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계 중간지주 두 축 마련한 현대중공업…유동성 흡수 시동
입력 2021.07.28 07:00|수정 2021.07.29 07:46
    공정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승인
    건설부문 중간지주 현대제뉴인 출범
    대우조선 재무부담 여전, 자금마련 필요성
    현대重·오일뱅크·제뉴인·로보틱스·글로벌서비스 등
    자회사 상장 줄줄이 대기中
    • 현대중공업그룹이 건설부문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확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두산인프라코어의 결합승인을 얻음과 동시에 지주회사가 보유한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현대제뉴인에 현물출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부턴 건설부문 지주회사인 현대제뉴인의 상장(IPO) 작업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의 IPO를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로보틱스, 현대제뉴인 등 주요 계열사들이 순차적으로 증시 입성에 나설 전망이다.

      27일 공정위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경영권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과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사장을 현대제뉴인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현대제뉴인은 현대중공업지주로부터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전량 넘겨받고 신주를 교부함과 동시에 현대건설기계가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코어모션의 지분까지 취득하게 했다. 현대제뉴인이 건설부문을 아우르는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맡으면서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과 함께 두 축의 중간지주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같은 지배구조개편과 동시에 신사업 진출, 이를 위한 외부 자금조달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직 2019년 인수를 결정한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은 나지 않은 상태다. 공정 당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이후엔 유상증자 등 대규모 자금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작업을 지난달 말까지 완료하기로 계약했으나 재차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확정이 지연되는 상황은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및 자금스케쥴을 더욱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정부의 승인 이후 합병하게 될 경우 상당한 재무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자금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공지능(AI)과 로봇, 디지털헬스케어, 수소연료전지선박, 자율운항 등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신사업 투자의 성과는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개편과 재원 마련 작업, 신사업 투자 및 대규모 M&A 등이 당분간 유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가장 핵심적인 자금마련 전략은 역시 자회사의 순차적인 상장이다. 업종의 호황기를 맞아 유동성이 풍부한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IB 업계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분할과 재상장 등을 통해 꾸준히 현금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는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상장작업이 추진중이다. 오는 9월 말 상장을 목표로 이르면 내달 중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주관사를 선정한 이후 4개월만에 한국거래소에 예비승인심사를 청구하는 등 상당히 빠른 속도로 작업을 진행중이다.

      두차례 미뤘던 현대오일뱅크도 현재 주관사 선정작업을 진행중이다. 내달 초까지 각 증권사를 대상으로 제안서를 접수받는다. 지난 2019년 아람코로부터 1조3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8조원을 상회한다. 투자금융업계에선 이번에도 유사한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추진되고 있는 자회사 IPO 외에 대기하고 있는 계열사들은 더 많다. 이번에 중간지주회사로 출범한 현대제뉴인도 유력한 IPO 대상이다.

      2017년 IMM PE로부터 4000억원을 유치한 현대삼호중공업은 5년 내 IPO를 추진하기로 계약했다.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지분 100% 기준 약 2조60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측의 내년도 상장 추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초 KKR은 현대글로벌서비스에 프리IPO 형태로 6400억원을 투자했다. KKR의 지분율은 38%,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2조원이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5월 분사해 출범했다. 지난해 6월 KT가 500억원의 지분투자를 받을 당시 정기선 부사장이 직접 투자를 유치했을 정도로 그룹 내 관심도가 높은 계열사이다. 그룹은 2022년 이후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실적 개선이 관건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