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피크아웃' 우려 직면한 증권사...실적 불확실성 커졌다
입력 2021.07.29 07:00|수정 2021.07.28 20:52
    증시 횡보하며 일일거래대금 줄어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로 실적 하락?
    IB부문 수익 확대가 실적 방어할듯
    '시황'에 기댄 호실적 한계 드러냈나
    • 유례없던 증시 활황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박스권에 갇힌 증시, 금리 인상 예고 등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1분기까지 증권사 호실적을 이끌었던 브로커리지(위탁중개) 수익이 피크아웃(고점 통과)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선 증권사들의 호실적이 대외변수인 '시황'에서 비롯된 ‘한계’라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와 SK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ETF를 합친 일평균 거래대금은 2분기 평균 29조29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기록한 평균 38조258억원보다 23.1%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부터 상승 랠리였던 일평균 거래대금이 꺾인 셈이다.

      증시 거래대금이 줄면서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도 감소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 증권 등 증권업 4개사의 수수료 손익 합은 전년도 대비 26.6% 증가하지만 직전분기 대비 17.8%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간 경쟁 심화로 위탁매매수수료율도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시장에선 증시 부진, 연내 단기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트레이딩 부문도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증권업의 특성상 유동성 회수가 펀더멘탈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2분기 국고채 금리는 단기물 위주로 상승하면서 채권 평가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2분기 국고채 금리는 전분기 대비 1년 27bp(1bp=0.01%포인트), 3년 32bp, 5년 14bp, 10년 4bp 올랐다.

      이미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 하락세가 점쳐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4개사의 2021년 2분기 순이익(지배지분 기준)은 전년 대비 8.5% 감소했고, 직전분기 보단 22.7% 줄어든 9581억원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분기 대비 큰폭으로 감소하며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순이익이 38%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시장에선 각 사의 기업금융(IB)부문 성과에 따라 실적 하락 방어에 성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밀린 거래들이 올해 잇따라 시장에 나오고 있고, 유상증자 및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시장에 기업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기업들이 연내에 상장하면서 IPO시장은 사상 최고 호황을 기록할 예정이다. IPO를 통한 연간 공모금액은 2010년 기록한 10조원 수준이 역대 최고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10조원을 넘어섰다.

      상반기 유상증자·회사채 발행 규모도 크게 늘면서 증권사 IB 호실적에 기여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 중 유상증자 발행규모는 전년 대비 773% 늘어난 9조4605억원을 기록했고 회사채 발행규모는 지난해보다 23.2% 늘어난 110조1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 증권사들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호실적이 대외변수인 '시황'에서 비롯된만큼 하반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9년까지는 IB사업이 실적에 중요한 변수였겠지만 지난해부터는 증권사 실적에서 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라며 "증시 영향이 강해지며 증권사의 이익 불확실성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국내 20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보다 16배가 급등한 2조7688억원을 기록했다.

      한 증권 담당 연구원도 “브로커리지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증권사는 거의 주가와 거래대금 흐름이 일치하는 모양새”라며 “올해는 IPO 호황으로 증권사들이 보유한 비상장 기업들의 투자 지분도 이익으로 반영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회성”라고 말했다.

      IB부문 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금융당국의 규제로 성장성이 제한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금융당국은 2019년 부동산PF 건전성 관리를 위해 채무보증 취급한도 제한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거 시설의 경우 채무보증 전액을 자기자본에서 100% 한도 차감한다.

      한 증권 담당 연구원은 "IB는 부동산PF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회사들의 대형 PF 수수료 인식이 있을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