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네카쿠라배' 인기...비상장 구주 매입 큰 손 된 개인자산가
입력 2021.07.29 07:00|수정 2021.07.28 20:50
    존재감 커진 국내 벤처기업에 구주 '인기'
    '큰 손' 개인자산가, 高수수료 지불도 감행
    과열에 일각에선 "투자손실 유의" 염려도
    • IT업계에서 '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의 존재감이 커지며, 자연스레 비슷한 벤처기업이나 상장을 앞둔 해당 기업 계열사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LP 명부에 개인투자자의 이름이 다수 게재되는 등 개인자산가들이 주로 구주 투자의 큰 손으로 나서고 있다.

      구주를 내다팔고자 하는 의사를 내비추는 초기 투자자 역시 많아졌다. 기업공개(IPO) 전 기업가치가 치솟은 비상장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다만 투자 열기 과열에 대해 '투자손실을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망 비상장기업의 구주 거래가 상당히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투자자였던 구주주들은 IPO 직전 기업가치가 크게 올랐을 때 구주를 떨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 반대로 차익실현 기대감에 부풀어 뒤늦게 비상장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늘었다.

      특히 '구주'에 대한 인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시리즈별 투자는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가 아니라면 투자에 참여하기 어렵다. 기관투자자의 보유 자산 규모에 따라서도 투자 가능성이 달라진다. 최근엔 상장을 앞둔 카카오 계열사 구주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존재감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스타트업 창업에 성공해 큰 돈을 번 창업자들이 지분 매각 대금으로 타 기업에 재투자를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또한 카카오게임즈, 하이브 등 국내 유망기업 상장이 잇따라 흥행한 데 '차익실현 가능성'을 본 외국인들도 국내 비상장주식 투자에 대거 나서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LP 목록 보면 옛날과 다른데 개인 자산가들 이름이 많이 적혀있고, 이에 따라 PB들의 목소리도 굉장히 커졌다"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비상장 구주 시장 진출은 해당 거래 브로커리지 수수료를 폭등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 5월 엑셀러레이터인 트러스트벤처투자는 마켓컬리의 구주를 9만7000원 가량에 매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며 수수료율을 15~17%로 기재했다.

      이와 관련해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이 유망한 기업의 구주를 매입하려는 개인들의 수요가 한층 많아졌다"며 "비상장주식거래를 중개해주는 브로커들이 수수료율을 높게 가져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엉뚱한 곳에 브로커 역할을 부탁하기도 한다. 한 부띠크 로펌은 최근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한국 투자자문사로 기재해 20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줄테니 한국에 괜찮은 기업 구주를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가'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네카쿠'라고 불리는 기업들 관련 비상장 구주를 구하는 데 도와주면 상당한 금액의 수수료를 주겠다고 말해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 같았다"라며 "자본시장법 위반인 데다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면 보복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라고 말했다.

      국내 유망 비상장기업의 구주 매입 열풍에 우려도 제기된다. 먼저 초기 투자자들이 '구주 매출'로서 차익 실현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곧 이들의 매각 시점이 주가가 가장 고점일 때라는 의미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커진 상장을 통한 차익실현 기대감에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에 대거 나서고 있어 투자손실 염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