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는 부담"…이마트 재평가 나선 국내외 신평사
입력 2021.07.07 07:00|수정 2021.07.06 21:55
    S&P '부정적 관찰대상'·무디스 '부정적' 전망
    국내 신평사도 큰 재무부담에 "신용도 부담"
    최근의 적극적 투자 행보도 부담되는 요소
    자산 매각 등 재무개선·시너지 발현이 관건
    •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금액 ‘3조 4000억원’.

      이를 두고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의 신용도 악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규모 자금 부담이 더해지는 만큼 재무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마트가 보이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자산매각 성과와 영업실적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재무지표 악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 딜은 2015년 MBK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국내 소매유통시장 내 최대 규모 M&A(인수합병)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 또한 발표 이후 앞다퉈 등급 재평가에 나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마트의 신용등급(BBB-)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무디스(Moody’s)도 이마트의 신용등급(Ba1)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S&P는 이번 인수를 통한 이마트의 실적 개선과 외형성장 등 긍정적 측면이 상당한 규모의 인수 대금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S&P는 "이마트가 차입과 보유 현금을 활용해 인수자금 대부분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마트의 지난 3년 연간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가 1조 2000억~1조5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본 인수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규모"라고 평가했다.

      S&P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이마트의 적극적인 투자 성향도 재무 지표 악화 가능성을 더한다고 분석했다. S&P는 "이마트가 최근 미국 현지 유통기업을 비롯해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W컨셉)과 야구단(SSG랜더스)을 인수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재무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S&P의 추정치에 따르면 이마트의 영업현금흐름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자금을 제외하더라도 2021~2022년에 계획된 투자를 충당하기에 충분치 못한 수준"이라고 관측했다.

      무디스도 재무지표 악화를 주요 근거로 들었다. 무디스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2022년 1월1일 완료되고 인수비용의 상당 부분이 차입에 의해 조달된다고 가정하면, 2022~2023년 이마트의 EBITDA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이 5.7~6.2배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1년 추정치인 5.3배 대비 상승한 수준으로, 현재 등급 대비 취약한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라는 분석이다.

    • 국내 신평사들 또한 재무부담 증가가 신용도에 부담이라는 공통 분석을 내놨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중기적으로 차입금의존도가 40% 수준,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6배 내외에서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규모는 이마트의 자산 및 총차입금 규모에 비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인수를 가정한 재무안정성 지표가 크게 저하된다"며 "온라인 사업 성과는 중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는 자산매각 성과와 영업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인수부담 완화 여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기존 보유 사업의 누적된 투자계획도 부담이란 평이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구축과 스타필드, 트레이더스, 이마트24 출점, 강남 오피스 및 동서울터미널 상업시설 개발, 화성테마파크 부지 매입 등 다수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중이라 본 인수로 자금 부담이 더욱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신평사들은 재무부담 완화를 위해 향후 약 1년 동안 이마트가 재무개선 계획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무디스는 이마트가 향후 12~18개월 동안 추가적인 레버리지 축소를 이행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마트가 지난 2~3년간 상당한 규모의 자산 매각을 이행한 점을 고려해서다. S&P 또한 이마트가 재무지표 관리를 위해 부동산이나 비핵심자산인 삼성생명 지분 약 1조원 등 추가적인 자산매각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인수대금과 규모, 구조 등 회사의 투자 부담과 자금소요 규모를 검토 후 필요할 경우 수시평가에 들어갈 계획이다. S&P는 인수자금 조달 및 재무관리 계획이 구체화되면 이후 6~9개월 내에 관찰대상 제외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S&P에 따르면 이후 이마트의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향후 1년 동안 5배를 상회하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될 수 있다.

    • 중장기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의 사업적 시너지가 구현되는 시기도 관건이다. 국내외 신평사들은 공통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이마트의 이커머스 시장 지위와 사업규모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베이코리아는 2020년 매출 1조 1000억~1조 3000억원과 EBITDA 약 1000억~1100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거래액은 20조원에 이른다. 이마트의 연간 거래액은 약 4조원 수준이다.

      다만 통합 과정에서 일정 수준 리스크는 예상된다. 높은 경쟁강도와 저수익구조가 지속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베이코리아의 매출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판촉 경쟁에 따른 원가부담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단기적으로 SSG닷컴을 포함해 별도의 플랫폼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고객 통합 관리와 차별화된 물량의 SKU(Stock Keeping Unit) 확보 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플랫폼 통합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풀필먼트 등 물류 관련 투자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여 그 과정에서 상당 수준의 비용과 자금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전략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현 시점에서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반적인 업체 인수 건과 다르게, 물리적인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상업공간 안에서 기존 이베이코리아의 소비자와 셀러들 등의 사업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던 비대면 소비시장 내에서도, 신규 소비층 유입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