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자제하라 '셀 리포트'에도...'카뱅은 다르겠지' 베팅 행렬
입력 2021.07.27 09:34|수정 2021.07.28 07:56
    첫날에만 12조원...화제성이 투자자 끌어모아
    증권가에서는 '기껏해야 은행' 프레임에 고전
    "카카오에 대한 비이성적인 기대감도 한 몫"
    공모주 불패 신화-공모주 빅 위크 영향도 언급
    • '개인투자자는 청약을 자제하라'며 공모주에 매도(Sell)를 권유하는 레포트가 나왔다. 국내 공모주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 카카오뱅크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청약 행렬은 이어졌다. 첫 날에만 12조원이 몰렸다.

      중복청약 금지를 고려하면 이전의 초대형 공모주 대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성적표다. '그래도 카카오는 다르겠지'라는 화제성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26일 기업공개(IPO) 일반공모 청약을 받기 시작했다. 첫 날 일반에 배정된 1636만여주에 6억1800만여주의 청약이 들어왔다. 경쟁률은 37.8대 1, 청약증거금은 12조원이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의 22조원, SK바이오사이언스의 14조원과 비교하면 첫 날 증거금 규모가 적다는 평가도 있지만, 중복청약이 금지된 점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꺾인 상황에서 의외의 선전이라는 평가가 더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첫 날 12조원이라면 최종 증거금은 30조원에서 40조원이라는 이야기"라며 "타 공모주에 비해 몇 조 많고 적고가 문제가 아니라, 시중 유동성 대부분이 카카오뱅크라는 한 회사에 몰렸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최근 하향 추세였다. 크래프톤의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을 일부 보는 듯했던 카카오뱅크는, 최근엔 '그래봤자 은행'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고전하고 있었다.

      특히 기존 금융권의 시선은 냉정함 그 자체였다. 이달 중순 유안타증권은 '플랫폼이기 전에 은행이다'라며 '기대했던 여신 점유율이 과도했다는 점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가 국내 1위 여신은행이 되려면 자기자본이 15조원은 돼야 하는데, 이는 배당 없이 10년은 걸려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주가를 결정할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기존 은행지주 대비 카카오뱅크만 특별하게 높은 수치를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장 첫 날 발표된 BNK투자증권의 레포트는 장안의 화제가 됐다. 카카오뱅크 목표가를 확정공모가 대비 38%낮은 2만4000원으로 제시하며 매도(SELL) 의견을 낸 까닭이다. 개인투자자는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을 자제하고, 저평가 매력이 큰 기존 은행주에 관심을 두라고도 제안했다.

    • 한 운용사 관계자는 "BNK가 레포트에서 소제목으로 '장외시장 가격은 어이없는 수준이며 비교할 가치도 없음'이라고 뽑았는데 정말 통쾌할 정도였다"며 "수요예측에 자금이 많이 몰리긴 했지만, 이성적인 운용역이라면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분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쌈짓돈을 들고 나선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등 비교적 고령의 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 이전 초대형 공모주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청약하려는 투자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IPO 시장에서 입지가 작았던 현대차증권 역시 '카카오뱅크 수혜'를 확실히 받았다. 25일까지 계좌를 개설할 경우 카카오뱅크 청약이 가능했는데, 22일 기준 7월 일평균 계좌개설 건수가 이전 월 평균치 대비 13배나 늘었다는 후문이다.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에 청약 행렬이 이어진 건 역시 '화제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브랜드가 친숙하고 일정부분 성장성을 증명한데다, 미디어 등 노출이 많다보니 청약을 해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카카오 자체가 코로나19 이후 시가총액에서 네이버를 추월하는 등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이끄는 초신성 같은 느낌이 되긴 했다"며 "은행도 카카오가 하면 다르겠지 하는 비이성적인 기대감이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공모주 불패 신화'도 한 몫 했다.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곤 하나, 시초가 대비 하락세를 보인 비중이 커졌을 뿐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한 공모주 중 상장 첫 날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사례는 총 55건 중 8건 뿐이었다. 공모주 청약은 여전히 85.5% 확률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투자'로 여겨지고 있다는 평가다.

      크래프톤ㆍHK이노엔ㆍ롯데렌탈 등 앞으로 2주간 대형 공모주들이 잇따라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카카오뱅크에 돈이 몰린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왕 '공모주 빅 위크'에 참여하기 위해 유동성을 마련한만큼, 첫 대형 공모주부터 차근차근 청약을 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청약에 참여한 한 개인투자자는 "어차피 카카오뱅크에 1억원을 청약해도 실제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은 10만~20만원어치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상장 직후 하락하더라도 기껏해야 몇만원 손실이 날 뿐인데 재고 따지며 청약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