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업체 쇼핑나선 SK에코플랜트…몸집 불리기에 재무상황 경고등
입력 2021.08.12 07:00
    두 달만에 폐기물 업체 7곳 인수
    ESG 앞세운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산업 전반 “밸류에이션 끌어올린다” 비판도
    순차입금 1조 돌파, 부채비율 400%대 급등
    추가 조 단위 M&A도 예고, 재무부담 가중할 듯
    • SK에코플랜트(이하 SK에코)는 빠른 속도로 사세를 확장중이다. 지난해 1조원 규모의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인수한 이후 올해 들어선 7곳의 폐기물 업체를 사들이며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오는 2023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친환경·폐기물 분야에 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과도한 몸집 불리기란 평가와 함께 재무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SK에코는 최근 의료 폐기물 처리업체인 도시환경과 이메디원, 사업장 폐기물 처리기업 그린환경기술 등 3곳을 총 21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6월 디디에스(DDS)와 클렌코·대원그린에너지·새한환경 등 총 4곳을 약 4200억원에 인수한지 불과 한 달 만이다.

      SK에코는 지난 5월 과거 SK건설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하며 오는 2023년까지 총 3조원 규모의 M&A 추진 계획을 밝혔다. 현재 경영권 매각을 진행중이거나 사모펀드(PEF)가 보유하고 있어 추후 지분 매각이 예상되는 국내 폐기물 처리기업 대부분 SK에코를 1순위로 잠재 매수자로 꼽는 상황이기도 하다. 회사는 올해 들어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폐기물 업체 수 곳의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 SK에코는 그룹 차원의 사회적가치(ESG) 투자 기조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회사다. 기존 토목·건축·플랜트 등의 전통적인 건설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친환경 사업자로 거듭나겠단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국내 환경 폐기물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시장을 압도하는 지배적 사업자가 없다. 폐기물 사업은 정부의 인허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기존 라이선스를 보유한 폐기물 업체의 인수를 통해서만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SK에코는 지주회사를 포함한 계열사 출신 인사들을 여러명 수혈 받았다. 실제로 이들을 통해 주요 거래들이 성사되고 있다. 올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주회사 출신으로 M&A 전문가로 꼽히는 박경일 사업운영총괄이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대표이사 자리를 맡고 있는 안재현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들간 M&A 성과를 내기 위한 경쟁은 SK에코가 M&A 시장에서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원인으로 평가받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M&A를 통해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이 SK에코의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 하는 주요 전략”이라며 “주요 임원들의 M&A 성과를 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SK에코가 폐기물 M&A 시장에 깜짝 등장해 상당수의 매물을 흡수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룹차원에서도 SK에코의 최근 M&A 및 재무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입찰 과정에서 자체적인 평가를 통해 더 높은 값을 제시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을 비판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PEF 또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책정하는 일정 가격 수준을 넘어선 M&A도 다수 보이고, 폐기물 업계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SK에코는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조 단위가 훌쩍 넘는 자금이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일으킨 차입은 재무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 M&A를 통해 인수한 업체들의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수 효과가 나타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친환경 규제가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2019년 말 3840억원 규모이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원을 넘었고, 올해 1분기 기준 1조1340억원으로 증가했다. 200%대이던 부채비율은 400%를 초과한 상태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7170억원가량이다. 향후 조 단위 투자가 계획돼 있는데 자체자금만으론 성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무부담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재할 순 없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폐기물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거듭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단 전략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대규모 M&A를 통해 재무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고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향후 SK에코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