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크 로펌 우후죽순 설립...경쟁 심화에 '살아남기'는 숙제
입력 2021.07.15 07:00|수정 2021.07.15 17:46
    대형 로펌 출신 부티크 로펌 설립 잇따라
    주로 스타트업·코인 등 니치마켓 겨냥
    수임 경쟁 치열...변호사 물밑 영입전도
    결국 로펌은 사세 확장에 갈려...합종연횡 서막?
    • 국내 부티크 로펌 설립이 이어지면서 ‘먹거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간 대형 로펌들이 독식하던 기업자문·인수합병(M&A) 분야에 중소형 로펌들이 가세하는 분위기다.

      상반기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 M&A 법률자문 순위에 따르면 KL파트너스, 법무법인 기현, 법무법인 세움 등 중소형 로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KL파트너스는 올해 상반기 9건을 수임해 6위를, 기현은 8위, 세움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 법무법인은 지난해보다 각각 순위가 한 계단씩 상승했다.

    •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부티크 로펌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세움은 스타트업과 IT기업을 위한 로펌으로 시작했고, KL파트너스는 국제 중재와 기업 법무를, 기현은 M&A 및 지배구조 분야를 내세웠다. 이외에도 법무법인 비트, 법무법인 린, 법무법인 LAB파트너스 등이 모두 부티크 로펌으로 인지도를 쌓고 있다.

      여기에 또다른 신생 부티크 로펌의 설립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는 설립 2년 차로 세종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M&A 및 스타트업 자문을 전문 분야로 삼고 있다. 이달 초에는 또 다른 세종 출신 조정희 변호사가 법무법인 디코드를 개업했다. 여러 기술기업들과 부동산 및 가상자산 관련 자문을 강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부티크 로펌이 유입되고 고객유치 경쟁이 늘어나면서 고객군도 확대되는 추세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스타트업 기업들과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 코인 관련 회사들, 그리고 노무ㆍESG관련 법률 이슈가 늘어난 테크기업들이다. 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는 “예전에 스타트업들은 법률 자문은 꿈도 못 꾼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이제는 부티크 로펌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법률 자문의 저변이 확대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치열해지는 자문 수임경쟁에 비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동소이하다보니 자칫 로펌들이 '저가 수주'의 늪에 빠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부티크 로펌 거의 대부분은 '스타트업', '가상자산', '지적재산권'(IP) 등 이른바 요즘 떠오르는 분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다른 로펌과는 차별화된 부분이 무엇인지 등은 아직 뚜렷히 인식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저가에 자문을 수임하고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경우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

      대형 법무법인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부티크 로펌들이 기사화가 많이 되고 홍보에 열심히 하면서 인지도가 쌓였지만 실제 업무를 할 때 계약서 검토가 꼼꼼하지 못한 경우도 꽤 있다”라며 “일부 스타트업들은 처음 로펌에서 법률 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으로 앞으로도 로펌을 쓸지 말지 판단하는데, 잘못된 서비스를 받고 한후 다시는 변호사들과 일 안 한다고 결정해버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주니어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일부 부티크 로펌에 ‘환상’을 가졌다가 실망하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대형 로펌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바탕으로 부티크를 설립한 창업자 세대와 달리 주니어 변호사들은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이른바 창업자 세대들과 소통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결국 '파트너 변호사' 진입가능성을 꿈꾸고 부티크 로펌에 참여했다가 대형 로펌으로 되돌아가는 변호사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부티크 로펌들의 활발한 활동이 결국은 '합종연횡'을 통한 더 큰 중견 로펌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만든 한 부티크 로펌이 조금 더 큰 중소형 로펌으로 합병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부티크 로펌 간 인재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대형 로펌 출신의 고객 기반이 탄탄한 파트너들을 ‘모시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이다.

      따져보면 국내 10위권 안의 대형 로펌들도 2000년대 초반부터 활발한 합병 활동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던 회사들이다. 이런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법무법인 세종은 2001년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2010년 법무법인 에버그린과 통합했고 법무법인 화우 역시 기업자문 전문 법인 우방과 송무 전문 화백이 통합된 회사다. 이외에 지금은 중견 로펌으로 자리 잡은 법무법인 대륙아주, 충정, 원 등 역시 모두 합병 형태로 규모를 키워왔다.

      한 부티크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로펌들이 규모를 키우면 사건 수임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서로 분위기가 맞아야 하는 등 기계처럼 합병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라며 “결국 파트너 역량과 특장점을 키우는 것이 부티크 로펌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