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은 대기업"…스포츠 법률시장 선점 나서는 대형 로펌
입력 2021.08.12 07:00
    선수 징계·계약 등 법률 이슈 다양해져
    대기업의 투자 늘면서 관련 업무도 파생
    대형 로펌,'한국의 맥코맥' 노려 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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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스포츠 관련 법률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로펌(법무법인)들도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주요 고객인 대기업과 연관된 선수 징계, 계약 분쟁, M&A(인수합병), 평판 관리 등 법률 이슈가 다양해졌다. e스포츠 등 미래 스포츠 산업에서도 새로운 법률 이슈가 부상할 수 있어 우위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로펌들이 스포츠계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주요 고객인 대기업과의 연관성이다. 프로야구를 비롯해 종목마다 대기업들이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어 관련 업무가 발생한다. 선수들을 스카우트할 때 계약 문제, 선수와의 분쟁 등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이 복잡해지고 있다. 

      대기업의 ‘스포츠 사랑’은 유명하다. 다수의 기업이 인연을 맺고 후원하는 종목들이 있고, 오너 및 경영진이 종목 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29개 종목 중 대기업 포함 기업인이 연맹이나 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는 종목은 17개에 달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양궁 선수들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찾아가 격려하기도 했다.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양궁에 애정을 보여 온 현대차그룹은 인재 발굴부터 첨단 기술 적용, 딥러닝 AI 코치 등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투자하고 있다. 

      스포츠 구단 M&A도 종종 발생한다. 올초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해 정용진 부회장이 SSG 랜더스 구단주가 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오너가 직접 챙기는 사업이다보니 로펌 등 관계자들이 공을 들인다는 평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일탈 문제도 법률 이슈가 중요하다. 단순 일탈뿐 아니라 업계 내 분쟁이 다양해지면서 법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특히 선수단을 보유한 기업들은 소속 선수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기업 평판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최근엔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 선수와 구단의 ‘방역지침 위반 사건’이 이슈였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방역지침을 어기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선수 4명이 72경기 출장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선수들은 물론이고 엔씨소프트를 향한 팬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김택진 구단주가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공식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포츠 관련 업무는 다양하다. 최근 골프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업무도 많아지고 있다. 예로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제로 전환하는 이슈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원제보다 대중제가 세금이 훨씬 적고 손님이 늘어 매출도 늘어나는데, 전환하기 위해서는 체육시설법에 근거해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고 법률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로펌을 찾는다.

      센트로이드PE와 F&F의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인수, 골프존카운티의 골프장 인수, 대기업의 골프선수 후원 계약 및 분쟁도 ‘스포츠’로 묶인다.  

      무서운 속도로 커지는 e스포츠 시장도 기회다. 특히 대한민국이 e스포츠에서 경쟁력이 있다보니 대기업들도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법률 이슈가 개입할 여지도 많아진다. e스포츠 리그와 팀·선수 문제, 근로 계약, 광고 이슈가 있다. 

    • 아직까지 국내 스포츠 법률시장이 작기 때문에 ‘일이 많은’ 섹터는 아니다. 일반 회사도 직원 일탈이나 근로 이슈가 있듯 스포츠 일이 기업 업무랑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 막 법조계도 전문화 과정에 들어섰단 평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대형 로펌에서 스포츠 이슈를 따로 다루는 일은 드물고, 기존 대기업 고객들의 스포츠 선수단에서 이슈가 생기면 자문을 하는 정도”라며 “다만 업계 현실을 잘 알아야 하는 전문성이 필요해 스포츠 부문에 특화한 소수 변호사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법률 시장이 함께 커졌듯, 규모는 아직 비교할 수 없지만 국내 시장도 추세를 따라갈 것이란 관측이다. 세계 최대 매니지먼트사 IMG의 설립자인 마크 맥코맥도 변호사 출신으로, IMG 이후 미국 스포츠 법률 이슈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대형 로펌들도 미래의 ‘한국의 맥코맥’ 탄생을 위해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율촌의 염용표 스포츠엔터분쟁팀장은 10여년 이상 스포츠 사건을 다룬 전문가로, 변호사로는 유일하게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과 KBO(한국야구위원회) 상벌위원회 위원으로 동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공정위는 스포츠 징계 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스포츠계의 ‘대법원’으로 불린다.

      김앤장은 은현호 변호사가 스포츠 관련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은 변호사는 올해 1월 KT와 주권 선수 관련 KBO 연봉 조정위원회 5명 중 한명으로 참여한 바 있다. 연봉 조정위가 열린 것은 2011년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사례 이후 10년 만이었다.

      광장은 1세대 엔터 변호사인 최정환 변호사가 대기업의 올림픽 후원, 스포츠 중계권 계약, 국내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 계약, 선수 초상권 보호 등 다양한 스포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태평양은 문강배 변호사가 대한카누연맹 이사 겸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세종은 임상혁 변호사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혐의 재판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또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국내 스포츠 법률시장이 작지만 성장하고 있고, 아직 선점한 곳이 없어 스포츠공정위원회 등에 대형 로펌 출신들이 들어가려고 경쟁이 치열하다”며 “스포츠 전문 변호사로서 종목 협회 중재위원으로 참여하거나, 국제 스포츠 연맹에서 벌어지는 조정위원회에 참석하기도 하는 등 파생 업무가 다양해 배우고 싶어하는 젊은 변호사들이 많다”고 말했다.