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전부터 덜컹이는 휴젤 매각...전략 부재? 관리 실패?
입력 2021.07.23 07:00|수정 2021.07.26 11:02
    신세계·GS·삼성 등 거론되며 흥행 기대감 고조
    사전 수요 확보 전략이었지만 불쏘시개로 소진
    기업 상대 전략 물음표…실사 대응도 부실했다 평
    균주 출처 문제에 해외 마케팅 비용 등도 변수로
    • 휴젤 매각 작업이 덜컹이고 있다. 대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흥행을 예고했으나, 금세 인수 검토 중단 소식이 이어졌고 열기도 가라앉았다. 물밑에서 확실한 인수 수요를 찾으려는 전략이 득이 됐다 보기 어려운 분위기다. 일찌감치 원매자들의 존재가 드러나거나 실사 대응이 부실했던 것은 이어질 매각 절차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인캐피탈은 올해 휴젤 인수 5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투자회수에 나섰다. 당초 수의계약 방식을 원했으나 인수 수요가 확인되며 제한적 경쟁입찰로 전환했다. 이르면 이달 중 인수 제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기업과 중국 전략적투자자(SI), 사모펀드(PEF) 등이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휴젤 매각 추진 외신 보도에 이어 지난달부터는 신세계, GS, 삼성 등 대기업의 인수 가능성이 거론됐다. 유망 산업이고, 실적도 개선세라는 점이 매력 요소로 꼽혔다. 대기업의 이름은 M&A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바로 M&A 시장에 나서 애를 먹느니 물밑에서 후보자를 확보하는 전략이 낫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달 29일 ㈜GS는 컨소시엄으로 소수지분 투자를 검토했으나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고, 지난 16일에는 신세계가 휴젤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21일엔 삼성물산도 휴젤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으나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기업들의 포기, 혹은 미온적인 입장에 휴젤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 이들 기업은 일찌감치 자문사를 선정하거나 실사도 거친 상태였다. 신세계는 처음부터 수의계약 가능성이 거론됐고, 삼성물산도 최근까지 자문사들의 도움으로 휴젤을 살폈었다. 신세계는 그룹 차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작업 중이라 여유가 많지 않고, 삼성물산은 바이오보다 미용에 가까운 휴젤의 사업구조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GS는 대형 M&A를 완주해 성사시킨 사례가 없는 데다, 스스로 밝힌 대로 '소수지분’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대기업의 이름이 일찌감치 거론돼 흥행의 불쏘시개로 쓰인 형국이다. 한 인수후보 기업은 매각자 측과 마주하자마자 참여 소식이 알려졌다는 소문도 있었다. 삼성그룹은 특히나 정보 통제에 민감하다. 거래가 무르익기 전에 이름이 나면 곧바로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베인캐피탈도 비밀 유지에 엄격하니 이런 상황을 바랐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어찌됐든 흥행 열기에는 썩 도움이 되지 않은 모습이다.

      베인캐피탈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문제는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해 휴젤을 인수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해결되기 전까진 해결된 게 아니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회수 하는 PEF 입장에선 우발부채 문제가 있을 경우 PEF보다는 전략적투자자(SI)가 상대방이어야 편하다. 성사만 된다면 기업과 바로 거래를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다만 국내 환경에서 PEF와 대기업이 직접 만나 거래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단독 협상을 하게 되면 ‘다른 원매자가 없는데 굳이 이가격에 사야 하느냐’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PEF끼리는 어느 정도 숫자만 맞추면 거래가 뚝딱 진행되지만, 대기업은 오너 일가가 밀어붙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책임질 걱정’부터 한다. 최근엔 이사회 중심 경영이 강화되면서 의사 결정 과정이 더 까다로워졌다.

      매각자 측의 실사 대응도 부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상 데이터룸(VDR)을 열긴 했는데, 원매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자료 제공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기간 여러 원매자들을 상대해야 했던 면도 있지만,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제한적인 정보만 전달한 것 아이냔 시선도 있다.

      지금까지 상황이 어떻든 베인캐피탈은 이번에 휴젤 매각을 성사시켜야 한다. 작년에도 물밑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 등 원매자를 찾았으나 성과는 없었다. 이번 경쟁 입찰에서 성과가 없으면 ‘손 탄 거래’가 돼 회수 시점을 점치기 어렵다.

      베인캐피탈이 휴젤을 인수할 당시 제품 상당량은 다이궁(代工,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런 판매 방식이 적법하냐, 중국이 막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심각하게 본 블랙스톤은 발을 뺐고, 큰 문제가 아니라 판단한 베인캐피탈은 인수했다. 지금은 중국 정부로부터 공식 판매 허가를 따내 문제가 없다.

      휴젤은 미국과 유럽으로도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은 내년 3월까지 휴젤 제품 판매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유럽은 연내 판매 허가가 날 가능성이 있다. 이들 허가를 따내면 휴젤은 보툴리눔톡신 시장 지역의 90%까지 발을 걸치게 된다. 단 신규 진출을 하는 만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늘겠지만 수익성 유지 부담도 커진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휴젤이 미국에 진출하면 판매 조직과 인력을 꾸려야 하고, 마케팅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투자하면 매출이 늘겠지만 베인캐피탈 입장에선 휴젤의 투자 부담이 현실화하기 전에 매각하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휴젤은 작년 연결기준 매출 211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까지는 매출 638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으로 작년(매출 412억원, 영업이익 123억원)보다 실적이 낫다. 22일 시가총액은 3조1076억원, 베인캐피탈 보유지분(42.9%) 시가는 약 1조3300억원이다. 휴젤 매각가는 2조원 대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