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兆 두산공작기계 매각, 전기차·중국·산업 사이클 등 변수
입력 2021.08.05 07:00
    호반·세아 등 SI 참여로 매각 기대감 커져
    전기차 확산시 자동차向 매출 감소 가능성
    중국 이전가격 과제 문제도…기업가치 영향
    인수후보 경기 대응력 미지수…PMI도 과제로
    •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에 복수의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하며 MBK파트너스의 회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업황이 살아난 점은 긍정적인데 몇 가지 고심해야 할 요소들도 있다. 제품 중 상당 부분이 내연기관 자동차향(向)이라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 입지가 모호해진다는 평가다. 중국에서 거두는 매출이 많은데 중국 과세당국과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경기 주기를 심하게 타는 산업이라 SI가 인수하더라도 대응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30일 M&A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호반건설, 글로벌세아그룹, 디티알오토모티브 등과 두산공작기계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8월 중 조건을 확인해 배타적 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호반건설은 삼성증권, 글로벌세아그룹은 삼정KPMG의 인수 자문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공작기계는 수 년째 매각 대상이었으나 몸값이 높아 원매자가 접근하기 어려웠고, 지난 1~2년은 실적 하락까지 겹쳤다. 최근엔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며 회사의 실적도 개선세다. 유럽이나 일본 경쟁사가 주도하던 고부가 제품 시장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점유율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 신사업 확장을 바라는 SI들이 여럿 들어왔으니 매각 성사 가능성도 커졌는데, 신경써야할 부분도 있다.

      두산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mother machine)를 생산한다. 수요 상당 부분은 자동차 산업 쪽에서 나온다. 마더머신과 이후 기계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이나 미션 등 최종 제품이 되는 것인데, 문제는 향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야 밀려드는 물량이 많지만 언젠가는 내연기관 차량쪽 일감이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향 매출이 20~3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영향이 작지 않다.

      중국에서의 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 과세당국은 이전가격(Transfer Price), 즉 모회사와 해외 법인간 원재료와 제품 등을 거래할 때 적용되는 가격의 적정성을 민감하게 따진다. 예를 들어 해외 기업이 중국 법인에 반제품을 비싸게 팔면 중국 법인의 이익은 줄고, 중국이 징수할 세금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불거지면 기업은 길게는 수년간 중국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 과거 덜 냈던 세금을 소급해서 내는 것은 물론 가산세도 붙을 수 있다.

      이전가격 사전승인제도(APA, Advance Pricing Arrangement)를 활용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즉 이전가격 결정 방법을 한중 양국의 과세당국이 사전 합의하는 것이다. 이 경우 향후 중국 내 세무조사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다만 두산공작기계와 관련해서는 APA가 확실히 체결되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중국이 이전가격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있다면 인수자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두산공작기계는 작년 매출 4분의 1을 중국에서 거뒀다. 완제품 수출 외에 중국법인이 한국 본사에서 반조립이나 부품 형태로 받아 조립한 후 판매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 두산공작기계 매출이 적지 않게 줄어들 수 있다”며 “중국에서 이전가격을 두고 세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두산공작기계의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M&A 계약 체결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작기계는 제조업 중에서도 경기 주기를 심하게 타는 산업이다. 일본 공작기계 기업의 해외 수주는 글로벌 제조업 설비투자의 선행 지표인데, 올해 5월까지 해외 신규 수주액은 작년 대비 94.2% 늘었다. 두산공작기계도 올해 똑같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작년만 해도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작년 두산공작기계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년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공작기계 기업의 실질 가치는 완만하고 점진적으로 커지지만 이익이 출렁이니 가치평가가 쉽지 않다. 시장이 좋아지면 EBITDA가 급증하는 대신 EV/EBITDA 배수가 낮아지고, 경기가 꺾이면 EBITDA가 줄고 거래 배수가 높아진다. 지금처럼 업황이 좋을 때 투자하면 경기가 하락할 때 적은 EBITDA, 낮은 거래 배수 두가지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 매각도 상장도 쉽지 않다. 유수의 글로벌 PEF 역시 좋은 회사라면서도 접근하기 어려웠다. 지금이야 SI들이 경쟁하니 상황이 낫지만, 얼마나 경기 대응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무적투자자(FI)를 초빙할 경우엔 앞서의 고민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모두 두산공작기계의 몸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결국 거래 성사 여부는 인수후보들이 가격을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현재 두산공작기계의 몸값은 2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글로벌세아그룹이 MBK파트너스를 접촉하던 중 호반건설도 출사표를 던지며 경쟁 구도가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에 따라 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

      글로벌세아그룹과 호반건설은 탄탄한 자기 사업을 하며 사세를 키워왔다. 두산공작기계 M&A는 지금까지 해온 거래와는 성격이 다르다. 체급이 더 크고 인지도도 높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두산공작기계는 일부 임원에 대해서 200억원(작년말 부여 주식수 및 행사가격 반영 기준) 가까운 주식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다. 계약에 따른 것이지만 이를 인수기업의 임직원들이 어떻게 볼 지는 의문이다. 인수 후 통합(PMI) 작업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