 논의에 올랐다. 내부선 스타트업 팀장을 맡고 있는 김성민 변호사를 주축으로 팀을 꾸리려는 계획으로 전해진다.

      율촌도 판교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다. 세종과 태평양에 이어 광장까지 적극적으로 진출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진출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선제 진출한 로펌의 판교 사무소 실적에 대한 조사가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율촌은 상대적으로 진출 준비가 더딘 분위기다. 판교에 따로 분사무소를 내기엔 사옥이 이미 인근의 테헤란로에 위치해 있다. 스타트업, 신사업 등 '판교'가 주는 상징성을 확보하는 이점이 어느 정도일지 기회비용에 초점을 맞춰 고민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광장과 율촌의 판교 진출 고민은 처음이 아니다. 세종과 태평양이 판교로 첫 진출한 2018년부터 검토돼 왔다. 판교 소재 통신·IT·벤처기업들의 자문수요가 급증한 최근을 기점으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최근 가장 활발하게 M&A 소식을 알리는 곳들로, 딜(Deal)에 관여하는 재무적 투자자들도 상당수 얽혀있는 만큼 각 로펌들이 자문수익 기대를 갖고 특히 동향을 주시해왔다.

      선제 진출한 로펌들이 판교 내 기업들과 일찌감치 유대를 쌓으며 대형 거래를 전담하고 있는 점도 이들 로펌의 위기의식을 더했다. 특히 세종은 판교의 조중일·정해성 변호사를 주축으로 카카오 거래 다수를 성사했다. 지그재그(크로키닷컴) 인수 거래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뱅크, 카카오M의 투자유치를 담당했다. 최근엔 판교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고 상주 변호사도 추가 충원했다.

      지리적 근접성은 꽤 자문 실적과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한 대형로펌 출신 기업 소속변호사는 "태평양이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종로로 다시 사옥을 이전하면서 인근(테헤란로) 금융사들 중에선 '가까워서 태평양과 거래했는데 이젠 율촌으로 바꿔야 되나 고민'이라 얘기하는 곳이 많았다"면서 "로펌 입장에서 지리적 근접 이점을 간과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판교 진출이 계획과 별개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한다. 인력 구성 및 입지 선정 단계에 있어 난항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광장·율촌 내 유력 변호사들 내에선 판교로의 이동 제의를 달가워하지만은 않는 분위기가 있다. 거주지에서 출근지가 다소 멀어지며 변동이 생긴다는 문제도 있지만 극초기 단계에서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가장 크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스타트업들을 밑바닥부터 고객으로 만들기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표기업들은 이미 세종과 태평양 등 주된 자문사를 한 곳씩 끼고 있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은 큰 부담"이란 입장이다.

      서울과 판교로 인력이 분산되는 데 있어 조직 업무 효율이 저하할 수 있다는 점은 경영진에게도 우려 요인이다. 물망에 오른 소속 변호사들이 대체로 서울 소재 주요 대기업·금융사 대형거래를 맡고 있는 만큼 쉽사리 판교로 보내기엔 부담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판교 소재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문 수임료가 대기업 거래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다는 점도 함께 언급된다.

      인력 구성을 모두 마치더라도 현실적으로 판교 내 입지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판교 주재 한 기업의 투자 담당자는 "대형로펌들이 판교행을 결정하더라도 사무소 선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공실이 있더라도 술집·노래방·당구장 등 유흥업소 부근이다. 이마저도 매물 나오기 무섭게 계약이 성사될 정도로 입점 대기줄이 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